[영화보는 경제기자⑥] 명배우들이 알려주는 ‘페이퍼컴퍼니’, 영화 ‘시크릿 세탁소’
[영화보는 경제기자⑥] 명배우들이 알려주는 ‘페이퍼컴퍼니’, 영화 ‘시크릿 세탁소’
  • 정우교 기자
  • 승인 2020.09.30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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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캐스팅 VS 불친절한 전개…감각적이고 흥미로운 경제 강의 
2016년 실제 일어난 사건 기반…‘모색 폰세카’ 기밀문서 1150만 건
북한 금융기관 및 주요 정치인 등 이름 올라…ICIJ 홈페이지에 공개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정우교 기자)

'경제'는 영화의 좋은 소재 중 하나다. IMF를 다뤘던 '국가부도의 날'이 그랬고, 리먼 브라더스 사태를 다룬 '빅쇼트'도 호평을 받았다. 또한 주가조작 사기극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는 빠른 전개와 스토리로 한눈 팔 겨를 없는 영화로 손꼽힌다. 여기에 최근 넷플릭스를 필두로한 OTT의 공세로, 이제 관객들은 언제 어디서나 영화, 드라마를 즐길 수 있게 됐다.

매주 일요일에 만나는 '출발 비디오 여행'의 '김경식'처럼 화려한 언변(言辯)은 아니지만, 영화를 보면서 느꼈을 법한 궁금증과 상상을 기사로 소소하게나마 풀어준다면 독자들은 '경제' 소재의 영화를 더욱 쉽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이에 금융·경제를 다룬 영화에 대한 나름의 리뷰를 시작한다. 내용상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으며, 다소 진지할 수 있으니 이 점 유의하기 바란다. <편집자주>

영화 '시크릿 세탁소' 스틸컷 ©넷플릭스
영화 '시크릿 세탁소' 스틸컷 ©넷플릭스

지난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시크릿 세탁소'는 배우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영화다. '메릴 스트립(엘렌 마틴 역)'부터 '게리 올드만(위르겐 모사크 역)', '안토니오 반데라스(라몬 폰세카 역)'까지 극을 끌어가는 세 배우는 여전히 아름다웠고 멋졌으며, 짧은 시간 얼굴을 내비쳤던 샤론 스톤, 로버트 패트릭, 데이빗 쉼머 등도 반가웠다. 

하지만 전개는 다소 불친절하다. '페이퍼 컴퍼니'라는 흥미로운 소재와 실화를 바탕으로 영화는 만들어졌으나, 일정한 서사가 없었고, 많은 인물이 등장해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안될 정도였다. 전체적인 영화의 흐름은 부자들의 돈을 세탁해주는 변호사 '게리 올드만(유르겐 모색 역)', '안토니오 반데라스(라몬 폰세카 역)'의 설명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또한 이 영화는 마치 '존 윅'처럼 결혼 40주년 여행에서 남편을 잃은 '메릴 스트립(엘렌 마틴 역)'이 두 변호사를 처단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맨 마지막 반전이 있지만, 중년 여인의 통쾌한 복수극보다는 '페이퍼 컴퍼니'에 대한 감각적이고 흥미로운 강의라고 보면 좋을 듯 싶다. 

'시크릿 세탁소'의 주된 소재인 '페이퍼 컴퍼니(Paper Company)'는 말 그대로 서류상으로 만들어진 회사다. 탈세나 '돈세탁'을 목적으로 하는 해외자본이 '조세피난처'라고 불리는 곳에 세우는 서류로만 존재하는 무형의 회사를 말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배우들의 나레이션과 애니메이션으로 '페이퍼 컴퍼니'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조세피난처는 페이퍼 컴퍼니의 운영을 허락해주고 이 과정에서 파생되는 수수료를 챙긴다. 하지만 등록세, 소득세를 비롯해 투자 이익 등에 따르는 세금은 받지 않는게 특징이다. 델라웨어, 와이오밍, 버진아일랜드, 버뮤다, 파나마, 모나코 등이 주요 지역이며 중남미 카리브해 연안에 있는 섬에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로펌 '모색 폰세카(Mossack Fonseca & Company)'는 실제 파나마에 위치하고 있으며, 메릴 스트립(엘렌 마틴)이 보험사 담당자를 찾아가는 '네비스'라는 지역도 조세피난처 중 한 곳으로 알려진 카리브 해의 '세인트키츠 네비스'로 짐작된다. 

영화 '시크릿 세탁소' 스틸컷 ©넷플릭스
영화 '시크릿 세탁소' 스틸컷 ©넷플릭스

앞서 언급됐듯, 이 영화는 '파나마 페이퍼스'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파나마 페이퍼스'란 영화에 등장하는 로펌 '모색 폰세카'의 기밀 문건이 지난 2016년 실제 세상에 드러난 사건이다.

해당 문건에는 그동안 '모색 폰세카'가 설립해 온 페이퍼 컴퍼니와 주주들의 리스트가 담겨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막바지에 등장하는 '존 도(John Doe)'라는 이름은 실제 고발자가 사용한 가명으로, 1150만 건이 넘는 문서를 독일의 언론사 '쥐트도이체 차이퉁(Süddeutsche Zeitung)'에 제보하며 시작됐다. 

실제 '모색 폰세카'는 지난 1977년 설립된 로펌이다. 실존 인물 '유르겐 모색'과 '라몬 폰세카'가 함께 운영해왔으며, 42개국에 600명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40여년간 고객들이 '페이퍼 컴퍼니'를 활용할 수 있도록 협조해왔고, 영화 내에서는 '프라이버시'라고 표현한 '고객 보호'를 앞세워 성장해왔다. 하지만 이같은 사실이 밝혀지자, 두 공동 창립자는 구속됐으며 이중 라몬 폰세카는 당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미디어가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문건 유출은 해커의 소행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와는 별개로, 당시 공개된 문건은 파장을 일으켰다. 북한의 금융기관을 비롯한 전 세계 국가 지도자, 정치인 등의 이름이 리스트에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명단에는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을 비롯한 국내 유력인사들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 진의를 놓고 논란이 됐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홈페이지를 통해 이들을 공개하고 있으며, 추가적인 사안도 현재까지 취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화 '시크릿 세탁소'는 이 사건을 모두 담아내고 있다. 화자와 등장인물이 수시로 바뀌고 감독(스티븐 소더버그)의 전작 '오션스 시리즈' 스러운 연출과 영화의 주제가 맞지 않아 보이는 장면도 존재하지만, '페이퍼 컴퍼니'와 '파나마 페이퍼스' 사건을 쉽게 알 수 있고, 메릴 스트립, 게리 올드만, 안토니오 반데라스 등 명배우들의 호연을 감상하면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담당업무 : 증권·보험·카드등 제2금융권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우공이산(愚公移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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