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텔링] 오세훈과 윤석열의 부상…보수가 달라졌다?
[시사텔링] 오세훈과 윤석열의 부상…보수가 달라졌다?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1.03.08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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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상은 보수 유권자들의 후보 선택 기준 변화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사오늘 김유종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상은 보수 유권자들의 후보 선택 기준 변화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사오늘 김유종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설 국민의힘 후보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선출됐습니다. 오 전 시장은 100%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41.64%를 얻어 36.31%에 그친 나경원 전 의원을 따돌리고 승리를 거머쥐었습니다. 나 전 의원이 여성 후보 가산점 10%를 받았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오 전 시장과 나 전 의원의 격차는 더 커집니다.

당초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경선에서 나 전 의원의 우위를 점쳤습니다. 여성 후보 가산점이 작용할 뿐만 아니라, ‘선명한 보수’를 내세운 나 전 의원이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표심을 얻기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었습니다. 출마 선언 자리에서 ‘빠루(쇠지렛대)를 든 투사’ 이미지를 재소환했던 그는 이른바 ‘짜장면론’을 내세우며 자신을 ‘보수의 적자’로 포지셔닝했는데요. 이는 당원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강성 보수’에 어필하기 위한 것으로, 제19대 대선 당시의 홍준표 후보와 2019년 전당대회 때 황교안 후보가 펼쳤던 전략과 일맥상통합니다.

하지만 2017년 대선 경선, 2019년 전당대회와 달리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경선의 승자는 오 전 시장이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정치권에서는 ‘보수가 달라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일반시민 여론조사 100%로 진행되긴 했지만, 아무래도 국민의힘 후보를 선출하는 여론조사에는 보수층이 적극적으로 응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오 전 시장의 승리는 보수의 후보 선택 기준이 ‘선명한 후보’에서 ‘중도에 어필할 수 있는 후보’, ‘본선에서 이길 수 있는 후보’ 쪽으로 변했다는 방증일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런 기류는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도 포착됩니다. TBS가 의뢰하고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5일 수행해 8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32.4%의 지지율을 얻어 이재명 경기도지사(24.1%),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14.9%)를 제치고 1위에 올랐습니다. 같은 기관에서 지난 1월 22일 발표한 여론조사(14.6%) 때보다 17.8%포인트나 치솟은 수치입니다.

알려진 대로, 윤 전 총장은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구속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인물입니다. 전문가들이 윤 전 총장을 ‘보수의 유력 대권주자’로 생각하지 않았던 이유도 여기 있었습니다. 강성 보수층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시킨 윤 전 총장을 ‘보수 후보’로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고 봤으니까요.

그러나 앞선 조사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지지층(67.7%)과 보수층(50.9%)으로부터 높은 지지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박근혜 석방’을 외쳐야만 당심(黨心)을 얻고 대통령 후보, 당대표가 될 수 있었던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모습입니다. ‘보수가 달라졌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죠.

만약 정말로 보수 유권자들이 ‘본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전략적 선택’을 하기 시작했다면, 차기 대선 구도는 요동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 유권자들은 줄곧 ‘선명한 후보’를 지지해 왔습니다. 제19대 대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現 국민의힘) 후보들이 ‘박근혜 석방’을 외치며 광화문에 나갔던 것이나, 2019년 전당대회에서 5·18 관련 망언이 터져 나왔던 건 보수 유권자들의 이 같은 성향 때문이었습니다.

그 결과는 전국 단위 선거 4연패였습니다. 보수 유권자들이 중도 확장성보다는 ‘선명한 주장’을 펼치는 후보를 지지하자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당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중도층과는 유리(遊離)된 공약을 내놔야 했고, 당내 경선 과정에서 나온 극우적 메시지들이 국민의힘 후보들의 본선 경쟁력을 약화시켰던 겁니다.

반면 보수 유권자들이 본선 경쟁력을 우선시할 경우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후보들이 당내 경선 과정에서부터 중도 확장성을 고려한 메시지를 내놓는다면 당의 이미지는 자연스럽게 변화할 것이고, ‘현 정부여당이 싫지만 그래도 국민의힘을 찍기는 좀…’이라고 생각하는 중도 유권자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을 테니까요.

YTN 의뢰로 <리얼미터>가 2일부터 5일까지 실시해 8일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 평가는 긍정이 40.1%, 부정이 55.7%였습니다. 국민의힘이 문재인 정부에 반대하는 중도 유권자들을 흡수할 수 있다면, 차기 대선 구도는 크게 출렁일 수밖에 없다는 의미입니다.

정말 보수가 변한 걸까요. 아니면 오 전 시장의 승리와 윤 전 총장의 지지율 상승은 일시적인 ‘이변’일 뿐일까요. 전자냐 후자냐에 따라, 2022년 대선 판도는 완전히 바뀔 수도 있습니다.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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