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李대통령이 장기표 말을 들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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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李대통령이 장기표 말을 들었다면
  • 윤종희 기자
  • 승인 2012.07.03 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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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집권초기 ´대통령이 직접 신속하게 설득작업 해야´ 박재완 통해 전달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종희 기자]

지난 2008년 6월 경이다. 미국산 쇠고기 촛불시위가 한풀 꺽일 때다. 당시 청와대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비서관이었던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수도분할반대국민운동 대표였던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대표를 서울 모처에서 만났다.

장 대표는 박 장관에게 "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해야 한다"며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세종시 수정이 필요하다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특히 "이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인다면 지지율이 오를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에 박 장관은 "옳은 말씀'이라면서 "이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세종시 수정을 얘기하는게 어떠냐"고 물었다. 장 대표는 "그건 절대 안 된다. 세종시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데 8·15 경축사에 그걸 넣어서 발표하려고 하느냐. 세종시 문제는 별도로, 단독으로 발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세종시 얘기가 어느 정도 끝날 무렵 박 장관은 장 대표에게 심대평 전 자유선진당 대표에 대한 얘기를 꺼낸다. '국무총리 기용'과 관련해서다. 장 대표는 순간 '이 대통령이 충청권을 기반으로 하는 심대평 대표를 총리로 임명, 세종시 수정안을 추진하려고 하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장 대표는 박 장관에게 "나는 심대평 대표가 총리가 되는 것에 반대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하지만 세종시 문제는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 절대 다른 사람을 통해서 세종시 문제를 풀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대표는 일찍부터 이명박 대통령에게 세종시 수정 결단을 촉구했다. ⓒ뉴시스
그러나 얼마 후 세종시와 관련한 '심대평 총리 기용설'이 적지 않게 돌았다. 장 대표는 실망했다. '세종시 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을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다고 한다. 심 전 대표는 결국 총리가 되지 못했다. 당시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심 전 대표가 총리를 맡는 것에 반대했던 게 주요 원인으로 전해진다.

그러다가 시간이 한참 지난 뒤인 2009년 9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국무총리에 기용됐다. 당시 정운찬 총리는 세종시 수정을 추진했다. 하지만 정치 환경이 녹록치 않았고 최종적으로 실패했다. 장 대표는 이와 관련, "너무 늦게 세종시 수정이 추진됐다"고 개탄한 바 있다. "진작에 구체적인 세종시 수정안을 내놓고 이 대통령이 설득 작업을 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결국, 장 대표가 세종시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요구한 사안은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대통령이 직접 빠른 시일내 정치적 명운을 걸고 나서야 한다는 게 장 대표의 생각이었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세종특별자치시 출범식이 2일 성황리에 진행됐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 이 대통령은 19대 국회 개원식에 참여해 기념 연설을 했다. 연설이 끝난 뒤 여당 의원 중심으로 기립박수가 나왔다. 하지만, 연설 중간에는 단 한 차례의 박수도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올 때와 나갈 때 자리에서 일어난 여당 의원들과 그대로 앉아 있는 야당 의원들의 모습이 대조를 이뤘다.

만약, 이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에 성공했다면 현재 그의 정치적 위상이 지금보다 훨씬 높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세종시를 바로 잡은 대통령'이라는 역사적 평가를 받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세종시 출범식이 있은 이날 이 대통령과 관련한 아쉬움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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