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더불어민주당에는 대선 때마다 고개를 내미는 ‘공식’이 있다. 영남 출신 후보를 내세워 영남 표를 잠식하고 호남의 압도적 지지를 더하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영남후보론’이다. 실제로 ‘충청의 맹주’ 김종필 전 국무총리와의 단일화를 통해 정권을 잡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제외하면, 민주당이 배출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모두 영남 출신이었다.
이번 대선에 나선 이재명 대선 후보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경북 안동 출신인 이재명 후보가 ‘보수 텃밭’인 TK(대구·경북)에서 표를 가져오면 영남과 호남의 유권자 수 차이를 메울 수 있고, 그러면 나머지 지역에서 ‘승부’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TK에서 ‘득표율 30%’를 목표로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그렇다면 민주당의 시나리오는 실현 가능한 이야기일까. 쉽지는 않지만, 불가능한 목표도 아니다. 제14대 대선에서 김대중 민주당 후보는 대구에서 7.8%, 경북에서 9.6%의 득표율을 올렸다. 박태준 전 국무총리를 영입하며 TK 공략에 공을 들였던 제15대 대선에서도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의 득표율은 대구에서 12.5%, 경북에서 13.7%에 그쳤다.
그러나 제16대 대선 이후 TK 득표율은 비약적인 상승 곡선을 그렸다. 제16대 대선에서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는 대구에서 18.7%, 경북에서 21.7%를 얻었다. 제17대 대선에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대구에서 6.0%, 경북 6.8%를 획득하는 데 그쳤지만, 제18대 대선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대구에서 19.5%, 경북에서 18.6%의 득표율을 이끌어낸다. 당시 문재인 후보의 상대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TK에서 문재인 후보가 20% 가까운 득표율을 얻은 것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
제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대구에서 21.8%, 경북에서 21.7%를 득표하며 20%의 벽을 넘어섰다. 추세적으로 볼 때, TK에서도 민주당이 20% 안팎의 득표율은 충분히 얻어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이재명 후보 고향이 TK라는 점을 고려하면, TK 득표율은 조금 더 높아질 여지가 있다. 과연 ‘안동의 아들’ 이재명 후보는 ‘보수의 심장’ TK에서 유의미한 득표율 상승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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