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좀 바꾸자’ ‘미워도 다시 한번’…이재명 vs 윤형선 ‘안갯속 판세’ [6·1 격전지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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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좀 바꾸자’ ‘미워도 다시 한번’…이재명 vs 윤형선 ‘안갯속 판세’ [6·1 격전지①]
  • 윤진석 기자
  • 승인 2022.05.26 17:0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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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전지 ‘인천 계양을’ … 민주당 전통 텃밭에서 흔들리는 민심 
이재명, 여론조사 역전에 심기일전…윤형선, 죽을 각오로 뛴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6·1 지방선거 겸 보궐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곳이 있다. 인천 계양을이다.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라 불리는 지역이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후보와 이번에 낙선하면 더는 도전할 기회가 사라지는 국민의힘 윤형선 후보가 맞붙었다. 이 후보가 변호사 출신이라면 윤 후보는 의사 출신이다. 게임이 안 될 줄 알았는데 골든크로스 현상도 일어났다. 실제 민심은 어떤지 둘러봤다. <편집자 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인천계양을 후보 선거사무소는 인천 계양구 임학동에 위치해 있다.ⓒ시사오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인천계양을 후보 선거사무소는 인천 계양구 임학동에 위치해 있다.ⓒ시사오늘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결과가 가장 궁금해요.” 6·1 기간 자주 듣게 되는 말이다. 선거 일주일여 앞두고 기자도 궁금해 가 보았다. 24일 오후 2시 시간대였다. 인천 계양구 임학동 일대는 한산했지만, 민주당 ‘이재명 캠프’ 앞에서는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나무 가지치기 논란 


“나무가 불쌍하다면서 왜 그 앞에서 담배를 피워?” “죽은 나무 어떡할 거야. 살려내!” 이 후보 지지자들과 보수 진영 간 싸움은 삿대질과 고성으로 시작됐다. 처음엔 대여섯 명이더니 나중엔 이십여 명으로 불어났다. 급기야 수십 명의 경찰이 중재한 끝에 가까스로 끝이 났다. 신호등 건너편에서는 천막을 쳐놓은 보수 진영 측이 행진곡을 틀어났다. 군악대 음악이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한 편의 촌극처럼 이질감을 더했다. 

이 후보 선거사무소는 송영길 후보 때부터 사용했던 곳이다. 건물을 통째로 쓰고 있는 듯했다. 다소 소동이 나도 민원 들어올 일은 없을 듯 보였다. 

최근 ‘가지치기’ 논란이 불거지면서 이 후보 캠프 앞은 때아닌 근조화환과 항의성 집회 등으로 조용할 날이 없다. 이 후보의 대형현수막을 잘 보이게 하려고 가로수 나뭇가지들을 잘라버렸다는 의혹이 일면서 논란은 시작됐다. “가지를 저렇게 치는 건 아니죠. 나무들이 다 죽어요.” 50대 김 모(남) 씨는 자신이 직접 찍은 핸드폰 사진을 보여주며 혀를 찼다. 

왼쪽은 이재명 후보 사무소 앞 잎을 친 나무, 오른쪽은 윤형선 후보 사무소 앞 잎이 있는 나무ⓒ시사오늘(사진 : 독자 제공)
왼쪽은 이재명 후보 사무소 앞 잎을 친 나무, 오른쪽은 윤형선 후보 사무소 앞 잎이 있는 나무 ⓒ시사오늘(사진 : 독자 제공)

구청에서는 바람길 조성사업에 따른 가지치기라고 했지만, 국민의힘 측에서는 ‘이재명 vs 윤형선’ 두 후보 캠프의 전경 사진을 비교하며 항의하는 중이다. 이 후보 사무소 앞 나무는 가지와 나뭇잎이 없는 반면 윤 후보 캠프 쪽은 잎이 무성해 대비를 이루긴 했다. 

이 후보는 윤 후보가 허위공표를 했다며 고발했다. 윤 후보는 멀쩡한 나무를 젓가락으로 만들어 놨다며 맹폭했다. 공방은 26일 인천시장 첫 TV 토론회에서도 최대 논쟁이 될 것이 분명하다. 신경전이 치열하다. 

 

박빙의 판세 예측 


양 측이 나무를 두고 팽팽히 맞서는 데에는 판세가 박빙이기 때문이다. 자타공인 민주당 텃밭이었던 곳이다. 16대 총선부터 한 번도 국민의힘에 뺏긴 적이 없다.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에게 국회의원직 5번을 몰아줬다. 하지만 예전 같지 않다. 여론조사부터 달라진 민심을 보여주고 있다. 이 후보가 오차범위 내 뒤처지는 결과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인천계양을 후보가 선거사무소에서 정책 공약을 발표한 후 기자들과 인사하고 있다.ⓒ시사오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인천계양을 후보가 선거사무소에서 정책 공약을 발표한 후 기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시사오늘

어딜 가나 골든크로스 이야기가 화제다. 이 후보로서는 심기가 좋을 리 없다. 나무 가지치기 소동에 앞서 오후 1시 계양태크노밸리 마스터플랜 발표 후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을 때다. ‘역전당한 결정타로 보는 것은 무엇인지’ 묻자 얼굴이 굳어졌다. 기분이 썩 좋진 않았겠지만 차분히 답을 전해줬다. 먼저 “역전당했다고 생각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전화면접조사와 ARS 방식 기법에서 오는 차이일 수 있다”는 말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과 한미 정상회담 컨벤션 때문”이라는 자체 분석도 보태졌다. “여론조사에서 크게 진다고 투표 포기한 결과 0.6% 초박빙으로 진 2010년 서울시장 선거 때를 기억해야 한다”며 “투표하면 이긴다”는 말도 피력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샤이 이재명’ 표심의 저력을 증명한 바 있다. 윤석열 후보와 10% 포인트 이상 뒤처질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과 달랐다. 불과 0.73% 포인트 차밖에 나지 않았다. 조금 더 표를 모았다면 이겼을 선거다. 투표하면 이긴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李 보러 온 사람들 


같은 장소, 열 명 안팎의 지지자들은 문밖에서 이 후보가 언제 나오나 서성댔다. 죄다 여성이다. 보이지 않게 남성 팬들도 꽤 활동한다는 한 지지자의 설명이 전해졌다. 이윽고 이 후보가 나왔다. “후보님, 싸인 좀요.” 충북 진천에서 온 김봉숙(60·여) 씨는 인천 친정집에 며칠 머물면서 이날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실물을 처음 본 것이 감격스러웠는지 눈가가 촉촉했다. 김 씨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처럼 이 후보가 억울한 누명을 써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자식과 손주를 위해서라도 끝까지 지지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 노원구에서 왔다는 직장인 정유나(30·여) 씨는 일부러 연차를 내고 만나러 왔다. 성남시장 때부터 빠른 행정력에 감명 받아 지지하게 됐다고 한다. “생명을 존중해 주는 정치인”이라며 “이국종 교수의 닥터헬기 꿈을 현실화시켜준 것, 무상교복 지원, 백운계곡 싹 정리한 일” 등을 침이 닳도록 홍보했다. 

인천 간석동에서 온 50대 방 모(여) 씨는 이 후보를 자주 보러 오는 지지자다. 그는 민주당 차원에서 이 후보를 너무 도와주지 않아 속상하다고 했다. 오전에 있었던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의 대국민 사과문에 대해서는 혹평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앞서 박 위원장은 “팬덤 정치로 정권을 잃었다”며 586 용퇴론을 제기했다. 대중정당으로 나아갈 테니 기회를 달라는 대국민 호소문이었다. 내부에서는 반발이 들끓었다. 당의 정체성을 위협받는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한 당원은 “전국대의원들이 박지현을 뽑은 게 아니지 않냐”며 “지도부에서 뽑았으니 책임져라”는 말까지 했다. 개딸(이재명 지지자)들의 저항도 컸다. 방 씨는 굳이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박 위원장이) 개딸들을 화나게 한 건 맞지만, 밖에서 때리는 것보다 안에서 회초리 드는 게 낫지 않냐”는 얘기였다. 

 

곱지 않은 시선들 


이 후보는 오후 비공개 주민 간담회가 있기 전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 모양이었다. 선거사무소 한 관계자가 아쉬워하는 지지자들에게 오늘은 그만 돌아가 달라며 양해를 구했다. 그는 손바닥을 아래로 두 번 가리키며 계양을 주민들이 많이 다운돼 있다(화가 나 있다는 말로 들렸다)고 했다. 간담회 참석해도 이 후보가 지지자들을 신경 써줄 겨를이 없다는 뜻이었다. 

캠프 측에서 느끼는 판세의 어려움이 가늠됐다. 안 그래도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만난 스무 살 대학생 오세종(남) 군은 “왜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이 후보의 출마를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 자문자답하듯 “감옥 가기 싫어서 아니겠느냐”며 냉소적 눈길을 보냈다. 병방동에서 만난 한글을 연구한다는 이돈규(남·60대) 씨도 “계양을이 언론을 타고 유명해지는 것은 좋지만, 이 후보가 왜 여기 왔는지 이해를 못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신호등을 막 건너온 윤 후보 측 선거운동원들은 분위기가 좋았다. “선거 시작하고 둘째, 셋째 날은 시민들께서 아는 척도 안 해줬는데 지금은 호응이 너무 좋다. 깜짝깜짝 놀란다.” 상기된 목소리들이다. 왜 그런 것 같은지 물었다. “송영길 심판론” 같다는 추측이 들려왔다. 

계양산전통시장(구 병방시장)에 들렸을 때도 비슷한 말들을 들을 수 있었다. 신 모(남·60대) 씨는 “계양을 사람들이 송영길을 키워줬는데 이재명이를 앉히기 위해 서울시장으로 나간 거 아니냐”며 “호구 취급받는 기분”이라고 톤을 높였다. 

 

체감 판세 안갯속


인천 계양산 전통시장(구 병방시장)에서 만난 상인들과 시민들은 상반된 민심을 보여줘 두 후보간 박빙을 방증해줬다. 사진은 시장 전경.ⓒ시사오늘
인천 계양산 전통시장(구 병방시장)에서 만난 상인들과 시민들은 상반된 민심을 보여줘 두 후보간 박빙을 방증해줬다. 사진은 시장 전경.ⓒ시사오늘

전반적으로 시장을 돌면서 체감된 판세는 ‘안갯속’이었다. 누가 이기든 1~2% 격차로 결판날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당락 예측도 각양각색이었다. 

50대 김 모(여) 씨는 “처음엔 이재명 후보 인기가 굉장히 좋았지만, 지금은 잘 모르겠다. 동요가 좀 있는 것 같다”며 “이제는 바꾸자는 분위기”라고 했다.

그런가 하면 “여기는 민주당 텃밭이다. 결국, 미워도 다시 한번이 될 것”이라는 확신도 들려왔다. 70대 최 모(남) 씨는 “민주당 그만 찍을 때가 됐다는 체감 판세 변화가 확실히 느껴지기는 한다”면서도 “호남 사람들이 계양을에 많다. 막상 투표장 가면 민주당 찍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호떡을 파는 한 상인은 “투표는 하겠지만 투표장에 들어갈 때까지 누굴 찍을지 모른다”며 “하나님만 안다”고 웃었다. 야채 가게 백모(남·50대 후반) 씨도 “뚜껑은 열어봐야 한다”고 손사래 쳤다. 

자영업 특성상 좀처럼 표심을 드러내지 않는 상인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적극적으로 지지 표명을 해오는 이들도 있었다. 막상막하였다. 

“이재명을 지지한다”는 정육점 가게 주인 40대 정진호 씨는 “대선까지 나왔으니까 잘하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슈퍼에서 카운터 보는 20대 초반의 장진석(남) 씨는 “이재명이 될 것 같다”며 지지표시를 보냈다.

“윤형선을 지지한다”는 30대 젊은 부부(남편 유모 씨)는 “더불어민주당을 싫어해서 윤 후보에 좀 더 호감”이라고 답했다. 40대 이모(여) 씨는 “이재명은 연고도 없고 어차피 떠날 사람이다. 가게 단골들도 이 후보가 계양을을 너무 만만하게 봤다고들 하더라”며 “진짜 오랫동안 지역을 지켜온 윤형선을 밀어줄 것”이라고 귓속말로 전했다. 

 

끝까지 투표 호소 


인천계양을의 국민의힘 윤형선 후보 선거사무소는 이재명 후보 캠프 건물 옆에 위치해 있다.ⓒ시사오늘
인천계양을의 국민의힘 윤형선 후보 선거사무소는 이재명 후보 캠프 건물 옆에 위치해 있다.ⓒ시사오늘

윤 후보 선거사무소는 이 후보 캠프와 이웃해 있다. 스케일이 큰 이 후보 선거사무소와 달리 조촐하니 아기자기한 감이 있었다. 사무실은 ‘열공 모드’로 후끈했다. 윤 후보 책상 토론회 준비 자료들이 한가득 쌓여 있다. 오후 5시 동양동 사거리 유세를 하려했지만 tv토론회 준비에 전념하고자 좀 더 일찍 들어왔다는 사무장의 설명이 전해졌다. 

잠시 시간을 내준 윤 후보를 만났다. 매우 피곤해 보였다. 툭 건드리면 그대로 쓰러져 잘 수 있을 것 같은 눈이었다. 몇 시간 자느냐고 물었다. 하루 서너 시간밖에 못 잔다고 했다. “유권자를 만나려면 24시간도 모자랄 지경”이라며 개의치 않는 표정이다. 예상보다 빠른 시일 안에 골든 크로스를 경험해 힘이 난다는 말도 더해졌다. 

국민의힘 윤형선 후보에게 사진을 요청하자 제스처를 취하며 웃음을 짓고 있다.ⓒ시사오늘
국민의힘 윤형선 후보에게 사진을 요청하자 제스처를 취하며 웃음을 짓고 있다.ⓒ시사오늘

보통 지방선거는 시장 지지율 따라간다는 말이 있다. 인천시장 선거는 ‘국민의힘 유정복 vs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간 대결이다. 유 후보가 앞서가는 형국인 데다 새 정부 출범 직후다. 바람과 구도 면에서는 나쁘지 않지만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기본적으로 험지다. 상대 후보가 워낙 유명한 데다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는 개딸들과 지지자들의 지원도 상당하다. 기존 송영길 후보의 조직력도 탄탄히 뒷받침돼 있다. 

떨어지고 나면 가장 아쉬운 게 ‘한 명의 유권자라도 더 만날걸’ 하는 거다. 윤 후보도 투표를 호소했다. “25년 동안 지역을 지킨 저와 25일 후보와의 대결”이라며 “계양을 주민의 자존심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사진 촬영을 부탁했다. 제스처를 취해주며 연신 웃음을 지어줬다.

돌아 나오는 길. 막판 전략을 물었다. 담당자는 “토박이론”을 강조했다. “이 후보가 세몰이라면 우리는 토박이론”이라며 “한 표를 더 얻기 위해 끝까지 죽을 각오로 뛰는 것이 전략”이라고 밝혔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꿈은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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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우우 2022-05-27 16:17:56
자기 얼굴 가린다고 나무 전지한 것 좀 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