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하 죽음, 미리 알고 있었던 사람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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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하 죽음, 미리 알고 있었던 사람은 누구?
  • 신상인 기자
  • 승인 2012.08.20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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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하 셋째 아들, “박정희 옹호하는 박근혜 후보, 대통령 되면 안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신상인 기자]

최근 장준하 선생이 의문사를 당한 지 37년 만에 타살 흔적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고 장준하 선생 셋째 아들 장호준 목사(53)가 한 언론과 단독 인터뷰에 응했다. 장 목사는 “이미 당시 박정희 정권의 누군가가 아버지를 살해했고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장 선생의 장남 장호권 씨도 한 라디오 방송과 인터뷰에서 “타살이 확실해진다면 박근혜 후보는 대선후보로서 책임져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어 미국 동부에 살고 있는 장 목사는 지난 17일 오후(한국 시각)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과거 역사가 청산되지 않은 상태에서 역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면서 가해자의 진심 어린 과거사 청산 노력을 강조했다.

▲ 지난 17일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성동리에서 열린 장준하 공원 제막식 및 제37주기 추도식이 열렸다. 고 장준하 공원에 있는 흉상 조형물. ⓒ뉴시스
장 목사는 “아버지가 죽은 건 오후 1시 30분이고, 일행이 산을 내려와 이 사실을 다른 이들에게 알린 것은 오후 3시 이후”라며 “하지만 이미 오후 1시 누군가 집으로 ‘아버지가 크게 다쳤다’고 전화를 해왔다, 휴대전화가 없는 시기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장 목사는 어머니 김희숙씨와 함께 경기 포천군 이동면에서 현장을 확인했다. 닷새 뒤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장례식에서 고인의 영정을 들었다. 열여섯의 장 목사는 “어린 나이에 ‘원수를 갚겠다’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최근 장준하 선생 타살 의혹이 다시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이미 37년 전에 알고 있었다. 아버지 장준하 선생이 박정희 정권의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다는 것을 의심한 적이 없다. 다만, 누가 지시해서 어떤 도구로 아버지를 내려쳤는지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박정희 정권에 의한 타살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아버지 사망 후 우연히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중앙정보부(중정) 요원에게 ‘우리가 죽이지는 않았다’는 얘기를 들었다. 박정희 정권에서 아버지를 죽일 수 있는 기관은 중정 아니면 청와대 경호실이다.

하지만 당시 그런 이야기가 공론화되지 못했다. 다만,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살해 지시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아버지의 살아온 궤적을 보면, 박 전 대통령은 아버지를 감히 도전할 수 있는 상대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라며 전했다.

하지만 70~80년대 민주화 운동시절을 회고하는 한 야당인사는 “누굴 죽이고 못 살게 구는 지시는 ‘아직도 그 사람 잘 다니고 있다던데…’라고 하면 밑에서 알아서 해결한다”고 했다. “마치 일본 사무라이 집단이나, 이탈리아 마피아처럼…”.

장 목사는 지난 2009년 박 전 대통령의 친일인명사전 등재를 막으려 했던 박지만씨에게 쓴 공개편지에서 “역사는 결코 지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지우려 할수록 번지는 것이 역사이며, 지만씨의 행동은 수치스러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꼬집은 바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장준하 선생 유족에 대한 박근혜 새누리당 경선 후보의 화해 시도에 대해 “역사에 굴곡을 만들어놓고 화해를 하겠다고 한다면, 이완용이 한민족 앞에 용서를 구할 경우 화해를 할 수 있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 가족에게 정당한 역사 평가를 요구했다.

장 목사는 “아버지는 생전에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은 대통령이 될 수 있어도, 박정희는 안 된다’고 한 적이 있다”며 “박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정체성 자체를 부정한 사람이다, 박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대선 국면에서 아버지의 의문사가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라며 “아버지가 1944년 일제 관동군에 강제 징집 당한 뒤 탈출해 눈 속에서 발톱이 빠져가면서 죽음의 길을 걸어 광복군에 합류했고, 이후 이승만 박정희 독재정권과 싸우고 투옥됐고 의문사를 당했다는 사실이 재조명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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