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실 다지기냐 외형 확대냐…유통가, 엇갈리는 배송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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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실 다지기냐 외형 확대냐…유통가, 엇갈리는 배송 전략
  • 안지예 기자
  • 승인 2023.06.15 1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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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용 구조 새벽배송 줄고 퀵커머스 등 강화
11번가는 빠른 성장 위해 직매입·익일 배송 집중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홈플러스 배송 차량 ⓒ사진 제공=홈플러스

이커머스 업계가 수익성을 고려한 배송 전략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한때 쿠팡처럼 새벽배송, 빠른 배송이 공통적인 경쟁력으로 꼽혔지만, 최근엔 배송 경쟁력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면서 업체별로 적합한 전략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공통적으로 주요 이커머스 기업들은 기존의 출혈 경쟁을 지양하고, 수익성에 초점을 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시장 성장이 둔화되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내실 다지기로 방향을 선회한 움직임이다.

대표적으로 여러 기업들이 뛰어들었던 새벽배송 전략 노선은 현상 유지 혹은 축소세다. 지난해 4월 롯데쇼핑 ‘롯데온’을 시작으로, 5월엔 BGF리테일의 ‘헬로네이처’, 7월엔 GS리테일의 온라인몰 ‘GS프레시몰’ 등이 새벽배송 운영을 중단했다.

기본적으로 고비용 구조인데다 물류비, 인건비 등이 상승하면서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신세계도 온라인 사업에서 새벽배송을 확장하기보다는 시간대별 배송 정확도를 높이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실제 G마켓은 올해 하반기에 소비자가 주문 상품을 언제 받을 수 있는지 명확히 알려주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강희석 이마트·SSG닷컴 대표는 최근 열린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 론칭 기자간담회에서 “새벽배송 커버리지가 적어진다고 해서 배송 특성상 고객에게 불편을 주지는 않는다고 본다”면서 “현재 예약배송이 가능해서 원하는 시간대 선택이 가능한데 애초에 새벽배송 선택 비중이 그렇게 높지 않아서 크게 약점이 생긴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대형마트는 새벽배송보다는 최근 오프라인 점포를 활용한 근거리 배송 ‘퀵커머스’ 성장세에 주목하고 있다. 온라인 업체들은 시도할 수 없는 사업 구상이라는 점에서 차별점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 기대다.

홈플러스는 점포 기반의 ‘마트직송’, ‘즉시배송’ 등 배송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이 같은 고객 편의에 집중한 ‘맞춤배송’ 시스템을 기반으로 최근 4년간 연평균 20%대 성장을 이뤄냈다. 배송 효율성에 집중하면서 향후 이익 개선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롯데슈퍼는 오는 7월 1일부터 온라인 사업을 접고 방문 고객 대상 근거리 서비스에 더 집중한다. 향후 오프라인 매장에서 3만 원 이상 구매하면 500m 안팎의 장소까지 무료로 가져다주는 근거리 배달 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11월부터 진행해온 롯데마트와의 통합 작업 일환이다. 각 사가 잘하는 업무에 더 집중해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롯데슈퍼가 근거리 배달을 확대하는 대신 온라인 사업은 전국 배송망을 갖춘 롯데마트와 롯데온이 주력한다.

반면 11번가는 직매입 기반 빠른 배송 서비스 ‘슈팅배송’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슈팅배송은 평일 자정까지 주문한 상품을 다음날 무료로 받아볼 수 있는 익일배송 서비스로, 최근 다양한 제조사와의 협업, 캠페인 등을 펼치면서 인지도 확대에 나선 상황이다. 직매입과 익일배송은 쿠팡이 성장해온 방식과 유사하다.

11번가의 행보는 수익에 기반한 매출 성장을 목표로 하지만, 우선은 외형 확대에 힘을 쏟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오는 하반기 예정된 IPO를 앞두고 기업 가치를 제고해야 하는 상황과도 무관치 않다. 슈팅배송 확대로 11번가의 지난 1분기 직매입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6배(+501%)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구매 고객 수도 지난해보다 2배 이상(+118%)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수익성 강화가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면서 “무조건적인 출혈 경쟁에 나서기보다는 업체별로 적합한 효율적인 배송 시스템을 꾸려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담당업무 : 유통전반, 백화점, 식음료, 주류, 소셜커머스 등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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