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라면 가격 인하 압박’, 전체 식품업계로 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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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라면 가격 인하 압박’, 전체 식품업계로 번지나
  • 안지예 기자
  • 승인 2023.06.21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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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 가격 내렸으니 이에 맞춰 라면 값 낮춰야”
가격 인하 선례 있어…제과·제빵업계도 주시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20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라면 매대의 모습 ⓒ사진 제공=뉴시스

식품업계가 윤석열 정부의 라면 가격 인하 압박 후폭풍이 어디까지 번질지 긴장하는 분위기다. 라면 제조사들이 후속 조치에 대한 검토에 들어간 가운데 다른 식품기업들도 여파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출연한 한 방송에서 라면 생산 업체들에게 가격을 인하할 것으로 사실상 직접적으로 권고했다. 앞서 밀 등 국제 원재료 값 상승을 이유로 가격 인상을 단행한 만큼, 최근 원재료 가격이 안정화된 품목은 그만큼 가격을 다시 내려야 한다는 논리다.

추 부총리는 “지난해 9~10월 (라면 가격을) 많이 인상했는데 현재 국제 밀 가격이 그때보다 50% 안팎 내렸다”며 “기업들이 밀 가격이 내린 부분에 맞춰 적정하게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단체가 가격을 조사해서 영향력을 행사했으면 좋겠다”며 “업계도 밀 가격이 내렸으면 소비자 기대에 부응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지난해 국내 라면업계는 줄줄이 제품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농심은 지난해 9월 라면 출고가를 평균 11.3% 인상했으며, 뒤이어 10월엔 팔도(9.8%)와 오뚜기(11.0%)도 가격을 올렸다. 삼양식품도 지난해 11월 주요 제품 가격을 평균 9.7% 인상했다.

명분은 국제 곡물 가격 상승과 고환율 등에 따른 제반 비용 급증이었다. 지난해 상반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상기후 현상 등으로 국제 곡물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원가 압박이 심해졌다는 것이다.

라면업계는 정부의 가격 인하 권고에 난감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제 밀 가격이 하락세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밀 외에 다른 원료 가격은 오히려 오르고 있어 원가 부담이 여전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정부가 가격 인하 품목으로 라면을 콕 집은데 대한 당혹감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라면이 이른바 ‘서민 음식’ 품목에 묶여있어서 가격 인상 때도 늘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면서 “가격 인상에는 여러 요인이 얽혀 있는데 내부적으로도 고심이 깊다”고 말했다.

라면 기업들이 가격 인하를 결정한다면, 비슷한 시기 가격을 올린 다른 식음료 회사들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정부의 다음 타깃이 제과·제빵 분야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밀 가격 하락을 이유로 라면업계에 가격 인하를 권고한 만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전례도 있다. 2010년 MB(이명박 전 대통령)정부는 밀가루 가격 인하를 근거로 식품업계에 가격 인하를 압박했고, 결국 주요 기업들이 관련 제품 가격을 내린 바 있다. 당시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팔도 등 라면업체들이 일부 제품 가격을 인하하자 뒤이어 롯데제과, 크라운해태, SPC, CJ푸드빌 등 제과·제빵 기업들이 이에 동참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정부가 앞장서 가격을 내리라는 신호를 보내자 소비자단체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지난 20일 보도자료를 배포해 “밀을 주 원재료로 하는 기업들은 작년 국제 곡물 가격 인상을 이유로 시기만을 달리해 일제히 가격을 올렸다”면서 “원재료가 하락의 요인도 거침없이, 빠르게 소비자가에 적용해 시장 경제가 다시 활력을 가질 수 있도록 동참해달라”고 촉구했다.

특히 기업들의 매출 원가율, 영업이익 등을 살펴보면 매출원가의 폭등으로 큰 부담이 있다는 정황은 눈에 띄지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현재 밀 원재료가의 하락세는 이어지고 있다”며 “아직까지 평년 가격으로 돌아간 상황은 아니지만 가격 인상 시마다 기업들이 민감하게 반응한 원재료가의 변동 중 인하된 부분에 대해서도 소비자가에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담당업무 : 유통전반, 백화점, 식음료, 주류, 소셜커머스 등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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