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은 LG” 어디서부터 시작된 말일까…유래 찾아보니 [편슬기의 니편 내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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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은 LG” 어디서부터 시작된 말일까…유래 찾아보니 [편슬기의 니편 내편]
  • 편슬기 기자
  • 승인 2023.07.03 1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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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 변경 전 금성사(社) 제품, 튼튼하고 수명 길기로 ‘유명’
‘가전은 금성’이 사명 변경과 함께 ‘가전은 LG’로 변화 유력
LG전자 “뛰어난 핵심 부품 기술력이 ‘가전은 LG’ 인식 낳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편슬기 기자]

기업들의 PR 활동이 활발한 시대다. 새로운 서비스, 제품 출시부터 각종 선행과 기부 소식은 단 몇 분이면 온 매체와 커뮤니티로 퍼져나간다. 하지만 기업 중심의 일방향적인 소통은 큰 호응을 얻기 힘들다. 소비자의 시선으로 들여다 볼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다. 이에 칭찬할 점이 있으면 마땅히 ‘편’ 들어주고, 잘못했다 지적할 점은 풍자와 유머를 곁들여 날카롭게 찌르자는 취지로 [니편 내편] 코너를 준비했다. 코너명의 '니(너)'는 본래 '네'로 표기해야 하지만 친근함을 위해 니로 표현한다. 〈편집자 주〉

영등포구에 위치한 LG전자 본사 사옥 ‘LG트윈타워’ 모습. ⓒ 뉴시스
영등포구에 위치한 LG전자 본사 사옥 ‘LG트윈타워’ 모습. ⓒ 뉴시스

‘가전은 LG’(엘지)라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거의 관용어처럼 자리 잡은 이 말은, 가전 구입시 소비자들의 뇌리에서 LG전자 브랜드를 우선적으로 떠올리게 만든다.

포털 사이트에서 해당 키워드를 검색해 보면, 동일한 궁금증을 가진 누리꾼들의 질문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오죽하면 검색창에 ‘가전은’까지만 입력해도 자동완성 기능으로 ‘가전은 LG’라는 문구가 버젓이 뜬다. 대체 언제부터, 왜 ‘가전은 LG’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걸까. 

이 표현의 유래를 찾다 보면, LG의 전신인 금성(Gold star)사가 활발하게 사업을 펼치던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도 금성 브랜드의 선풍기, TV, 세탁기 등 가전제품의 명성이 자자했다. ‘튼튼함’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고장 없이 10년, 15년 사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사실 10년 정도는 금성 제품 중에서 오래 사용한 축에도 못 낀다고 한다. 20년 넘게 사용했다는 선풍기와 1983년에 출시된 전자레인지와 1984년 출시된 김치냉장고, 1991년 국내 최초로 출시된 의류 건조기 등 최소 20년에서 30년 이상 멀쩡하게 사용된 제품들이 허다하다. LG전자에 기증한 사례들이 적지 않다.

특히 사용한 지 45년 된 금성사의 국내 최초 벽걸이 형 에어컨 제품이 멀쩡하게 LG전자로 돌아온 사연도 이슈가 됐다. 이렇듯 금성사의 가전이 고장 나지 않고 튼튼한 내구성을 자랑한다는 점은 뉴스 기사로 얼마든지 확인 가능하다. 

기자 역시 집 안방에 놓여있던 커다란 TV가 기억에 있다. Gold Star 로고가 박힌 브라운관 TV로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용의눈물 △여인천하 △허준 등 내로라하던 명작 드라마를 보여준 고마운 친구였다. 그 TV는 기자가 3~4살이었던 시절 찍은 사진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직접 경험한 바로도, ‘가전은 LG’라는 표현을 수긍할 수 밖에 없다.

허리케인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LG전자 냉장고’가 정상 작동되는 모습. ⓒ 온라인 커뮤니티
허리케인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LG전자 냉장고’가 정상 작동되는 모습. ⓒ 온라인 커뮤니티

이러한 실례에서 알 수 있듯, 소비자들 사이에서 ‘가전은 금성’이라는 말은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그리고 금성이 LG전자로 사명을 바꾸면서 해당 명성은 그대로 옮겨졌다. 브랜드만 바꿔 ‘가전은 LG’로 이어졌다는 얘기가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그럼 ‘가전은 LG’가 아니라 ‘가전은 금성’에서 끝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할 수 있겠다. 하지만 브랜드명을 바꿔서까지 명성이 전해지는 데엔 다 이유가 있다.

2012년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의 작은 마을인 데니스빌(Deneysville)에 토네이도가 일대를 휩쓴 사건이 발생했다. 데니스빌에 거주 중이었던 마크 로우(Mark Louw)는 토네이도가 지나간 후 집으로 돌아갔으나 지붕이 날아간 집, 뒤집힌 자동차를 발견했다.

다만 놀라운 점은 LG전자 양문 냉장고의 생존 소식이었다. 살짝 찌그러진 채로 발견된 해당 제품은 전원 코드를 콘센트에 연결하자 불이 들어왔다. 관련 내용을 다룬 기사에 달린 댓글 중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것이 ‘가전은 엘지’였다. 

LG전자 역시 이러한 표현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한 관계자에게 유래를 물으니 “워낙 오래전부터 쓰여온 표현임은 분명하다. 다만 정확한 유래를 아는 분이 내부에 있을진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몇 다리를 건너서야 납득이 가는 답을 들을 수 있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LG전자가 제품에 탑재하고 있는 핵심 부품의 기술력 때문”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생활가전은 오랜 시간 사용하는 특성상 미려한 디자인만큼이나 성능, 품질 등이 중요한 데, LG전자가 주요 제품에 적용 중인 핵심 부품 기술력이 경쟁 제품 대비 한 세대 앞선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는 것이다. 세탁기와 건조기의 심장인 인버터 DD(Direct Drive)모터, 냉장고의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 등이 대표 자산으로 꼽힌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한 제품을 구매해 오래 사용하면 “가전 회사 다 망한다”고 흔히들 말한다. 그런데 LG전자를 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은 모양이다. 잘 만든 가전 하나가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고, 대를 잇는 장수 기업으로 우뚝 솟게하니 말이다. 본업에 충실한 것이야말로 시장에서 살아남는 ‘정도’(正道)임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담당업무 : IT, 통신, 전기전자 / 항공, 물류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Do or do not There is no 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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