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오이지는 ‘꿀맛’ [이순자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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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오이지는 ‘꿀맛’ [이순자의 하루]
  • 이순자 자유기고가
  • 승인 2023.07.02 2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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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순자 자유기고가)

여름이 되니 땀도 많이 나고 입맛도 떨어지고 기력도 없어진다고나 할까? 딱 이맘때쯤에 생각나는 반찬이 한 가지가 있다. 여름 입맛을 돋워주고 입안을 개운하게 해주는 담백한 반찬, 바로 오이지다. 

마트에서 오이를 10개 사다가 오이지를 담갔다. 우선 굵은 소금물을 적당히 풀고, 오이를 가지런히 넣은 후에 도수 높은 소주를 적당히 넣고 좀 작은 통에 물을 가득 담아 잠그고 오이를 눌러놓았다. 열흘이 지나니 오이지가 노랗고 예쁘게 익었다. 동글동글 얄팍하게 썰어서 시원한 물을 붓고 생파를 송송 썰어 띄워서 오이지 물김치를 만들어 먹으니 입맛이 산다. 

또한, 오이지를 얄팍얄팍 썰어서 물기를 꼭 짜고 갖은양념에 묻혀도 아주 맛이 좋다. 씹을 때마다 아작아작 소리가 나고 목 넘김이 좋다. 그래도 내 머리 한편에는 옛날 생각이 난다. 시골 살 때 담가 먹었던 오이지 생각이 난다. 

옛날에는 특히 소금 항아리에다가 오이지를 담갔다. 소금 항아리에 오이를 차곡차곡 담고 소금물을 풀어 넣고 깨끗한 볏짚을 한 움큼 돌돌 말아 오이를 덮고 반질반질한 강돌을 납작한 것으로 꾹 눌러놓고는 오이지가 되는 대로 꺼내 먹었다. 그러면서 밭에 심은 오이가 크는 대로 생오이를 속으로 쑤셔 넣고 위에다가 소금을 알맞게 보충시켜주면 되었다. 

아마도 그 볏짚은 오이지 맛을 더욱 맛나게 도와주는 역할을 해줬던 것 같다. 그때는 모두가 가난했던 시절이라서 잘 익은 오이지를 네 갈래로 쭉쭉 쪼개 물에 담그고 흰쌀밥에 먹으면 그야말로 잊을 수 없는 꿀맛이었다. 

나는 또 오늘 옛날 얘기를 했다. 모두가 지나간 것은 그리운 추억이 되는 걸까? 이랬거나 저랬거나 옛날 오이지 맛은 일품이었다. 몇십 년이 흘러간 지금 나는 오늘 소주로 담은 오이지 물김치에 밥을 먹으며 옛날 오이지 맛에 취했다. 
 

※ 시민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글을 쓰는 이순자 씨는 서울 양천구 신월동에 사는 77세 할머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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