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할까 말까…강서구청장 보선 놓고 고민 빠진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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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할까 말까…강서구청장 보선 놓고 고민 빠진 국민의힘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3.07.25 1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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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 vs 무공천 갑론을박에 김태우 사면 후 재출마설까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사면 후 재출마설이 나오는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 ⓒ강서구청
사면 후 재출마설이 나오는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 ⓒ강서구청

오는 10월 11일로 예정된 2023년 하반기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이 고민에 빠졌습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공천할지 여부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번 선거는 내년 총선의 ‘전초전(前哨戰)’ 성격을 띠는 만큼, 국민의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일단 당내 분위기는 ‘무공천’ 기류가 강한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의힘 당규에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인하여 재·보궐선거가 발생한 경우 선거구의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돼있습니다.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김태우 전 구청장의 피선거권 박탈로 인해 치러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무공천이 ‘원칙’에 가깝습니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강서구는 전통적인 야당 강세 지역입니다. 2010년 이후 12년간 노현송 전 구청장이 3선을 했고, 현직 국회의원 세 명(갑 강선우·을 진성준·병 한정애) 모두 더불어민주당 출신일 정도입니다. 심지어 민주당은 ‘혁신’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강서구청장 후보로 전략공천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집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인물이 필요한데, 당내에서는 현재 하마평에 오른 후보군의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러다 보니 굳이 무공천 원칙을 깨면서까지 후보를 내 내년 총선에 악영향을 미칠 필요가 있냐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습니다. 선거를 이슈화하지 않으면서, 당규를 지킨다는 명분까지 얻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자는 겁니다.

반면 공천을 해야한다는 목소리도 작지 않습니다. 우선 내년 총선을 위해서라도 ‘국민의힘이 강서구를 포기한다’는 인식을 심어줘선 안 된다는 반론이 제기됩니다. 당장 지난 지방선거에서 김 전 구청장이 승리를 거뒀던 지역을 ‘민주당에 유리한 곳’이라는 이유로 포기하는 건 강서구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실제로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강서구 전 지역에서 오세훈 후보 송영길 후보를 앞섰습니다.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득표율 49.17%로 46.97%에 그친 윤석열 후보에게 앞섰지만, 득표수 차이는 8490표에 불과했습니다. 이에 당내에서는 설사 이번 보궐선거에서 지더라도 후보를 내야 총선 승리를 기대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무공천에 명분이 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국민의힘 당규는 무공천 사유를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재·보궐선거가 발생한 경우’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김 전 구청장의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 유죄 판결로 공석이 된 강서구청장은 무공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즉, 당규상 문제가 없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무공천을 하는 건 ‘선거 포기’로 비칠 수밖에 없다는 우려입니다.

일각에서는 김 전 구청장을 사면해 재출마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제3의 방안’도 거론됩니다. 김 전 구청장의 공무상 비밀 누설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과 관련된 ‘공익 제보’였던 만큼, 보궐선거에서 강서구민들의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여당 소속 서울 구청장 15명은 최근 김 전 구청장의 특별 사면·복권을 대통령실과 당 지도부에 건의했습니다. 김 전 구청장 역시 재출마 의사가 강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러나 이 역시 법원 판결을 부정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아니라는 분석입니다. 공천을 하자니 패배할 확률이 높고, 무공천을 하자니 지역민들에게 ‘선거 포기’로 비칠 가능성이 있고, 김 전 구청장에게 재출마 기회를 주자니 ‘법치(法治)’를 부정하는 모양새가 되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 딜레마 속에서, 국민의힘은 모두가 만족할 만한 묘수를 내놓을 수 있을까요.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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