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드 이사회 의장,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고수현의 금융속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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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카드 이사회 의장,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고수현의 금융속풀이]
  • 고수현 기자
  • 승인 2023.08.23 1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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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박완식→4월 김영섭 이사회 의장 교체
선임사유 ‘의사결정 효율화’→‘독립성 보장’
우리금융 주요 계열사, 모두 사외이사 의장
우리카드도 사외이사 의장…ESG경영 강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우리카드 이사회는 지난 3월 23일 박완식 대표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가 4월 13일 김영섭 사외이사로 교체했다. 불과 한 달도 지나기 전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의장 교체지만, 논의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진행되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시사오늘 이근

금융지주 계열 금융사들은 이사회를 꾸리고 경영과 밀접한 주요 안건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기존 대표 단독 권한체제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밀실 경영 논란을 최소화하고 이사회 소속 이사들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민주적 의사결정이 이뤄진다는 장점이 있죠. 이 같은 이사회 체제는 이미 금융권 경영이념 중 하나로 자리잡은 ESG 가운데 지배구조(G) 부문과도 밀접하죠.

이사회는 크게 이사회 의장이 누구냐에 따라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의장이 사내이사인 대표이사인 경우와 사외이사인 경우죠. 전자의 경우는 상근직인 대표이사가 의장을 맡아 신속한 의사결정이 이뤄진다는 게 장점입니다. 반대로 후자는 대표이사와 의장을 별도 선임해 이사회의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죠.

최근 ESG 실천을 위해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는 경우가 많지만, 영업환경 등을 이유로 상황에 따라 대표이사가 의장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금융회사는 원칙적으로는 사외이사 가운데 이사회 의장을 선출해야합니다. 예외적으로 대표이사를 의장으로 할 경우 선임사외이사를 따로 선출하고, 그 이유도 밝혀야하죠.

어찌됐든 금융회사라고 해서 이사회 의장을 꼭 사외이사로만 해야한다는 건 아니라는 말입니다. 하지만 금융회사의 경우 대체로 사외이사 중 이사회 의장을 뽑습니다. 대표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둘 경우 금융감독당국의 불편한 시선을 감수해야하니까요.

여기 흥미로운 사례가 하나 있습니다. 우리카드의 경우 박완식 대표이사(사장) 취임 후 미묘한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앞서 우리카드 이사회는 박완식 대표 취임(2023년 3월 23일)과 동시에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습니다. 이사회 전원의 동의가 있었죠.

당시 우리카드는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경영에 탁월한 능력을 갖춘 상근직인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음으로써 이사회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제고하겠다라고 밝혔죠. 선임사외이사도 선출해 관련 법규를 충실히 이행했습니다.

그러나 한 달도 안 돼 이사회 의장이 바뀌었습니다. 우리카드 이사회는 지난 4월 13일 김영섭 사외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하면서 이사회 독립성과 경영 의사결정 투명성 제고를 위한 결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두고 우리금융지주 주요 계열사 가운데 유일한 대표이사 의장 체제였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실제로 우리금융캐피탈, 우리종금은 3월 23일, 3월 24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의장을 선임했는데 모두 사외이사였습니다. 우리은행도 사외이사 중에서 이사회 의장을 선임하고 있죠.

이 같은 상황에서 취임 당시 박완식 대표의 이사회 의장 겸임은 다른 우리금융 계열사와는 결을 달리했습니다. 게다가 박완식 대표는 당시 우리은행장 후보로 오른 상황이었죠. 앞서 우리금융지주가 추진한 은행장 선정 프로세스는 지난 3~5월 진행이 됐는데 당시 은행장 후보에는 우리카드 박완식 대표도 이름을 올렸었습니다. 심층면접 준비 등으로 바쁜 와중에도 박 대표는 한 번의 결석 없이 모든 이사회 일정에 참여하는 열정을 보였죠.

이러한 박 대표의 열정과 별개로 우리카드 이사회는 최종적으로 이사회 독립성 보장이라는 원칙을 따랐습니다. 사외이사 중에서 이사회 의장을 선임한 것이죠.

이는 단순히 이사회 의장이 교체됐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카드는 얼마 전까지만해도 대표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해왔습니다. 전임 사장인 김정기 전 대표를 비롯해 정원재 전 대표, 유구현 전 대표 역시 이사회 의장을 겸임했는데, 이 같은 관행이 최근 깨진 것이죠. 

시기만 놓고 보면 불과 한 달 사이에 벌어진 일이지만, 우리카드는 이전부터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 선출을 위해 다양한 검토와 논의를 진행해왔다고 밝혔습니다. 기존에는 회사 성장을 위해 대표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ESG경영 지배구조 강화, 그리고 이사회 독립성 제고를 위해 관련 검토가 이뤄졌다는 것입니다.

결정적으로 박완식 대표 취임 후 처음으로 사외이사 중 이사회 의장을 선임하면서 건전한 지배구조 확립이라는 원칙이 세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전사적 차원으로 ESG경영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의 일환으로도 읽힙니다. 실제로 박완식 대표 취임 후 이 같은 행보는 이전보다 강화됐습니다. 앞서 우리카드는 카드업계 최초로 상생금융정책을 발표하기도 했죠. 이후 다른 카드사들이 동참하면서 포용금융 확산에 기여했고요.

우리카드가 앞으로도 어떠한 ESG경영 강화 행보를 보일 지, 흥미롭게 지켜볼 이유입니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은행·카드 담당)
좌우명 : 기자가 똑똑해지면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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