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가속페달 밟는 KG모빌리티…자체 플랫폼 개발 대신 ‘도입’ 나선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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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가속페달 밟는 KG모빌리티…자체 플랫폼 개발 대신 ‘도입’ 나선 이유는?
  • 장대한 기자
  • 승인 2023.08.29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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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절감 및 개발 기간 단축해 친환경 전환 속도감 부여
2분기 에디슨모터스 인수 영향도 고려…자금 부담 한몫
플랫폼 도입 시 현대차·BYD 택할 가능성도…효율 극대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KG모빌리티가 당초 내세웠던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타 브랜드 대비 뒤처진 친환경차 출시를 앞당기기 위해 타사의 검증받은 플랫폼을 빌려와 미래차 개발에 나서기로 선회한 것이다.

투자 비용을 절감하고 사업 리스크를 덜, 차량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등의 이점을 노리는 복안이다. 올 들어 흑자전환을 이루긴 했으나 에디슨모터스 인수에 따른 비용 증가와 사업 안정화 시간 등을 감안, 전략적 운영에 나섰다는 평가다.

 

KG모빌리티, 전기차 플랫폼 개발 대신 빌려 쓰기로…자체 확보 계획 ‘급선회’


KG 모빌리티 평택 공장 전경. ⓒ KG 모빌리티
KG 모빌리티 평택 공장 전경. ⓒ KG 모빌리티

29일 업계에 따르면 KG모빌리티는 친환경 신차 개발 과정에서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전기차 플랫폼을 직접 개발하는 대신, 협업을 통합 도입 방침 노선을 정했다. 현재 하이브리드 시스템 도입은 2곳 이상의 업체와 논의가 진행 중이다. 전기차 플랫폼 협업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목표로 메이커들과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KG모빌리티는 친환경차 플랫폼 자체 개발을 목표했던 바 있다. 곽재선 회장은 지난 4월 열린 '2023 서울모빌리티쇼' 자리에서 미래 비전을 발표하며,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과 이를 적용한 첫차가 F100 모델이 될 것임을 공언했다. 

다만 2분기가 지나가면서 기류가 급변한 것으로 전해진다. 내부적으로 현실적인 비용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돼서다. KG모빌리티가 전기버스 회사인 에디슨모터스 인수를 결정한 데다, 시장 트렌드 주류로 올라선 하이브리드 모델을 확보할 필요성까지 부각돼 투자·개발 부담이 더욱 늘어난 상황을 맞았다. 결국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전기차 플랫폼 모두를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개발 대신 '도입'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변화는 1분기와 2분기 당시 실적발표 자료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1분기 '글로벌 소싱 및 협업을 통한 EV전용 플랫폼 개발'이란 표현은 2분기 'EV 전용 플랫폼 도입'으로 바뀌었다.

이미 업계에선 친환경차 시대 전환에 발맞춰 메이커들 간 협업이 활성화되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르노코리아자동차는 중국 지리차와 협업해 볼보 CMA 플랫폼을 적용한 신차를 내년에 선보일 계획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오로라'로 명명돼 르노코리아의 경영 정상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포드가 폭스바겐 MEB 플랫폼을 빌려 쓰고, 혼다는 GM의 얼티엄 플랫폼을 도입해 당장 내년에 전기차 2종을 투입할 예정"이라며 "이 같은 플랫폼 협업은 결국 돈과 관계 있다. 회사 차원에선 비용 감소와 규모의 경제 실현을 이루고, 소비자 입장에선 가격 경쟁력을 갖춘 모델들을 선택할 수 있어 모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KG모빌리티와 손잡을 기업은?…확장성 갖춘 현대차 vs. 배터리 합작 BYD


기아 EV6에 적용된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의 모습. 사진은 본문과 무관. ⓒ

최근엔 KG모빌리티와 현대차의 협업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KG모빌리티와 현대차 관계자들 간 협업 모색을 위한 미팅도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현대차는 현재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을 2025년 도입 목표로 개발 중이다. 해당 플랫폼은 기존 현대차가 보유한 E-GMP보다 유연하게 설계돼 소형부터 픽업, 고급차종인 제네시스까지 전체 차급을 아우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KG모빌리티 적용 시, 하나의 플랫폼으로 최대 강점인 픽업과 각 차급별 SUV 라인업 모두를 촘촘히 구성할 수 있게 된다.

협업은 시기적으로도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배가하는 데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현대차가 2025년 선도 기술을 적용한 차량을 선보이면, 이어 쌍용차가 2026년 해당 플랫폼을 접목한 첫 친환경 신차를 선보이는 순이다.

KG모빌리티 입장에선 플랫폼을 빌려다 쓰는 만큼, 개발비 절감과 시간 단축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현대차 입장에선 글로벌 시장에 차세대 플랫폼의 우수성과 유연성을 입증하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국산 브랜드들끼리 손잡아 K-미래차 산업 육성에 힘을 합친다는 점 역시 의미를 더한다.  

KG모빌리티는 지난 2021년 12월 글로벌 전기차 선도기업인 BYD사와 배터리 개발 계약 및 배터리 팩 자체 생산을 위한 기술협력 MOU를 체결했다.
KG모빌리티는 지난 2021년 12월 글로벌 전기차 선도기업인 BYD사와 배터리 개발 계약 및 배터리 팩 자체 생산을 위한 기술협력 MOU를 체결했다. 왼쪽이 심준엽 전동화개발 사업부장 상무. ⓒ KG모빌리티

중국 브랜드와의 협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KG모빌리티는 중국 BYD와 제휴해 배터리 개발에 나서고 있다. 해당 기술은 오는 9월 출시 예정인 토레스 EVX에 적용된다. 양사는 합작 배터리 패키징 공장 설립까지 준비 중이다. 

두 브랜드 간 협업은 배터리 분야 이상으로 확대될 수 있다. BYD는 배터리 제조사인 동시에 글로벌 전기차 1위 회사라는 점에서 전기차 플랫폼 기술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배터리 시스템에 최적화된 플랫폼 개발을 고려하면, 전기차 통합 솔루션 확보라는 이점을 챙길 수 있다.

KG모빌리티 측은 전기차 플랫폼 협업과 관련해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면서도, 효율 극대화를 위해 자체 개발 대신 도입을 택했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전기차 플랫폼 협업 진척과 관련된 얘기는 아직 구체적으로 들은 바 없다"면서도 "내부적으로 시간과 비용, 리스크 등을 모두 고려해 가장 빠르면서도 고품질의 전기차를 선보일 수 있는 방법으로 협업을 택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담당업무 : 자동차, 항공, 철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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