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게 더 싸게”…포문 열린 국산 전기차 ‘가격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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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게 더 싸게”…포문 열린 국산 전기차 ‘가격 전쟁’
  • 장대한 기자
  • 승인 2023.08.30 1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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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KG모빌리티, LFP배터리로 가성비 확보…레이·토레스 전기차 출격
전기차 내수 성장세 둔화 국면…가격 경쟁력 갖춘 신차 출시 ‘촉진제’ 부각
배터리 종류별 장단점 뚜렷…차량 특성·고객 니즈 반영한 양립 발전 무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국내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됨에 따라 추가 동력 확보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에 전기차 대중화를 위한 가장 매력적이자 효과적인 부흥책으로 '가격 경쟁' 전략이 부상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따라 국산 전기차 모델들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하는 일이 빈번해지는 추세다. 전기차 시장 발목을 잡는 최대 요인인 구매 부담을 낮춰, 견조한 성장세를 구가하는 데 보탬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차값 인플레이션’ 속 부담 최소화 중점…LFP 배터리서 해답 찾아


기아 레이 EV의 모습. ⓒ 기아
기아 레이 EV의 모습. ⓒ 기아

30일 업계에 따르면 KG모빌리티와 기아는 다음 달 전기차 '토레스 EVX'와 '레이 EV'를 각각 출시한다. 두 모델 모두 LFP 배터리를 장착함으로써 전기차 모델들 사이에서 뛰어난 가격 경쟁력을 지닌 것이 특징이다. 내연 기관 모델과 비교해서도 가격 상승 폭을 최대한 줄여냈다는 평가다.

대표적으로 레이 EV는 2000만 원 초반대에 구매 가능한 전기차로 눈길을 모은다. 트림별 2735만~2955만 원의 가격이 책정됐지만, 보조금 혜택 등을 더하면 내연기관 풀옵션 모델 가격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일부 지역에선 오히려 내연기관 모델보다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사전계약 반응이 나쁘지 않다는 게 기아 측 입장이다. 

이 같은 배경엔 기아 브랜드 최초의 LFP 배터리 적용이 자리한다. 경차 고객들의 눈높이에 걸맞는 판매 가격대를 맞추고자 기존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LPF 배터리를 택한 것이 주효했다. 지난 7월 기아 모닝 출시와 함께 경차 2000만 원 시대가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왔는데, 추가 가격 상승을 최대한 억제했단 분석이다. 경차 시장 소비 심리가 얼어붙을 수 있음을 고민한 결과로 읽힌다. 

오는 9월 출시를 앞둔 토레스 EVX의 모습. ⓒ KG 모빌리티
오는 9월 출시를 앞둔 토레스 EVX의 모습. ⓒ KG모빌리티

전기차 시장에 첫 발을 내미는 KG모빌리티도 경쟁력 있는 가격 선점을 통해 성공적인 친환경차 전환 및 안착을 꾀하고 있다. 비운의 첫 전기차 '코란도 이모션'의 실패를 교훈삼아, 중형급 전기 SUV 토레스 EVX를 새롭게 내세운 것.

KG모빌리티 관계자는 "토레스 EVX의 1회 완충 주행 거리는 일상 생활에 충분할 뿐 아니라, 서울에서 부산까지 이동 가능한 국내기준 420km 이상의 성능을 갖췄다"고 했다. 환경부 교통환경연구소 인증자료 상에서의 공식 수치는 상온 복합 기준 433km로 확인된다.

판매 가격은 트림별 4850만~5200만 원 수준에서 결정될 예정이지만, 보조금 적용시 3000만 원 대에 구매 가능할 전망이다. 회사 측은 동급 대표 가성비 모델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가격 경쟁력 확보는 둔화된 전기차 시장의 성장판을 다시 자극할 촉진제로 부각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 1~7월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9만1884대로, 전년 동기 대비 11.3% 증가했다. 직전 2022년 연간 증가폭 66.0%와 비교하면 성장세는 주춤해진 게 사실이다. 한 관계자는 "전기차 보급에 속도가 더욱 붙으려면 다양한 신차와 함께 품질 및 가격 경쟁력을 갖춘 모델들이 계속해서 나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저렴·안전’ LFP vs. ‘효율성’ NCM 배터리…가격 경쟁력 요소 지속 발굴


왼쪽부터 SK온 LFP 배터리셀, LG엔솔 LFP 배터리셀, LG엔솔 LFP 배터리팩 ⓒ 시사오늘 권현정 기자
왼쪽부터 SK온 LFP 배터리셀, LG에너지솔루션 LFP 배터리셀 및 배터리팩의 모습. 사진은 본문과 무관. ⓒ 시사오늘 권현정 기자

업계 및 시장은 LFP 배터리가 리튬이온 배터리의 대명사인 NCM 배터리와 비교해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거리가 짧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다만 분명한 특장점을 갖췄기에 LFP 배터리를 적용하는 메이커들도 늘고 있음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일반적으로 LFP 배터리는 기술 확보가 비교적 쉽고, 풍부한 매장량을 앞세워 원자재가격이 저렴하다는 등의 이점을 지닌다. 사회적 이슈로 부각된 전기차 화재와 관련해서도 위험성이 적다.

때문에 레이와 토레스 사례처럼 LFP 배터리를 탑재한 신차들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LFP 배터리가 전기차 대중화에 충분히 기여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업계는 LFP 배터리와 NCM 배터리가 전기차 시장에서 양립하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배터리사들과 완성차 업체들이 각 배터리 방식에 최적화된 배터리 매니지먼트 시스템(BMS)과 패키징 기술을 지속 개발, 에너지 밀도 및 효율성 제고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대할 때 좋고 나쁨을 따지는 기준치는 주행거리고, 이중에서도 400km를 넘는지 여부를 중요하게 따지는 상황"이라며 "LFP 배터리의 약점이 낮은 에너지 밀도로 인한 주행거리인데, 이를 뒷받침하는 관련 기술 등이 지속 발전하고 있다. 어떤 배터리 방식이 더 우수하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차종과 모델별 고객층과 시장 니즈에 따라 적용 방식이 결정된다고 봐야 한다. 분명한 점은 배터리 기술에 따른 경쟁 촉진이 소비자 선택 폭을 넓히고 있다는 데 있다. 가격 부담과 전기차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같은 맥락에서, 전문가들은 미래차 시장 내 가격 경쟁력 확보가 글로벌 제작사 순위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과 교수는 칼럼을 통해 "중국산 테슬라 모델Y가 1000만~2000만 원 낮은 가격 시작점 확보와 함께 우수한 품질 수준을 갖췄다"며 "전기차 시장의 진정한 진검승부가 시작됐다. 메이커들은 전기차 품질 완성도를 유지하면서 타사 대비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요소들을 지속 발굴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담당업무 : 자동차, 항공, 철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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