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사즉생(死卽生)’ 소환한 이재명 단식…“가당찮은 비교” [김자영의 정치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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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 사즉생(死卽生)’ 소환한 이재명 단식…“가당찮은 비교” [김자영의 정치여행]
  • 김자영 기자
  • 승인 2023.09.01 20:1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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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 전두환 독재 맞서 ‘23일 단식 투쟁’…야권 결집 계기 만들어
최형우·박찬종에 ‘사즉생(死卽生)’ 언급…국민 위해 목숨 던져
김무성 "김영삼,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용기를 가진 지도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자영 기자]

ⓒ 시사오늘(그래픽 = 정세연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월 31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무기한 단식’을 선언했다. ⓒ 시사오늘(그래픽 = 정세연 기자)

“사즉생(死卽生).”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민주주의 파괴를 막아내겠다”며 돌연 ‘무기한 단식’에 들어가며 던진 말입니다.

‘단식’, ‘사즉생’ 하면 뇌리에 떠오르는 정치인이 있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YS)입니다. 그는 목숨을 건 23일 단식 투쟁으로 전두환 정권에 맞섰습니다. 

전두환 정권은 1980년 5월 비상계엄 선포 후 국회를 해산하고 정치활동을 규제시켰습니다. YS는 가택연금을 당했고 DJ(김대중 전 대통령)는 미국으로 망명했습니다. 정권에 반대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억압받던 정치적 암흑기에 YS는 광주민주화운동 3주기를 맞아 정치범 석방·정치활동 규제 폐지·해직 인사 복직·언론의 자유 보장·독재헌법 폐지 등을 요구하며 단식투쟁에 돌입합니다. 

김영삼 이름 석 자는 언론에 보도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YS 부인 손명순 여사가 외신 기자에게 단식 사실을 알리고, DJ가 미국에서 ‘김영삼을 구출하라’는 팻말을 들고 행진을 벌이며 아름아름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전두환 정권은 YS에게 해외로 나갈 것을 권유하는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 단식을 중단시키려 했지만, 그는 “나를 해외로 보내려면 시체로 만든 뒤에 부치면 된다”는 말로 대항했습니다. 

또한, YS는 죽기로 마음먹고 싸우면 산다는 뜻의 ‘사즉생’이란 단어를 자주 사용했습니다. 지인에게도 ‘사즉생’을 종종 언급했습니다. 

5선을 지낸 박찬종 전 의원의 저서 <독불장군에게 미래는 없다>에 따르면 그는 1996년 15대 총선을 앞두고 신한국당에 입당해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습니다. 박 전 의원은 YS에게 “이번에 국회 안 들어가도 좋으니 마지노선, 그러니까 당선될지 안 될지 모르는 불확실한 경계선에 배치해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당시 DJ가 새정치국민회의 전국구 14번에 배정된 때였습니다. YS는 박 전 의원 말에 감명해 “좋다! 사즉생(死卽生)이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박 전 의원은 전국구 21번을 받아 낙선합니다. 

1997년 15대 대선을 앞두고 대권 도전을 시사한 최측근 최형우에게 YS는 대권중단을 요구하며 ‘사즉생’이란 단어를 썼습니다. 최형우에게 'DJ를 비롯한 야권 후보 누구와 대선전을 치러도 승산 없다'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내밀며 “왜 온산(최형우의 아호)을 생각하지 않겠어, 하지만 사즉생아이가, 이번만 참아줘야겠어”라고 합니다. 

어쩐지 이번 이재명 대표의 단식과 오버랩되는 부분이 있어 보입니다. 평가는 어떨까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1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YS는 자신의 사익이 아닌 국민을 위해 목숨을 던지겠다는 자세로 정치한 분”이라며 “이재명 대표는 자신이 살기 위해 단식한 것 아니냐. 나라를 위해 목숨을 던진 것과 개인을 위해 한 일을 비교할 수가 없다”고 말하며, 당시의 기억을 전했습니다. 

“YS는 23일간 단식할 때 실제로 목숨을 걸었다. 강제로 서울대 병원에 입원했을 때, 의사들이 지금 장에 음식물을 투여하지 않으면 장 유착과 뇌 산소 부족에 의해 심각한 후유증이 온다고 경고했다. 의료진이 부인 손명순 여사에게 수술을 요구하는 보호자 동의서를 써달라고 했지만, ‘관여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김수환 추기경도 YS를 찾아와 ‘당신이 죽으면 누가 투쟁하냐’며 간곡히 중단하라고 설득했다. YS는 ‘앉아서 죽기보다 서서 싸우다 죽겠다’며 단식을 중단하고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용기를 지닌 지도자였다.”

YS의 단식 투쟁은 진정성과 명분을 갖췄다고 평가받습니다. 당시 흩어진 야권을 다시 결집하는 계기가 돼 실제로 정치의 흐름을 바꿨습니다. 이후 많은 단식 투쟁이 이어졌지만, 그만큼 국민에게 울림을 주지 못했습니다. 단식이 정치인이 속한 당파의 요구를 강하게 관철하기 위한 일종의 정치적 수단이 돼, 의미가 퇴색됐기 때문입니다.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는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정치권에서 단식 자체를 자주하고 쥐도 새도 모르게 철회하는 경우가 많다. 효과 자체가 떨어졌고, 단식에 대한 반응이 없을 경우의 출구 전략도 잘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YS 단식은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독재에 맞선 것으로, 반대할 국민이 없었다”며 “이재명의 단식과 YS를 비교하는 자체가 실례”라고 평했습니다.

여야간 대립이 날로 심화되는 상황입니다. 정치권에서 왜 저런 선택을 했을까 의문이 든 적 한 번쯤 있을겁니다. 이들의 선택은 과거 정치 경험으로부터 얻어진 학습효과 아닐까요. ‘김자영의 정치여행’은 현 정치 상황을 현대 정치사를 비춰 해석해 봤습니다. 다음주 금요일에 찾아 뵙겠습니다. <편집자주>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생각대신 행동으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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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2023-09-01 21:47:51
요즘 정치보면 YS가 그립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