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단식, 출구전략은 친명-비명 간 결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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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단식, 출구전략은 친명-비명 간 결집?
  • 김자영 기자
  • 승인 2023.09.12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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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여투쟁 아닌 ‘야권통합’ 가능성有…체포동의안 가결 어려울 것”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자영 기자]

단식 13일차를 맞이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 관련 추가 조사 차 12일 오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 하동 수원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단식 13일차를 맞이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 관련 추가 조사 차 12일 오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 하동 수원지방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단식이 12일로 13일째를 맞았다. 

제1야당 대표가 단식할 때 정부나 여당 측 관계자가 으레 찾아와 격려와 우려의 목소리를 전하기 마련이지만, 이 대표의 단식에 여권은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12일 ‘이재명 대표를 만나기 바란다’는 양향자 한국의희망 공동대표의 제안에 “단식하고 건강이 안 좋아졌단 소식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그런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근본적 고민이 있다”고 답변하며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에게 “수사 방해용 단식을 중단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 이례적으로 이 대표의 단식장을 찾았으나, 이는 항의성 방문이었다.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 민주당 의원이 자신에게 ‘쓰레기’ 등 표현을 사용해 막말한 것을 지적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같은당 안병길 의원이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표 단식 텐트 100m 옆에서 우리 수산물 판촉 행사를 한다고 알린 글을 올렸다가 당지도부로부터 부적절하단 지적을 받고 게시글을 삭제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민주당 측은 “집권여당이 제1야당 대표의 단식을 이렇게 조롱해도 되냐”며 “대화에 나설 것을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최소한 모멸감을 주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단식은 사회적 약자들의 최후 투쟁 수단인데, 국회에서 168석을 가진 제1야당 대표가 최후 수단으로 단식을 택할 만큼 어려운 상황이냐는, 진정성과 명분을 따져 묻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10일이 넘어가는 때까지 여권에서 ‘출퇴근 단식쇼’ ‘방탄 단식’ ‘관종 DNA’ 등 비아냥으로 느껴질 수 있는 표현이 나오는 데 대해서도 여러 논란이 있다.

민주화 이후 역대 야당 지도부의 단식장에는 으레 여당이나 정부 관계자가 찾아왔다. 단식 목적을 달성하거나 건강 상태 악화로 인한 주변의 중단 설득으로 종료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2019년 11월 20일,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유지와 공수처 설치 반대 등을 요구하며 단식에 돌입했다. 단식 중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와 강기정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 이해찬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단식장을 찾아 우려의 뜻을 표했다. 황 전 대표는 8일 만에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는 의식을 되찾고 단식 재개 뜻을 밝혔지만, 가족들과 당 관계자들이 만류로 접었다. 

2018년 12월 6일, 손학규 당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당시 정의당 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내걸고 단식 투쟁을 열흘간 이어갔다. 단식 10일 차에 여야 5당(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이 선거제 개혁에 합의하며 단식도 중단됐다. 

2018년 5월 3일, 김성태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드루킹 특검 도입을 주장하며 9일간 단식을 이어갔다. 단식 8일 차에 한국당 의원들이 의원 총회를 열어 단식 중단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고, 김 전 원내대표는 의원들 설득과 의료진의 권고를 수용해 단식을 중단했다. 단식 종료 열흘 뒤 국회에서 드루킹 특검이 통과했다. 

2003년 11월 26일, 최병렬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대통령 측근 비리에 대한 특검을 요구하며 그해 12월 5일까지 열흘간 단식했다. 직전인 2003년 10월 한나라당 불법대선자금 전달사건 일명 ‘차떼기 사건’으로 당이 위기를 겪었다. 단식 종료 직전 국회에서 특검법이 재의결됐다. 

야당 대표들이 단식을 중단하기 까지 과정을 살펴보면 요구가 일정부분 관철되거나 건강 상태가 악화됐을 때 끝이 났다. 이 대표의 단식 중단 지점 또한 두 가지 방안으로 나뉠 가능성이 높다. 전자의 경우 이 대표가 단식에 앞서 정부에 요구한 것은 ‘민주주의 훼손에 대한 대통령의 사죄’ ‘일본 핵 오염수 반대 입장 천명 및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 ‘전면적 국정 쇄신과 개각 단행’이다. 이 요구는 정부가 전부 수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세운 시사평론가는 12일 <시사오늘>과의 대화에서 “현재로써 이 대표의 출구 전략을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는데 그게 실제로 이뤄지겠냐. 하지만 단식을 통해 친명-비명 간의 싸움을 막고 하나로 묶어낼 수는 있겠다. ‘대여 투쟁’이 아닌 ‘야권 통합’을 목적으로 하는 게 출구전략일 가능성이 있다. 이 대표 건강이 계속 악화되고 쓰러져가는데, 민주당이 체포동의안을 가결시킬 수는 없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생각대신 행동으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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