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되네?”…신한은행 배달플랫폼은 어떻게 시장에 안착했을까 [고수현의 금융속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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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되네?”…신한은행 배달플랫폼은 어떻게 시장에 안착했을까 [고수현의 금융속풀이]
  • 고수현 기자
  • 승인 2023.09.25 0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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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배달앱 표방…공공앱 실패 공백 대안으로 부상
서울지역 지자체와 MOU…민관협력형 배달앱 안착
한정된 서비스 지역·부족한 고객 혜택·UI 등은 약점
연내 전국 서비스 확대…지속가능 착한플랫폼 기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신한은행 배달 플랫폼 땡겨요 누적 고객수가 260만명을 넘어서면서 배달앱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사오늘 이근

“은행이 왜 배달앱을 해?” “이미 배X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데 자리나 잡을 수 있겠어?”

신한은행의 배달플랫폼 사업 ‘땡겨요’는 이 같은 부정적인 시선과 전망 속에서 출범했습니다. 금융사와 배달앱이라는 어색하기만 한 이 조합은 특이함을 넘어 요상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죠.

하지만 출범 후 이제 곧 2년째를 맞이하는 신한은행 ‘땡겨요’는 현재 배달플랫폼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흐지부지 끝날 줄 알았던 신한은행의 배달플랫폼 사업은 연내 전국 서비스 오픈까지 준비하고 있죠. 이번 코너에서는 신한은행의 땡겨요 사업의 현황과 추진 과정에서의 뒷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신한은행의 배달플랫폼 사업은 현 신한금융지주 진옥동 회장이 신한은행장이던 시절,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통해 세상에 나왔습니다. 당시 은행 출입기자 사이에서는 진옥동 은행장(현 지주회장)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이 ‘땡겨요’ 캐릭터 이미지였다는 게 작은 화제가 됐죠. 그만큼 ‘땡겨요’ 사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였으니까요.

이와 별개로 배달앱 시장에서는 ‘땡겨요’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습니다. 은행의 배달앱 진출에 대해 불편해하면서도 성공하지 못할 거라고 내다보는 시선도 있었습니다.

‘땡겨요’ 출범 초기엔 이 같은 부정적 전망이 들어맞는 거 같았습니다. 서울 지역, 그것도 한정된 강남지역 일부 구(區)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는 배달앱 업계의 예상대로 미미한 시장점유율을 보였죠. 그랬던 ‘신한은행 땡겨요’는 출시 1년 8개월 만에 누적 가입고객 수 260만 명을 넘어섰고, 실사용률을 짐작할 수 있는 월별 MAU도 82만 명(모바일 인덱스 기준)을 기록했죠.

2022년 1월 말 가입자수 1만 8000명으로 시작했던 걸 감안하면, 기록적인 성장이죠.

신한은행 땡겨요가 이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기존 배달앱 시장에 대한 반발심과 이에 대응해 지방정부에서 만든 공공배달앱의 실패가 있었습니다.

앞서 2020년과 2021년 배달앱 시장에서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돕기 위해 지방정부에서 공공배달앱을 운영하는 게 하나의 유행처럼 번졌습니다. 기존 배달앱 시장이 수수료 명목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긴다는 비판이 자영업자 사이에서 터져나왔죠. 시작은 좋았습니다.

전북 군산시에서 만든 공동배달앱 ‘배달의명수’는 한때 성공적인 사례로 자리잡았고 경기도의 ‘배달특급’은 시장 점유율 5위권에 들기도 했었죠. 그러나 불편한 UI와 잦은 오류, 그리고 기존 배달앱 대비 할인 등 유인 효과 부족 문제로 인해 이용자수와 가맹점 추가 확보에 실패하며 일부 공공배달앱은 제외하고는 서비스 종료 수순을 밟았거나 밟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세금으로 이용하는 공공배달앱의 실패는 지방정부에게 부담을 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지역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보고만 있을 순 없었죠. 서울시는 민간배달앱 사업자와 업무협약을 통해 공공배달앱으로 선정하는 방식인 민관협력 형태로 공공배달앱 운영에 나섰습니다. 그 중 가장 두각을 보인 곳이 공공배달앱 수준의 수수료를 내건 상생형 배달앱 ‘땡겨요’였죠.

출시 초기부터 강조해온 공공배달앱 수준의 저렴한 중계수수료, 가맹점 입점수수료와 광고비용 무(無) 정책 등은 지방정부들이 추구하는 방향이었습니다.

시작은 광진구였습니다. 광진구청은 땡겨요 출범을 함께했습니다. 민관협력형 공공배달앱 ‘광진 땡겨요’도 출시했죠. 이어 신한은행은 구로, 용산, 서초, 은평구와도 업무협약을 맺어 서울지역 대표적 공공배달앱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최근에는 충북도와도 손을 잡았죠. 이는 서울지역 외 최초의 민관협력형 공공배달앱 운영 업무협약입니다.

이처럼 저렴한 수수료에 더해 지역사회와의 상생이라는 ESG경영 가치까지 담아내면서 신한은행의 땡겨요는 착한 플랫폼, 상생형 배달앱이라는 긍정적 이미지 제고에 성공했죠. 이는 자영업자들의 응원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배달 위주 음식점 자영업자들 중 일부는 타(他) 플랫폼 대비 저렴한 수수료를 내세운 땡겨요 정보를 공유하면서 사용을 독려하기도 했죠.

다만, 현재 단계에서 성장의 걸림돌은 출범 초기부터 문제로 지적돼 온 한정적 서비스 지역과 소비자에게 불친절한 혜택과 UI가 거론됩니다. 이 가운데 서비스 지역 제약이나 UI 문제는 신한은행이 연내 전국 지역 확대를 준비하고 있고, 서비스 개편을 진행하면 일정 부문 해소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타 플랫폼 대비 부족한 혜택은 상생배달앱 가치를 추구하는 ‘땡겨요’의 태생적 약점으로 꼽힙니다. 광고비 등을 자영업자에게 받지 않아 타 배달 플랫폼에 비해 수익 창구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죠.

이 같은 상황에서 신한은행의 땡겨요라는 착한 배달 플랫폼이 전국 서비스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지 기대와 함께 응원이 필요해보입니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은행·카드 담당)
좌우명 : 기자가 똑똑해지면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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