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윤석열 정권은 검찰 파시즘 정권” [북악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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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윤석열 정권은 검찰 파시즘 정권” [북악포럼]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3.10.12 15:27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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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237)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더불어민주당)
“윤석열 정부, 전체 위한 개인 희생 강요…전체주의적”
“시민지성 응집력 키우면 위기 극복할 희망도 보일 것”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10월 10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을 찾아 강연하고 있다. ⓒ시사오늘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10월 10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을 찾아 강연하고 있다. ⓒ시사오늘

검찰개혁은 문재인 정부의 숙원(宿願)이었다. 그러나 ‘비(非) 고시’ 학자 출신으로 검찰 내부 사정에 어두웠던 박상기 전 법무부장관은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고, 각종 의혹에 시달린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논란에 휩싸이면서 조롱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검찰개혁의 적임자’로 낙점한 인물이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었다. 판사 출신의 5선 의원에 더불어민주당 대표까지 지낸 추 전 장관은 취임 9일 만에 이른바 ‘윤석열 사단’을 완전 해체하는 인사 발표로 검찰을 뒤집어 놨다. 그러나 이 일을 기점으로 추 전 장관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갈등이 격화됐고, 그 과정에서 윤 총장이 보수 진영의 유력 대권주자로 떠오르게 된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자 추 전 장관은 한동안 외부 활동을 자제하면서 잠행(潛行)했다. 그랬던 그가 최근 윤석열 정부를 ‘검찰 파시즘’이라고 맹비난하며 다시 활동을 재개하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추 전 장관은 현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 걸까. 그가 제안하는 대안은 무엇일까. <시사오늘>은 10월 10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을 찾아 추 전 장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문재인 정부, 코로나 탓 사회대개혁 의지 뒷전으로”


먼저 추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반성으로 강연의 문을 열었다. 그는 특히 코로나 팬데믹 정국의 장기화로 경제 관료가 중심에 서면서 ‘사회 대개혁’ 비전이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점에 큰 아쉬움을 표했다.

“촛불혁명 정부는 ‘재조산하(再造山河·나라를 다시 만든다는 뜻)’라는 이순신 장군의 말을 화두로 꺼낸 정부였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 정국이 장기화되면서 경제 관료가 전면에 나서게 됐고, 이로 인해 사회 대개혁의 의지와 전략, 비전이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어요. 재정건전성을 내세우는 전문 관료들을 설득할 수 있는 정치적 지도력도 부족했고요. 그때그때의 상황 관리에 전전긍긍하면서 여론조사에 극도로 민감해졌을 뿐, 전문 관료들이 사회 대개혁의 비전과 전략을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도록 리드해가는 뚝심과 실력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촛불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상황 관리가 아니라 돌파해내는 리더십이 필요했어요. 늘 그렇듯이 개혁 저항 세력들은 ‘갈등’, ‘개혁 피로감’ 같은 프레임을 만들어서 총공세를 펼쳤는데 이걸 극복하지 못한 겁니다. 사회 개혁을 이루려면 그간의 이행 정도와 추진 가능성 여부, 취약점을 확인하고 보완하면서 개혁 동력을 이어나갔어야 했는데, 여론 관리에 신경 쓰면서 개혁 저항 세력이 던진 개혁 피로감 프레임에 끌려 다니다가 ‘감각적 자기만족(Complacency)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감각적 자기만족이라는 건 안전 용어인데요. 항공이나 건축물 안전을 진단할 때 제일 경계해야하는 것이 자기만족입니다. ‘이 정도면 안전하겠지’, ‘안 무너질 거야’ 이런 마음이 안전을 지키는 데 가장 큰 적이거든요. 그래서 자기만족을 해서는 안 되는 건데, 촛불 정부가 ‘이 정도면 되겠다’ 하는 자기만족에 그쳤다는 게 가장 뼈아픈 성찰 지점인 것 같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자기만족’을 지적한 추 전 장관은 검찰개혁을 대표적인 예로 제시했다.

“검찰개혁을 예로 들면,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이후 향후 프로세스 없이 ‘이만하면 됐다’는 자기만족에 그치면서 겨우 이뤄놓은 성과마저도 원점으로 회귀하고 말았습니다. 검찰개혁의 대의는 견제와 균형, 권력 분산이라는 민주적 원리가 형사사법절차에 스며들도록 하는 거였어요. 형사는 수사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범인을 추적하는 데 급급하죠. 때문에 현장에서는 인권 침해적인 작용이 일어날 우려가 늘 있어요. 바로 이런 부분을 검사가 통제하는 거예요. ‘법적 구속 요건에 맞는 수사만 하라’, ‘프라이버시를 지켜줘라’ 이런 수사 통제를 검사가 해야 해요. 다른 선진 형사사법 체제도 그렇게 돌아가고 있어요. 이렇게 ‘본래대로 돌아가자’고 하는 게 개혁 저항 세력의 프레임에 빠졌고, 그 결과 검찰 권력이 나라의 권력도 좌지우지하게 된 거죠.”

 

“윤석열 정부, 검찰이 요직 차지하고 관료제 무너뜨려”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은 윤석열 정부 성격을 ‘책임회피형 관료주의와 검찰 파시즘이 결합한 취약한 정부’로 규정한다. ⓒ시사오늘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은 윤석열 정부 성격을 ‘책임회피형 관료주의와 검찰 파시즘이 결합한 취약한 정부’로 규정한다. ⓒ시사오늘

검찰개혁 실패로 검찰이 국가 권력을 좌지우지하게 됐다고 주장한 추 전 장관은 윤석열 정부의 성격을 ‘책임회피형 관료주의와 검찰 파시즘이 결합한 취약한 정부’로 규정했다.

“저는 이 정권의 성격을 ‘파시즘 정권’으로 규정합니다. 어떤 분들은 ‘정치인이 이렇게 함부로 얘기해도 되는 겁니까?’라면서 화를 내실 거예요. 하지만 저는 근거를 갖고 여러분께 이 정권이 ‘책임회피형 관료주의와 검찰 파시즘이 결합한 취약한 정부’라고 말씀드립니다.

첫째, 윤석열 정부는 관료제를 정권의 하부 수단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공무원 조직에는 어떤 사안에 대해 각자가 자율성을 갖고 판단할 수 있는 전문 관료가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전문 관료들을 다 밀어내고 검찰 출신들이 요직을 차지했어요. 관료제를 무너뜨리고 공무원 조직을 정권의 하부 수단으로 만들고 있는 거죠. 그 결과 관료의 상층부는 충성 경쟁에 몰두하고, 밑에서는 합리적 의견이 있어도 쉽게 말하지 못합니다. 언제 반대파로 간주돼서 쫓겨날지 모르니까요.

둘째, 국민을 주권자로서가 아니라 정부의 통치 대상인 수동적 일원으로 간주하고 있어요. 깨어 있는 시민을 멀리하고 피치자로서의 군중을 가까이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민주주의 구성원인 민주시민의 비판은 당연한 건데도 이걸 불온시하면서 반국가적 세력으로 몰아붙입니다.

셋째, 국가에 대한 국민의 의무를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전체를 위한 개인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이게 전체주의적 특징이 제일 두드러지는 대목인데요. 법을 무력화하면서까지 전체를 위해 개인의 희생을 요구하죠.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 강제 징용공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과 개별 희생자들의 자력 구제 노력도 짓밟아버립니다.

넷째, 대통령이 자유를 강조하는 것과 다르게 정작 개인의 존엄성과 자유는 외면하고 있습니다. 노조를 탄압하면서 헌법상 보장된 자유권과 사회권을 억압하고요. 여러 재난으로 인명사고가 끊이지 않는데도 사고 원인과 책임소재를 파악해서 재발을 방지하려는 최소한의 행정적 노력이나 정치적 책임도 보여주지 않습니다. 이 정권의 관심은 오로지 자신들의 국정운영 미숙이 노출돼서 통치자의 이미지가 실추되는 걸 막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개별적 공정성 요구 넘어 구조적 공정성 요구해야”


이어서 그는 전 세계가 ‘3대 재앙’을 대비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윤석열 정부는 세계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총·균·쇠> 저자인 제러드 다이아몬드는 기후위기, 핵, 양극화를 ‘3대 재앙’으로 지목했습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어떻습니까. 전 세계적으로 원자력 발전으로 생산하는 전략량은 줄고 태양광과 풍력으로 생산하는 전력량은 늘고 있는데 원전 중심 정책으로 세계적 흐름을 역주행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집중했던 원전 해체와 방사성폐기물 분야에 대한 기술개발 대신 차세대 원자로 기술 개발과 한국형 원전 해외 수출 투자 확대에 주력하고 있죠.

지난 8월 8일에는 신재생 에너지 산업에 철퇴를 가하는 선언을 했습니다. 신재생에너지 전기를 송배전망이 수용하지 못하면 발전 중단을 지시할 수 있고,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전기사업법 개정 방침을 발표한 거죠. 중국은 지난해 6월에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를 높이기 위한 로드맵을 발표하고, 태양광·풍력 사업 투자액을 각각 410억 달러·580억 달러로 전년 대비 100% 이상 증가시켰습니다. 세계적 추세와는 대조적으로 윤석열 정부는 녹색산업에 대한 아무런 구상이 없어요. 문재인 정부의 그린뉴딜은 사라졌고, 탈원전을 탈재생에너지로 바꾸면서 환경규제를 반기업·반시장이라고 몰아붙이기만 합니다.”

끝으로 추 전 장관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제안하면서 강연을 마무리했다.

“차곡차곡 대전환 준비를 해도 부족할 시기에 우리는 불행히도 검찰 파시즘이라는 중병을 앓고 있습니다. 기후위기, 핵위기, 불평등 세 가지만 해도 난제인데, 검찰 파시즘이라는 재앙도 극복해야 하는 거죠.

이 위기를 벗어나려면 사회 응집력을 키워 다시 한 번 민주적·합리적·과학적·실용적인 비전을 갖고 나라를 세워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지식인의 역할이 활발해져야 해요. 미시적 안목으로 심판자 역할을 하려 할 것이 아니라 거시적 안목으로 사회의 큰 방향에 더 주목하고 집중해야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조효제 교수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개별적 공정성에 대한 요구를 넘어 구조적 공정성에 대한 요구로 분노가 확장돼야 한다.’ 구조적 불의를 보라는 겁니다.

지식인이 위기 현상과 원인을 진단하고 대응수단과 방법을 알리는 역할을 하면 시민의 자각과 연대가 이뤄지고, 시민지성의 응집력도 커집니다. 그럼으로써 위기 극복의 희망을 만들어낼 수 있는 거죠. 미래 세대를 위해, 우리에게는 희망을 포기할 자유도 없습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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ㅊㅇ 2023-10-13 12:09:01
공수처가 일하면서 아들 군특혜 들춰내니 맘이 급해지셨나

사필귀정 2023-10-13 10:45:37
추장군님이 계셔서 희망을 봅니다! 감사합니다!!

ㅇㅇ 2023-10-12 16:02:56
추장군님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