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흠 “민주주의 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진영정치 탈피해야” [북악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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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흠 “민주주의 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진영정치 탈피해야” [북악포럼]
  • 박준우 기자
  • 승인 2023.09.20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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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235) 김만흠 前 국회입법조사처 처장
“한국은 민주주의 24위 국가…성숙한 민주주의에 턱걸이 상태”
“대립정치는 민주주의에 큰 타격…공격에만 에너지 쏟기 때문”
“정당에 소속되지 않으면 정치 기회 없어…부정적인 벽되기도”
“다수가 항상 소수를 이기는 상황 반복…독점하지 못하게 해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준우 기자]

김만흠 전 국회입법조사처 처장이 지난 19일 국민대학교 북악포럼에서 ‘민주주의와 한국정치’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시사오늘 박준우 기자
김만흠 전 국회입법조사처 처장이 지난 19일 국민대학교 북악포럼에서 ‘한국 정치와 민주주의’에 대해 강연을 하고 있다. ⓒ시사오늘 박준우 기자

우리나라는 후발국 중 경제성장과 더불어 민주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나라로 꼽힌다. 아시아권 국가들 중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라고 평가받는 나라는 대표적으로 대만, 일본과 함께 우리나라가 있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현재 한국은 기존보다 8단계 하락한 ‘EIU 민주주의 Index 24위’를 기록 중이다. 이른바 성숙한 민주주의에 아슬아슬하게 턱걸이 하고 있는 상태다. 어떠한 나라가 얼마나 성숙한 민주주의 나라인지를 평가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는 바로 정치다.

김만흠 전 국회입법조사처 처장은 지난 19일 국민대학교 <북악포럼>에서 올해 한국의 민주주의는 더욱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그 이유로 ‘극단화된 진영 정치’를 짚었다.

김 전 처장은 “미국의 한 조사센터에서 세계 경제 선진국 17개 국가의 갈등 상황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정치적 갈등의 심각도가 높은 나라 2위로 나타났다. 갈등 중에서도 정파적 갈등이 가장 심각했다”며 “근래 들어 정파적 갈등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치·정파적 갈등은 세계적인 흐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정치 갈등 자체가 없는 나라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유독 미국과 한국이 이러한 갈등 상황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러한 갈등이 한국에서 유독 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 전 처장은 그 이유를 ‘대립하고 있는 정당 정치’ 한 마디로 표현했다.

“대립적인 정당 정치는 현재 한국의 민주주의에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 정치인들은 합의를 도출하고 시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즉 민생 정치를 하기보다 경쟁하는 당의 정치인을 무너뜨리는 데 정치적 에너지를 쏟는다. 이러한 대립적인 정치 패턴이 한국의 정치 문화를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정치적으로 권력 투쟁을 할 때 개인보다 집단이 유리한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예나 지금이나 개인적으로 싸우는 사람은 없다. 결국 누구든지 권력 투쟁에 참여하기 위해 집단을 결성한다. 집단 결성이 공동체에 도움이 될까. 집단으로 싸우는 사람들에게만 도움이 된다.

그렇다면 정당은 무엇일까. 단순히 정치적 집단들이다. 그들이 정당이라고 부르고 싶어서 부르는 게 정당인 것이다. 우리는 정당간 권력투쟁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에 집중해 볼 필요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독점이다. 독점이 발생해버리기 때문에 큰 정당에 들어가지 못하면 정치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정당은 한편으로는 국민 정치 참여를 위한 매개체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못하게 막는 부정적인 벽이 되기도 한다. 대의독점과 대표성의 왜곡 등을 통제하고, 민주적 권력투쟁의 구심점과 참여 그리고 책임을 살리는 방향이 우리나라의 정당이 나아갈 길이다.”

김 전 처장의 이 같은 주장은 투표와 연관 지을 수 있다. 투표용지에 번호까지 적혀 있는 나라는 많지 않다. 가까운 나라 일본만 보더라도 번호를 찍는 것이 아닌, 투표용지에 이름을 써낸다. 벽보 역시 순서가 있다. 벽보가 붙여지는 순서는 후보자에 부여된 번호로 정해지는데, 번호가 주는 선입견은 강하다 못해 당선과 직결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는 “대통령 수준의 큰 선거라면 모르겠지만, 지방선거 수준으로 내려갈 경우 번호가 당선을 좌우한다. 지역구 후보를 뽑을 때는 후보를 보고 뽑아야 하는데, 후보가 아닌 번호를 보고 뽑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큰 정당에 들어가려고 한다. 이것이 바로 큰 정당에 들어가려고 하는 이유”라며 “그렇다보니 1, 2당에 꼼짝없이 볼모로 잡혀 있는 사람들도 많다. 번호가 당선을 좌우하는 나라, 나아가 번호가 있는 나라, 후보자 이름보다 정당이름이 먼저인 나라는 한국을 제외하고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전국적으로 통일된 기호를 주고 있다. 3번, 4번이 없어도 그냥 6번과 7번으로 간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의 정당정치가 망가지고 있다. 정당정치가 민주주의를 제대로 이끌기 위해선 좋은 정당은 살아남고, 나쁜 정당은 퇴출돼야 한다. 그래야 기존의 정당들이 좋은 정치를 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기존 정당들이 퇴출되지 않고 권력을 지속적으로 쥐고 있다 보니 정상적이지 않은 정당정치가 만연하다”고 덧붙였다.

김 전 처장은 이처럼 정당이 가진 강력한 힘과 독점, 특권을 다수결의 원칙에 빗댔다.

그는 “다수결의 원칙에서는 항상 소수는 배제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다수결이 민주주의가 되느냐 마느냐는 다수의 결정이 나머지 소수가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의 결정이여야 한다는 것”이라며 “극단적으로 10명 중 6명이 ‘나머지 4명을 죽여버리자’고 결정한다면 소수는 동의할 수 있겠는가. 이런 경우 다수결의 원칙이 민주주의가 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5명으로 하나의 집단이 구성됐다고 가정할 시 3명이 항상 같은 편이라면 배신자가 나오지 않는 한 3명인 쪽이 항상 승리를 거머쥘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2명은 집단에 남아있을 필요가 없다. 3명과 2명은 결국 갈라지게 된다”며 “한 쪽이 매번 승리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결국 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없다. 특정 정당과 정당의원들이 독점하는 독주 체계가 이어진다면 절대 다수가 그 정당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정당이 가진 힘은 역사적으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앞서 우리나라는 상당 기간 동안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이 되려면 반드시 정당의 공천을 받아야 가능했고, 국회는 여당이 다수일 때보다 야당이 다수일 때 제 역할을 한다는 평이 많았다. 독자적인 역할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김 전 처장은 “우리나라 대통령의 지지도는 지난 2022년 취임 당시부터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현재 30%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저조한 지지율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여당은) 독주하고 있는 양상”이라며 “무엇보다 대통령으로 당선된 윤석열 대통령조차 어느 정도 개인적인 지지도는 있었으나 결국은 국민의 힘에 들어간 뒤 대통령이 됐다. 이처럼 정당은 강력한 특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주권자로서 정치에 참여하려고 해도 정당에 들어가지 못하면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우리는 특정 정당이 국민의 참여를 왜곡시키지 못하도록, 더불어 독점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로 나아갈 수 있도록, 또 좋은 역할만 할 수 있도록 법으로 규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증권·핀테크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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