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향자 “과학기술 선도 국가…양당을 건너자” [풀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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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향자 “과학기술 선도 국가…양당을 건너자” [풀인터뷰]
  • 윤진석 기자,박지훈 기자
  • 승인 2023.10.14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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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향자 한국의희망 공동대표
“선도 국가로 가려면 기존 정당으론 어려워” 
“과학과 철학의 앙상블, 최초 블록체인 정당” 
“새로운 정치세력 교체로 부민강국 길 열 것”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박지훈기자]

양향자 한국의희망 공동대표가 본지와 인터뷰하면서 과학기술 선도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양향자 한국의희망 공동대표가 본지와 인터뷰하면서 과학기술 선도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나를 왜 인터뷰하려고 했지요?”

지난 8월 10일 점심 먹고 난 뒤 나른한 오후였다. 조곤조곤한 목소리가 여의도 국회의원 사무실을 휘감았다. 

양향자 한국의희망 공동대표(이하 양 의원)였다.

몇 차례 꼭 인터뷰하고 싶다고 청한 바 있다. 그래서 물어온 질문이었으리라.

“지금은 체급이 낮지만, 훗날 여성 대선주자 감으로 가능성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여성 대선주자들이 거론되지 않고 있다. 그나마 범여권에서는 윤희숙 전 의원이 눈에 들어온다. 범야권에서는 대한민국 최초의 반도체 엔지니어 출신의 양향자 의원이 기대를 얻고 있다. 

“검증하러 왔군요.” 

검증이라는 말은 좀 거창하게 느껴졌다. 동의하는 대신, “궁금해서 왔습니다” 정도로만 답했다. “이런 질문 좋아요. 많이들 거물급 대선주자도 없이 과연 신당 창당이 잘 되겠냐고 하거든요. 제대로 된 정당을 만들려고 하는데 과거의 틀에서 질문을 해오니 할 대답이 없더라고요.”

언뜻 난감했던 순간들이 읽혔다. 

통상 신당의 조건을 말할 때 굵직한 대선주자가 있느냐 여부를 기준점에 둔다. 

이해도 되는 것이 성공한 신당을 보면 하나같이 대선주자가 있어왔다. 

1985년 YS·DJ(김영삼·김대중) 신한민주당, 1987년 DJ의 평민당, 1992년 정주영의 통일국민당, 1995년 DJ의 새정치국민회의와 김종필(JP) 자민련, 2008년 이회창의 자유선진당, 2016년 안철수의 국민의당만 봐도 알 수 있다. 유력 대선주자들이 있었다. 총선에서도 유의미한 성적을 거뒀다.

웬만한 대선주자로는 어림없음이 엿보인다. 2007년 창조한국당 경우도 그랬다. 반짝 새바람을 일으켰던 문국현이라는 대선주자가 있었지만, 총선서 지역구의석 한 석만 얻었다. 
그만큼 인물과 조직, 지역이 받쳐주지 않고서는 어렵다. 

 

한국의희망 


하물며, 한국의희망은 어떨까. 

현역이라고는 초선인 양향자 의원이 전부다. 대중의 눈에 들어왔던 유력 잠룡도 아니었다. 이런 등등의 이유로 창당을 선언한 그에게 ‘대선주자가 없는데 과연 가능하겠냐’는 질문이 앞다퉈 쏟아졌다. 그럴 때마다 거침없는 진격을 가로막는, 어떤 벽이 느껴지지 않았을까?

그때 전화가 왔다. 

“잠시만요.” 양해를 구하고 양 의원이 받았다. “네. 교수님.” 최진석 전 서강대 교수(현 카이스트 AI대학원 초빙석학교수)인 듯했다. 둘은 신당 동지였다. 최 교수가 양 의원이 신당의 대표를 맡으면 좋겠다고 건의하는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얼핏 들려왔다. “저는 직함은 상관없습니다. 그러나 당대표를 한다면 교수님과 공동대표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최 교수가 고사하자, “교수님과 같이….” 양 의원이 다시금 의지를 표명했다. 

창당을 앞두고 단독 대표냐, 공동대표냐를 두고 견해가 다른 듯했다. 본의 아니게 대화를 듣게 됐지만, 최 교수의 역할을 상당히 중요하게 여기고 있음이 엿보였다. 

이후 조율은 어떻게 됐을까. 시간이 흘러 8월 28일 한국의희망이 공식 창당했다. 서울 마포구에 보금자리가 차려졌다. 당대표는 공동대표 체제였다. 양 의원이 공동대표, 최 교수가 상임대표로 양 축을 담당했다. 양 의원 뜻대로 된 셈이었다.

 

선도국가로의 길 


양향자 한국의희망 공동대표가 본지와 인터뷰하면서 과학기술 선도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양향자 한국의희망 공동대표가 본지와 인터뷰하면서 과학기술 선도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인터뷰 당일로 돌아와 최 교수에게 공동대표를 간곡한 이유부터 물었다. 

“확장력에 기여해줍사 하는 의미도 있고요. 신당이 추구하는 가치 면에서 훌륭한 분이거든요.”

반도체 기술 전도사 양향자와 노자 사상의 대표 철학자 최진석과의 만남. 둘의 조합이 흥미로웠다. 

관련해서는 차차 묻기로 하고, 

- 선례를 만들어온 분이잖아요. 한국의 희망입니다. 

“네. 한국의 희망 양향자입니다.”

여유롭게 받아친다.

“한국의 희망 <시사오늘>입니다.”

치켜세워주기까지. 

“좋지 않나요? 긍정적이고 진취적이고, 절망뿐인 이 사회와 정치에 희망을 줘야겠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 한국의 희망은 무엇입니까. 

“대한민국이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가 되는 겁니다. 그것이 우리 미래 세대들한테 남겨줘야 할 희망이라고 생각합니다.”

-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란 어떤 나라를 말합니까.

“부민강국을 말합니다.”

부민강국. 낯익은 것 같으면서도 생소했다. 

“처음 들어봤을 겁니다. 국민이 잘 살아야 나라가 부강하다는 뜻입니다. 2년 전 책에 처음 썼지요.”

저서 <과학기술 패권국가>를 말했다. 

“과학기술 패권국가로 가야 한다…. 그 안에 일자리가 있고, 청년들의 미래가 있고, 복지가 들어있는 거예요. 이것이 우리 신당의 기본 바탕입니다.”

그는 과학기술만이 선도국가의 핵심이라고 보고 있었다. 

“지배당하지 않고 선도하려면 기술적 우위에 서는 길밖에 없어요. 네덜란드는 작은 나라지만 세계가 꼼짝 못 하잖아요. 시스템반도체의 절대강자인 노광장비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우리처럼 작은 사이즈의 나라는 슈퍼을 작전으로 갈 수밖에 없어요. 전 세계가 경제대국이 되겠다고 하는데 무엇으로 됩니까?”

반문하면서 “결국 산업으로 돼요. 어떤 산업이냐. 기술집약적 산업이죠”라고 자답했다. 다시 열변을 쏟아내는 그. 

“윤석열 대통령이 매번 자유 대한민국, 한미동맹 외치며 연설하잖아요. 기술적 우위, 기술적 패권만이 진정한 자유대한민국을 담보해낼 수 있습니다. 코로나 때를 봐요. 글로벌 밸류체인과 공급망이 없는 나라들은 식민지국가나 다름없었습니다. 우크라이나 경우도 만약에, 반도체 회사 같은 생산 기지가 있었다면 그 나라 침범 못합니다. 대한민국도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이기 때문인 대한민국인 거예요. 실력을 갖춘 나라여서 함부로 못 하는 겁니다. 반도체만 갖고 되느냐. 앞으론 불가능해졌어요.”

암울한 전망이 이어졌다. 

“메모리 반도체의 경쟁력이 낮아지고 있어요. 이제는 시스템 반도체 영역이 워낙 큰 산업이 되고 있거든요. 대만만 해도 TSMC라는 글로벌 반도체기업이 세계에 우뚝 서 있고요.”

반면에 우리는 메모리 반도체 이후 주도할만한 게 없다는 우려가 더해졌다.

“벌써 낸드플래시만(메모리 일종) 하더라도 1위 자리가 흔들리고 있어요. 마켓쉐어(시장점유율)에서 그러면, 삼성은 끝나는 거예요. 왜 무서운 줄 아세요. 경제 혹한기가 오면 4위부터 주문을 안 합니다. 시장점유율에서 1위라는 것은 목숨과도 같은 거예요. 국가 존립이에요.”

저절로 핏대가 올라갔다. 

“피를 흘리고서라도 기업들이 투자를 할 수밖에 없는데 정치권에서는 대기업 특혜라고 반대를 엄청나게 하잖아요. 그거 뚫고 제가 반도체 특별법을 만든 거예요.(반도체 관련해서는 그가 공동집필한 한국반도체 산업의 생생한 현장의 기록과 전망을 다룬 <히든히어로스>(임형규·양향자)에서 잘 나와있다.) 미국에서도 이를 두고 기적의 법이라고 합니다. <파이낸셜타임즈>에서 어떻게 했느냐며 인터뷰를 하러 올 정도예요.”

양 의원은 여야 모두에서 반도체산업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우리는 실력이 있음에도 기술 인재가 없어요.” 

여기까지 말하고 마른 침을 삼켰다. 

“저출산도 문제지만, 왜 기술 인재가 없겠어요. 교육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야 하는데 그걸 못 바꾸고 있어서예요. 정부가 그런 일을 해야 하는데 정치 세력들은 정작 그런 생각이 없거든요.”

답답함이 어렸다.

“어떤 방향으로 국가를 선도해나가겠다는 게 없어요. 어젠다, 비전을 얘기하는 것도 없고, 대한민국의 20년, 30년 뒤에 어떤 모습의 국가가 돼야겠다는 절박함도 없지요.”

 

문제는 정당


양향자 한국의희망 공동대표가 본지와 인터뷰하면서 과학기술 선도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양향자 한국의희망 공동대표가 본지와 인터뷰하면서 과학기술 선도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이 때문에 신당을 창당하게 됐다는 설명이었다.

- 기존 정당으로는 그리 갈 수 없다고 본 것입니까. 

“어렵다는 판단이 들었던 거죠.”

- 왜 그럴까요.

“정당이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런 게 없잖아요. 국민을 대의하지 않아요. 그들만의 리그죠. 민생과는 전혀 관련 없는 정파 싸움과 진영 갈등 안에 함몰해있어요. 정당이라는 것이 지속적으로 정치인 또는 정치 지도자를 배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하는 데 그렇지가 못해요. 정당의 목표가 대통령 만들기에 그쳤다는 얘기죠.”

- 문제는 ‘정당’이라는 거네요. 

“맞아요.”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 파괴적 혁신이 이뤄지지 않으면 기존 정당은 수명을 다했다고 봅니다. 정당의 모습부터 제대로 찾고 만드는 것. 그것이 선도국가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하지 않으면 우리나라가 추락하고 만다는 아주 큰 위기감이 있습니다. 이제라도 세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을 도약하는 길로 건너가자는 것이죠.”

당 슬로건도 ‘이제는 건너가자.’

현실은 극렬한 내전 양상에 처해있다. 정치권이 혐오와 갈등을 부추기는 것이 가장 큰 문제겠지만 한편으로 정치는 그 나라 국민 의식 수준을 반영하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 정당이 바뀐다고 내전이 끝날까. 회의감이 밀려왔다. 

“정당이 바뀐다는 전제에는 정치 세력이 교체돼야 한다는 조건이 따라붙어요. 지금 정당으로는 선도국가가 되기 어렵다는 불가능한 결론이 났기 때문에 새로운 정당을 만들려는 것이에요. 새로운 세력과 새로운 시스템으로 해나가겠다는 것이죠.”

새로움을 여러 번 강조했다. 한마디로 완전한 새정치를 말할까?

숱하게 여러 정치인이 새정치를 논해왔다. 몇몇은 새정치 현상을 상징적으로 대표하며 국민적 열광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무균질 정치를 피력했던 박찬종 변호사, 환경기업 경영 모토를 정치에 적용하려 한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 무료 백신 V3로 청년 멘토 붐을 일으켰던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시기별 새정치 아이콘을 대표했다. 그러나 기성정당에 흡수되거나 이탈해 흐지부지되는 등 새술은 새부대로서 존재하지 못했다. 

당장 거대양당을 비판해왔던 시대전환의 조정훈 의원도 처음엔 민주당에 기댔다가 현재는 국민의힘에 안착해 있다. 새로운 정당을 만든다는 금태섭 전 의원의 뒷배로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목되고 있다. 신선함과는 거리가 멀다. 

금 전 의원이 안철수 의원과 결별한 뒤 민주당에 적을 두다 공수처 반대를 계기로 미운털이 박혀 민주당을 나온 경우라면 양 의원 또한 엇비슷한 전철을 밟고 있다. 

양 의원은 2016년 문재인 민주당 대표 당시 영입 1호로 정계 입문한 뒤 편한 비례를 마다하고 광주서구을에 도전했다. 국민의당 천정배 전 의원과 겨뤄 낙선하는 길을 택하는 등 신인으로서 패기를 보여줬다. 이후 최고위원으로도 선출되고 광주 재도전에도 성공하는 등 단시간 내 두드러진 활약상을 보인 바 있다. 

그렇지만 보좌진이 성추행 건으로 물의를 일으키자 책임을 지고 탈당해 무소속 신분이 됐고 민주당의 검수완박 표결에 반대하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몸담고 있던 정당과 척을 지게 되면서 새길로 방향을 틀게 된 것이다. 

이런 생각에 미치자, 과연 새로운 것이 있을까, 어차피 기성정당으로부터 파생된 인물들 아닌가 싶었던 거다. 

 

역동적 시스템의 출연


양향자 한국의희망 공동대표가 본지와 인터뷰하면서 과학기술 선도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양향자 한국의희망 공동대표가 본지와 인터뷰하면서 과학기술 선도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그럼에도 각론으로 들어가 이야기를 들으니 기대되는 것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새로운 시스템에 기반한 정당 문화가 솔깃했다. 

세계 첫 블록체인 플랫폼 정당을 추구하는 정당. 미래형 정당시스템이 될 거라는 전망이 무성했지만 정작 실행한 정당은 없었다. 

“한국의희망이 해낼 겁니다.”

자신감을 내비치는 양 의원. 

- 블록체인 정당의 가장 큰 특징이 뭔가요. 

“투명한 겁니다. 부패를 없애는 거거든요. 부조리, 불합리, 비효율, 저생산성 등이 없어져야 국민이 잘 사는 길로 갈 수 있어요.”

그 길은 정당에서부터 시작한다고, 힘 줘 말했다. 

“당비의 투명성을 구현해 돈 봉투 오가는 밀실 공천 없애고 공정성이 보장돼야죠. 또, 그 안에는 차별도 없어요. 투표할 때 숨김이 없죠.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시스템이 돼줄 겁니다. 확실한 규약도 지켜야겠죠. 우리당의 당원  가입서 보면 열가지 체크리스트가 있어요. 자기를 검열하는 과정이에요. 어느 정도 수준이 돼야 들어올 수 있지요. 굉장히 자랑스러울 겁니다.”

양 의원은 “블록체인 플랫폼 기술을 적용할 경우 거버넌스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대만이 우리보다 선진국인 게 2300만 명 인구임에도 한 해 예산이 117조 원밖에 안 된다는 거예요. 우리는 5100만 명인데 640조 원 들거든요. 인구 비례로 300조면 충분해요. 근데 추경을 해도 모자라잖아요? 고정 예산 300조로 줄이겠다는 목표가 나와야 해요. ”

중요한 것은 그 같은 정당을 실현할 세력화가 갖췄느냐다.

“가치 있고 보람된 일에 모든 것을 바칠 준비가 돼 있는 분들이 함께하고 있어요. 과학기술만 하더라도 100인의 자문그룹이 있습니다.”

면면을 보니 각 분야의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최진석 교수는 정치철학과 윤리,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과 교수는 한국의희망 정치학교 교장, 김법정 전 환경부 기조실장이 사무총장, 정보경 전 삼성 디스플레이 정보전략IT기획파트장이 전략기획 부총장, 김진수 전 국가안보실무 통일비서관실 행정관이 대변인 겸 홍보국장 등이 지도부를 이끌고 있다.

“이런 훌륭한 분들이 봉사할 수 있는 장을 열어주는 게 저희가 할 일이에요. 봉사 정신이 투철한 특권 제로의 정당으로 보면 됩니다.”

공동대표를 맡은 최진석 교수. 

- 그분의 역할론에 대해 특별히 중요하게 보는 이유는 뭡니까.

“지금의 정치권이 한계에 봉착한 것은 철학이 없어서예요.”

절로 공감이 됐다. 우리나라는 자살률 및 행복지수도 바닥을 기고 있다. 그 모든 게 철학의 빈곤 때문 아닐까? 부모 자식 간의 패륜적 살인도 OECD국가 중 1위라고 한다. 정치권은 막말 잔치다. 인성교육부터 기초적으로 바로 서야 한다는 생각을 평소 해오던 터였다.

“대한민국의 윤리, 도덕성 회복, 인본주의의 근본이 철학인데 이게 없으니 국가 비전을 얘기할 수도 없고, 자신들이 어떤 철학으로 정치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거예요.”

강변하는 그,

“정치 철학이 확고해야 사익을 추구하지 않을 수 있거든요. 과학 또한 철학이 없는 과학은 거푸집이에요. 국가 주권을 지키려면 기술밖에 없잖아요? 기술 패권만이 대한민국을 자유롭게 하는데 철학이 없는 기술은 일정수준 이상 올라가지를 못해요. 우리가 메모리반도체 1등을 30년간 하고 있는데 근간 역시 철학이에요. 손톱만 한 반도체를 개발하지만, 그 안에는 모든 사람을 연결해 행복하게 만들겠다는 철학이 들어가 있어요.”

예로 양 패권국가를 들었다. 

“미국은 어젠다가 아메리카 퍼스트예요. 정권과 대통령이 바뀌어도 항상 유지되고 있죠. 펜데믹 이후 국가 간 단절로 공급망이 문제가 돼 경제가 붕괴될 위기에 처하자 반도체 생산 기지를 자국으로 옮겨왔잖아요. 국가 정책이 아메리카 퍼스트에 맞춰 있는 거지요. 중국도 중국몽의 실현, 중화민족의 부흥에 국정 철학이 맞춰 있어요.”
대한민국은 어떨까.

“우리가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가 되려면 무엇으로? 과학기술. 그게 명확하잖아요. 근데 철학이 바탕이 되지 않고는 그 영역으로 못 간다는 거죠. 끌려가는 국가와 선도하는 국가의 차이는 철학이 있느냐 여부입니다.”

폭포수 같은 말을 뒤로 하고 잠시 숨을 골랐다. 

- 인재양성은 어떻게 합니까. 

“일차적으로는 소양 교육이 끝난 사람들이 발기인으로 들어와 있어요. 정치학교를 통해서 한 번 더 수준 높은 교육이 진행될 겁니다. 국민을 위한 생활 정치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육성해내는 교육 시스템이 준비돼 있거든요.”

앞서 언급했듯 학교 교장은 최연혁 린네대학 정치학과 교수가 맡고 있다. 초·중·고급으로 나뉘어 40회차 20주간 교육이 이뤄진다. 

“일류 지도자와 청년 정치인들을 육성하는 데 이보다 좋은 커리큘럼이 없어요. 교육적 근간은 최진석 교수가 담당한다면, 커리큘럼은 최연혁 교수가 스웨덴 학교에서 가르쳐온 결과물이라고 보면 됩니다. 스웨덴 국가의 시스템을 만들어 오면서 늘 머릿속에는 조국이 있었다고 해요.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에 봉사하기 위해 저를 수단으로 쓰려고 온 거죠.” 

양 의원을 수단화한다는 말이 의미심장하게 들렸다. 

문득 그가 처음 집필한 책 제목이 생각났다. <날자 향자>라고 큼지막하게 쓰인 표지에는 자그마한 글씨로 ‘꿈 너머 꿈을 향해’라는 부제목이 적혀 있다. 

한국의희망 창당 너머 바라보는 꿈은 뭘까. 

돌아온 답은 수권정당. 

“우리는 2027년 국정운영을 해낼 수 있는 세력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차기 대권을 바라는 야심찬 말이었다.

“거기에 맞춰 갈 겁니다. 국민께서 믿고 자랑스러운 표를 행사할 수 있도록 능력을 보여주고 설득하는 데 집중할 계획입니다.”

그러려면 내년 총선이 관건일 거다. 목표 의석수는 50석. 

- 가능할까요.

“여론조사 응답자의 30% 가까이가 신당이 필요하다고 하잖아요. 집단 지성의 힘을 믿습니다.”

50석이면 3지대 성공신화를 기록했던 국민의당보다 많은 의석수다. 당시는 안철수 의원이라는 거물이 있었다. 

- 둘 다 과학기술과 3지대, 입지전적인 인물이라는 면에서 비교되기도 하는데요. 

“영광스러운 말인데요.”

전제를 깔았다.

“우리는 삶의 궤적이 달라요. 내 경우는 바닥도 그냥 바닥이 아닌 지하 10층부터 올라온 사람이잖아요. 누구보다 서민의 삶을 잘 알고 또 겪어왔어요. 돈이 없어 대학을 포기했던 청년들, 아이를 키우면서 일을 해야 했던 여성들…그런 아픈 삶이 다 제 안에 녹아있지요.”

양 의원은 1967년 전남 화순군 중에서도 깊은 산골짝에서 자랐다. 책가방도 없이 학교에 갔고, 등록금을 내기 위해 앳된 소녀 시절 공사현장으로 가서는 돌을 골라야 했다. 어려운 형편에도 공부를 잘했다. 여상 출신으로 반도체 엔지니어가 됐고, 만학의 길을 걸어왔다. 처음으로 삼성전자 임원에 올라 국민 멘토로 불렸다. 반도체 연구원이 되고 싶다는 일념으로 대학졸업자들 틈바구니에서 가장 먼저 일본어 자격증을 따내던 그였다. 그런 모습이 가장 그답지 않을까 싶었다. 누구보다 열악한 조건에서 최우한 실력을 보여줬던 그때처럼 3지대 신당의 깃발을 올린 지금, 다시 신화를 일궈낼 수 있을까. 궁금한 일이었다. 

- 한때 50% 지지율을 자랑했던 안 의원도 3지대에서 성공하지 못했는데 말이죠.

“굉장히 성공한 정치인이다, 이렇게 생각하는데 왜 다들 실패했다고 하는지 나는 잘 모르겠더라고요.”

갸우뚱해왔다. 

“성공했지 않습니까? 문제는 정당이 사라져버린 거지만요. 한쪽은 국민의힘으로 다른 한쪽은 민주당으로 돌아갔지요. 처음엔 새정치를 들고 나왔는데 호남 토호들과 결합하면서 새정치도, 호남 정치도 오염됐어요. 가치와 비전을 세우지 못한 채 이합집산을 계속하게 된 거죠. 근데 박지원 전 의원이나 정동영·천정배 이런 분들이 또 나온다는 거 아녜요?”

내년 총선에서 호남 출마가 얘기되는 중이다. 

“민주당을 비토하고 나갔던 분들이 복당해 국민이 원하는 정치를 하겠다고 하는 것이죠. 얼마나 많은 감동을 이끌지, 저는 의문입니다.”

회의적 시각을 보냈다. 양 의원은 지역구인 광주서구을 출마가 언급되고 있다. 신당 출현으로 호남 정치지형의 변화 여부도 관전포인트다. 

 

호남 대망론


양향자 한국의희망 공동대표가 본지와 인터뷰하면서 과학기술 선도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양향자 한국의희망 공동대표가 본지와 인터뷰하면서 과학기술 선도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특히 그는 포스트 DJ(김대중) 이후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 이낙연 전 국무총리 등 한때 호남 대망론에 불을 지펴왔던 이들이 다. 

민주주의 성지의 한 축을 담당했던 호남은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시기를 지나 서울과 수도권 등 전국적 호남향우회를 기반으로 주요 선거마다 표심의 향방을 결정짓는 역할을 해오고 있다. 그런 호남에서 DJ 이후 호남 출신의 대통령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한테 그 기대가 옮겨가긴 했지만 지난 대선 경선에서 이재명 대표에 패해 힘을 얻지 못하면서 입지가 줄어들었다. 양 의원이 호남 정치 복원의 선봉에 서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만큼 실제 유의미한 존재감을 내보일지 역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다. 

당장은 여야 대립에 휩쓸려 신당의 존재감마저 표류하고 있지만, 총선이 가까울수록 크고 작은 정계개편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정의당에서 파생될 일부 세력까지 미뤄 짐작하면 3지대 빅텐트가 형성되거나 4자구도로 재편될 수도 있다. 이 같은 난립 속에서 한국의희망이 당장 보여주는 건 미미해도 무궁무진한 파급력을 보여줄지 또 모를 일이다. 

인터뷰 중간중간 양 의원은 혁신적 자세를 강조했다. 초일류 길을 열었던 故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경영 마인드가 연상됐다.

“가장 많은 철학적 바탕을 그분한테서 전수받은 거죠. 선구자였고 철학자였고 사상가였고 사령관이었고 애국자였어요.”

삼성에 몸담으면서 이병철 선대 회장과 반도체 산업을 일으킨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았으리라. 존경심이 가득 전해졌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어딘지 덕유산 같은 이미지라는 덕담을 건넸다. 악수를 한 건 아니었지만 손이 따스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품도 넓고 온화함이 인상적이다. 

뒤이어 저녁에는 본지 데스크를 만났다. 차기 대권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겨룰 인물이 있다면 양 의원일 것 같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뭘 잘 못 먹었느냐는 표정이 돌아왔다. 그처럼 인터뷰 당일만큼은 막연한 기대감이 솟구쳤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토지개혁 이후 이민청 도입을 통해 국가 비전의 새 지평을 열겠다는 한 장관. 그리고 선도국가의 지렛대로 과학기술을 제시한 양 의원. 이민청 설립에 양 의원도 인터뷰 당시 공감을 표했다. 묘한 앙상블을 이뤘다. 

그로부터 두어 달이 흘렀다. 이일 저일 하다 뒤늦게 인터뷰를 정리하며 정국을 돌아봤다. 아직 3지대 붐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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