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發 메가서울…행정수도 이전·뉴타운과 다를까 [김자영의 정치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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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發 메가서울…행정수도 이전·뉴타운과 다를까 [김자영의 정치여행]
  • 김자영 기자
  • 승인 2023.11.04 1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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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시 서울 편입 논의에 구리·하남·고양도 들썩
과거 盧 ‘행정수도 이전’ 공약에 충청권 승리 거둬
MB 정부 뉴타운 공약에 서울 47석 중 40석 석권
전문가 평가 부정적 “선거용 접근” “김포시 한정 이슈”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자영 기자]

ⓒ 시사오늘 (그래픽 = 정세연 기자)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띄운 ‘김포시 서울 편입론’이 정치권 화두다.ⓒ 시사오늘 (그래픽 = 정세연 기자)

‘김포시 서울 편입론’이 정치권 화두입니다. 국민의힘은 경기 김포를 서울로 편입하는 것을 당론으로 띄우면서부터입니다. 

김동연 경기지사가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건의하며 논의가 물살을 탈 때, 국민의힘 소속 김병수 김포시장, 홍철호 국민의힘 김포을 당협위원장 등 여권 인사는 김포의 지리적 특성을 들어 경기북도가 아닌 서울시로 편입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0월 30일 김포한강차량기지에서 열린 ‘수도권 신도시 교통대책 마련 간담회’에서 “당 내부에서 검토를 한 결과 김포를 서울시에 편입하는 것을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하며 ‘김포시 서울 편입론’에 힘이 실렸습니다. 

민주당은 ‘수도권 선거용 포퓰리즘 전략’이라고 비판하면서도 ‘김포를 서울로 편입한다’는 아이디어 자체는 크게 부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되려 ‘전국 단위 행정체계 전면 개편’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역제안이 나왔습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1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우리 당은 전부터 부울경 지역, 호남권 등에서 지역 균형발전과 미래 사회를 대비한 메가시티를 주장해 왔다”며 여당과 ‘행정 대개혁’을 협의할 생각이라고 전했습니다. 

김기현 대표는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서울 인근 김포와 유사한 도시에서도 주민들의 뜻을 모아오면 우리 당이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메가 서울’ 논의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여권발 메가 서울 계획에 김포뿐 아니라 경기 과천, 고양, 구리, 광명 등 서울에 인접한 지역 내 여론이 들썩이고 있습니다. 서울로 편입될 경우 부동산 자산 가치나 교통 인프라에도 긍정적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백경현 구리시장은 2일 긴급브리핑에서 “구리시가 서울시로 편입될 경우 시 발전에 도움 되는 부분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관련 시민 의견 수렴을 위한 여론조사와 공청회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경기 하남을을 지역구로 둔 민주당 최종윤 의원은 ‘하남 등 수도권 지자체의 서울시 편입’과 관련해 주민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전했습니다. 국민의힘 김종혁 고양시병 당협위원장은 페이스북에 “고양시도 서울로 편입시켜 행정권과 생활권을 일치시키기 바란다”고 올렸습니다. 

김포 구리 하남 등 지역은 2020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승리를 거뒀지만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시장이 된 지역입니다. 표심이 고정되지 않은 스윙보터 유권자가 거주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이 수도권 위기론을 타개할 주도권을 선점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총선 전까지 지역 주민들의 동요를 일으킬 것으로도 전망됩니다. 

과거에도 특정 지역을 중심한 정책이 선거에 영향을 미친 사례가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행정수도 이전 공약이나 이명박 정부 시절 18대 총선에서 ‘뉴타운 개발 공약’ 등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2년 대선후보 시절 ‘국가균형발전론’을 내세우며 ‘충청권 행정수도 건설’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이 승리 요인 중 하나로 ‘충청권 표심’이 꼽혔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시 2위 후보와 약 8%~15% 득표율 차이를 벌리며(대전 55.09%·충북 50.41%·충남 52.15%) 우위를 점했습니다. 2004년 총선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태 역풍이 결정적이었지만, ‘행정수도 이전 여부’도 여전히 영향을 미친 선거였습니다. 열린우리당은  당시 김종필의 자민련을 제치고 충청 지역 24곳 중 19곳을 석권했습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치러진 허니문 선거였던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뉴타운 공약 등을 앞세우며 299석 중 153석을 차지했습니다. 역대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 수도권에서 가장 약진한 선거이기도 했습니다. 한나라당은 당시 서울 전체의석 47석 중 40석을 얻었습니다. 

김포 서울 편입론과 관련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부정적이었습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3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김포를 서울시로 편입하는 논의가 대통령실이나 서울시와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을 보면 좋은 정책을 좋은 방식으로 추진한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사전 조사·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정말 필요한 정책이기 보다 선거용으로 접근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전했습니다.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는 같은날 통화에서 “김포 문제가 행정수도 이전이나 뉴타운 정책과 결이 다르다고 본다. 행정수도는 충청권 전체, 뉴타운은 수도권 내 많은 지역 주민에게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이번 이슈의 경우는 ‘김포시민’에 한정돼 있다. 서울시민은 서울시민대로 경기북도로의 편입 논의가 이뤄지는 김포시 외 지역은 그 지역대로 찬성할 유인이 적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민주당의 경우 노무현 정부 때부터 지역균형 발전, 부울경 메가시티를 말했다. 서울을 더 키우는 쪽으로 갈 것이 아니라 광역시를 거점으로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여야간 대립이 날로 심화되는 상황입니다. 정치권에서 왜 저런 선택을 했을까 의문이 든 적 한 번쯤 있을겁니다. 이들의 선택은 과거 정치 경험으로부터 얻어진 학습효과 아닐까요. ‘김자영의 정치여행’은 현 정치 상황을 75년간의 대한민국 현대 정치사를 비춰 해석해 봤습니다. 다음주 금요일에 찾아 뵙겠습니다. <편집자주>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생각대신 행동으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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