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한국정당사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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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한국정당사⑱]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3.12.06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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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김한길 체제, 재보선 참패로 붕괴…다시 당권 잡은 친노와 비주류 비노 갈등 끝 분당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친노와 비노의 갈등은 새정치민주연합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분리되는 결과를 낳았다. ⓒ시사오늘 정세연
친노와 비노의 갈등은 새정치민주연합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분리되는 결과를 낳았다. ⓒ시사오늘 정세연

새정치민주연합은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 체제로 출발했습니다. 그러나 이 체제는 채 4개월을 가지 못했습니다. 2014년 7월 30일 치러진 재보궐선거에서 15곳 중 겨우 4곳을 얻는 데 그치는 참패를 당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당선된 4곳 중 3곳도 ‘텃밭’인 호남이었기에, 사실상 완패라고 할 수 있는 성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과정이 문제였습니다. 당 지도부는 무리한 공천으로 논란을 자초했고, 비전이나 정책은 제시하지 못한 채 세월호 정국에만 의존하는 등 선거 기간 내내 아마추어 같은 행보를 보였습니다. 결국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와 주승용 사무총장이 자리에서 물러났고, 새정치민주연합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됩니다.

그리고 2015년 2월 8일 열린 제1회 전당대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문재인을 당대표로 선출합니다. 주류인 친노(親盧)가 당권을 회수한 셈이었습니다. 하지만 문재인 체제도 4·29 재보궐선거에서 국회의원 4석 중 단 한 석도 얻지 못하는 참패를 당했고, 비주류 측이 문재인 대표 사퇴와 ‘친노패권주의 청산’ 등을 요구하면서 당내 갈등이 격화됩니다.

문재인은 사퇴 대신 초(超)계파 혁신위원회 구성을 대안으로 내놓고 봉합을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비주류는 친노패권주의 청산이라는 근본적 원인 제거 없이 대증요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고 반발했습니다. 여기에 안철수도 혁신위를 비판하고 ‘정풍운동’을 주장하면서 친노와 비노 간 갈등은 극으로 치닫게 됩니다. 여기서부터는 정신없이 흘러갔던 당시 상황을 추측할 수 있는 기사를 조금씩 첨부합니다.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를 지낸 안철수 의원이 2일 “국민이 변하지 않았다고 느낀다면 지금까지 당의 혁신은 실패한 것”이라며 소속당을 향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문재인 대표 체제와 혁신위원회 활동 등에 대립각을 세우며 정치현안에 자기 목소리를 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안 의원은 이날 전주를 방문, 전북대에서 ‘공정성장을 위한 지역균형발전’ 좌담회를 열고 “야당이 대안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기 힘들다. 2017년 정권 교체도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야당이 대안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는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4·29 선거의 참담한 패배에 따라서 혁신위원회를 통해 당은 변화를 보여줬어야만 했는데 혁신안에 대해 국민의 관심과 공감대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2015년 9월 2일 <머니투데이> 안철수 작심발언 “혁신위 실패…당 쇄신 정풍운동 일어나야”

안철수의 비판에 문재인은 문재인·안철수·박원순이 힘을 합쳐 함께 당을 이끌어나가자는 ‘문안박 연대’를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안철수는 문재인이 대표직에서 사퇴하고 ‘혁신 전당대회’를 개최해 다시 당대표를 뽑자고 요구했습니다. 사실상 당대표 사퇴 아니면 분당(分黨)이라는 최후통첩을 날린 셈이었습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8일 안철수 전 공동대표, 박원순 서울시장과 당대표 권한을 공유하는 임시지도부 형태의 ‘문·안·박’ 연대를 제안하고 나섰다. 또한 해당 기구에서 선거기획과 총선정책 공약, 인재영입 작업 등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표는 이날 오후 광주 조선대학교 서석홀에서 열린 ‘대학생 특별 강연-지금 여러분의 목소리가 역사입니다’에 강연자로 나서 역사 관련 강연에 앞서 “내가 지난 전당대회부터 주장했던 ‘문·안·박’연대가 성사되려면 거기에 분명한 위상과 권한이 부여돼야한다”며 이 같이 제안한 뒤 “나는 그 두 분과 당대표 권한을 함께 공유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2015년 11월 18일 <데일리안> 광주 간 문재인 “안-박 권한 공유, 임시지도부 역할”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당 내홍 해결과 총선 승리를 위한 지도체제로 제안했던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가 불투명해졌다.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온 안철수 전 대표가 29일 문안박 연대만으로는 당의 활로를 여는데 충분하지 않다며 혁신전당대회 개최를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3인이 당권을 분점해 총선을 치르자는 문안박 연대를 사실상 거부한 셈이다.
안 전 대표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집권이라는 목표를 잃은 정당은 존립가치를 잃은 것이다. 우리당에 대한 지지자들과 국민의 회의와 비판, 절망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는 실로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면서 “문 대표께서 제안하신 문안박 임시지도체제도 깊이 생각해 보았지만 문안박 연대만으로는 당의 활로를 여는데 충분하지 않다. 당의 화합과 당 밖의 통합이 이루어질 지도 미지수이고 등 돌린 지지자들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며 더 담대하고 더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 혁신전당대회를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2015년 11월 29일 <이데일리> 안철수, 문안박 연대 거부하고 혁신전당대회 제안

이에 문재인은 총선까지 남은 시간이 부족하다며 안철수의 요구를 거부했고, 안철수는 12월 13일 탈당을 선언하면서 새정치민주연합 분당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습니다. 여기에 안철수와 가까운 의원들이 탈당에 가세하고, 친노패권주의를 비판해왔던 동교동계까지 연달아 당을 떠나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은 다시 한 번 분열의 길을 걷게 됩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안철수 의원의 ‘혁신전당대회’ 개최 제안을 공식 거부했다.
문 대표는 3일 오후 4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대는 해법이 안 된다는 것이 제 생각”이라며 “제 제안은 협력하자는 것인데 전대는 대결하자는 것이다. 제 제안은 혁신과 단합을 위해서 함께 힘을 합치자는 것인데, 전대는 ‘너냐, 나냐’의 대결로 한 명을 선택하자는 것”이라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도 들었다.
문 대표는 “총선을 코앞에 두고 당권 경쟁으로 날을 샐 수는 없다. (안 의원의) 제안 취지와 달리 총선 앞둔 사생결단, 분열의 전대가 될 수밖에 없다”며 “그러다간 공멸”이라고 우려했다.

2015년 12월 4일 <동아일보> 문재인, 안철수 혁신전대 거부 “너냐, 나냐…그러다간 공멸”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탈당을 선언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오전 11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새정치민주연합을 떠난다”며 탈당 입장을 밝혔다.
안 전 대표는 “비상한 각오와 담대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거듭거듭 간절하게 호소했지만 답은 없었다”라면서 “저의 부족함과 책임을 통감한다.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 야당은 국민에게 어떤 답도 드리지 못한다”며 “활로를 찾으려면 모든 것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혁신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전 대표는 “안에서 도저히 안 된다면 밖에서라도 강한 충격으로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며 “새누리당 세력의 확장을 막고 더 나은 정치, 국민의 삶을 돌보는 새로운 정치로 국민들께 보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 12월 13일 <서울신문> 안철수 새정치연합 탈당 “새로운 정치로 보답하겠다”

오랜 시간 갈등을 빚어오던 친문과 확실히 갈라선 안철수는 새정치민주연합 내 반문(反文·반문재인) 세력과 동교동계 등을 묶어 신당 창당에 나섰습니다. 이게 바로 국민의당입니다. 그리고 안철수와 동교동계를 비롯한 비주류가 대거 탈당한 새정치민주연합은 더불어민주당으로 당명을 변경합니다.

이렇게 해서 우리 정치권은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3당 체제로 개편됐고, 일여다야(一與多野) 체제로 제20대 총선을 맞이합니다. 통상적으로 일여다야 체제는 제1야당을 향한 표심이 분산되므로 여권에 유리한 구도로 평가됩니다. 실제로 새누리당에서는 180석 획득 가능성까지 거론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분당된 사건은 대한민국 정치사에 전무후무(前無後無)한 파장을 불러오게 됩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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