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지수 틀린 강석훈 산은 회장의 ‘가짜 스킨십’ [기자수첩]
스크롤 이동 상태바
번지수 틀린 강석훈 산은 회장의 ‘가짜 스킨십’ [기자수첩]
  • 고수현 기자
  • 승인 2023.12.14 09:00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엑스포 유치 실패 부산민심 달래기’ 동참…시장과 직접 소통
노조·직원과는 소통단절 장기화…토론회 제안엔 ‘감감무소식’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지난 6월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부산 엑스포(EXPO) 유치가 실패한 뒤 산업은행 강석훈 회장이 지난 12일 부산을 찾았습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을 방문해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재차 약속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입니다. 강 회장이 부산을 찾은 이유는 시와 산은, 부산국제금융진흥원이 공동으로 개최한 ‘대한민국 신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지역 산업정책 및 정책금융 역할’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한 정책금융 기관의 지역 필요성과 역할이 주로 다뤄졌는데 사실상 산은 부산 이전을 위한 정책세미나였습니다. 실제로 강 회장을 비롯해 박형준 부산시장은 이날 세미나에서 부산 이전 필요성이 담긴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당연하게도 산은 이전 과제는 부산에서 두팔 벌려 환영할 일입니다. 엑스포 유치 실패로 상심한 부산시민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꿩(엑포스) 대신 닭(산업은행)”이라도 필요한 상황이니까요.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부산도 열렬하게 원하는 ‘산은 부산 이전’이니 당연히 이번 세미나에서도 이전 필요성만 강조됐습니다. 산은 부산 이전을 반대하면 부산시민을 등지는 행위라는 프레임도 만들어졌습니다. 이른바 부산 총선 심판론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현재 지지부진한 산은 부산 이전 추진 과제에 탄력을 주기 위해, 그리고 지지를 확인하기 위해 강 회장이 부산을 찾은 건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강석훈 회장이 먼저 찾아가 소통을 해야 할 곳은 정작 따로 있습니다. 바로 지금의 산은을 있게 한 직원들입니다. 서울 여의도에서 근무하다가 부산으로 삶의 터전을 옮겨야 하는 산은 직원들 말입니다. 산은 부산 이전이 정말 필요하고 대한민국 경제에 도움이 된다면 산은 노조를 중심으로 부산 이전을 반대하는 직원들을 상대로 대화하고 설득하는게 당연한 수순입니다.

심지어 강 회장 자신도 지난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노조와 대화를 시도하고 있고 토론회도 열겠다고 밝혔으니까요.

 

지난해 11월28일 오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열린 산은 노조 기자회견에서 노조원이 산은 부산이전 철회를 요구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지난해 11월28일 오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열린 산은 노조 기자회견에서 노조원이 산은 부산이전 철회를 요구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그러나 토론회는 현재까지도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노사간 대화 역시 진척이 없습니다. 김준현 산은노조 위원장도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했습니다. 노조는 앞서도 공개적으로 강 회장에게 대화를 요청한 바 있습니다. 지난 7월31일 자체적으로 용역을 통해 진행한 타당성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강 회장에게 공개 토론회를 제안했었죠.

산은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공개 토론회 제안 당시 사측에선 어떤 응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국감에서 강 회장이 토론회 개최 의사를 밝혔지만 아직까지 감감 무소식입니다.

강 회장이 정말 부산 이전 과제에 속도를 내고자 한다면 내부에서부터 소통과 대화를 진행해야 합니다. 산은 부산 이전은 정치적 논리에 따라 진행될 과제가 결코 아닙니다. 더구나 산은 부산 이전이 정말 국가균형발전과 경제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면 직원들과의 대화를 피할 이유도 없습니다. 타당성 있는 근거와 데이터를 통해 설득하면 되니까요.

이런 면에서 산업은행 타당성 조사와 결이 다른 노조측 타당성 조사 결과를 비교하는 토론회 방식도 고려해 볼만 합니다. 이는 앞서 노조가 제안한 공개토론회 방식이죠.

강석훈 회장은 산업은행을 이끄는 수장(首長)입니다. 한 집단의 수장이라면 응당 그 집단의 구성원 입장을 대변하고 소통해야합니다.

이미 이전을 찬성하는 쪽과 얘기하는 건 너무나도 쉬운 길이지만 별 의미가 없습니다.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상황에서 설득 과정도 필요 없으니까요.

정말 강 회장이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이행하려 한다면 험로(險路)를 스스로 걸어가야합니다. 끊임없는 소통과 설득만이 산은 부산 이전의 타당성을 확보할 해결책입니다. 무시와 불통은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 뿐입니다.

멀리 부산까지 갈 이유도 없습니다. 이전을 위한 설득과 지지를 얻기 위해 소통이 필요한 대상은 부산이 아니라 서울 여의도 산은 내부에 있으니까요. 또한 산은의 부산이전을 위한 최대 난관인 산은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설득이 필요한 국회 정무위 의원들 역시 여의도에 있습니다.

앞서 지난해 열린 국회 정무위 당시 야당쪽에서는 강 회장의 불통을 꼬집었습니다. 당시 김한규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산업은행 부산이전과 관련해 국회 패싱 주장을 제기했었죠.

최근 부산시 등과 광폭의 소통을 이어가는 강 회장의 행보를 두고 번지수 틀린 엉뚱한 헛발질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은행·카드 담당)
좌우명 : 기자가 똑똑해지면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rio 2023-12-15 10:20:21
기자님 훌륭한 기사 감사드립니다

k 2023-12-14 11:08:29
이게 기사지 기자님 굿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