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학교폭력 통계가 보여준 대한민국 사회에 대한 경고 [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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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학교폭력 통계가 보여준 대한민국 사회에 대한 경고 [특별기고]
  • 정재준 학교폭력예방연구소 소장
  • 승인 2023.12.27 1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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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재준 학교폭력예방연구소 소장]

교육부는 2023년 4월 10일부터 한 달 동안 대한민국 초등학교 4학년 이상 고등학교 3학년까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학교폭력 실태 전수조사를 벌였다. 조사 참여율이 82.6%, 약 317만명의 학생들이 참여한 가운데 전체 피해 응답률은 약 1.9%로 나타났다. 지난 1년간(2022년 하반기에서 2023년 상반기 기간) 당한 학교폭력 피해 건수가 약 5만 9천 건으로서 2020년 0.9%인 약 3만 건보다 무려 두 배나 폭증하였다. 2020년은 코로나19 펜데믹 시작으로 많은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아 학교폭력 발생이 최저라고 해도 10년 전인 2013년 학교폭력 피해 건수를 단번에 회복한 놀라운 수치이다.

이 학교폭력 피해 응답 건수인 약 5만 9천은 2022년 한 해 발생한 촉법소년(만 10세 이상 14세 미만)과 범죄소년(만 14세 이상 19세 미만)이 저지른 범죄 건수 약 7만 건과 비슷한 높낮이 양상을 보인다. 행정적 관점에서 학교폭력 발생 건수와 사법적 관점에서 비행소년(범죄소년 + 촉법소년) 발생 건수가 상호 연동되고 있음을 고려할 때 다음과 같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

범죄소년(만 14세 이상 19세 미만)의 발생 건수가 하향 안정화 곡선을 유지하고 있는데 비하여 촉법소년(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발생 건수는 출생률 저하로 인한 인구 감소 상황에도 불구하고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이를 소년범죄의 “저연령화”라고 부른다. 이에 따라 촉법소년의 연령을 인하해서 형사처벌도 가능하게 하자는 여론이 최근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저연령 소년의 범죄(촉법소년)가 학교폭력 발생 건수에서도 비승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고등학생의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은 0.4%로서 최근 10년간 거의 변함 없이 낮은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중학생의 경우 1.3%로서 코로나19 펜데믹에 비하여 증가한 것은 맞지만 10년 전의 2.4%에 비하면 아직 반에 불과하다. 그러나 초등학생의 경우에는 피해 응답률이 3.9%로서 10년 전의 3.8%를 앞질렀다. 전체 학교폭력 발생은 초등학교 4학년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고 초등학교 3학년, 6학년, 5학년이 뒤를 잇는다는 점에서 학교폭력 발생의 저연령화는 확실하다.

이렇듯 소년범죄와 학교폭력은 모두 “저연령화의 진전”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학교폭력은 소년범죄와 연동되고 전이된다는 점에서 초등학생의 학교폭력 만연은 촉법소년의 범죄 현상과 연동되고 있으며 이는 대한민국 사회에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소년범 재범률이 성인범 재범률의 3배에 달하는 점을 고려할 때 더욱 심각한 문제이다. 촉법소년의 연령인하가 소년범죄의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는 관용주의는 촉법소년에 대한 방관주의만큼 무책임하다. 학교폭력 초등 가해학생이나 촉법소년에 대한 국가의 선제적 선도 조치를 엄벌주로 착각한 관용주의는 소년정책에 대한 방관을 넘어 방해를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대한민국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할 시점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정재준은…

연세대를 졸업하고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청소년범죄 법학, 버클리대 형사정책 석사 수료 후 고려대 형법, 버클리대 형법 박사과정을 마쳤다. 행정고시 합격 후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사무관, 국무총리실 한국형사정책부연구위원을 역임했다. 콜롬비아대 로스쿨 연구원 재직및 고려대 법학강 강사, 한국법제연구원 해외법제조사위원으로 활동했다 성균관대 교육학과 겸임교수,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객원연구원, 학교폭력예방연구소 소장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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