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시무식·짧은 신년사가 더 와닿는 이유…‘진정성’의 힘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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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시무식·짧은 신년사가 더 와닿는 이유…‘진정성’의 힘 [기자수첩]
  • 장대한 기자
  • 승인 2024.01.02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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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마다 명문 담긴 CEO 신년사 홍수…허례허식 대신 진정성·의지 보여줘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대기업 CEO들은 신년사를 직접 작성이나 할까", 연초마다 기업들의 신년사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CEO들이 행사에서 읽는 인사말조차 내부 임직원이 미리 작성해 몇 번의 탈고를 거쳐 전달해준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신년사에 명문(明文)이 담겼어도 크게 와닿지 않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꾸밈없는, 본인 생각 그대로를 전하는 듯한 신년사를 내는 CEO도 있다. 장세욱 동국홀딩스 부회장이 그렇다. 그는 허례허식처럼 느껴질 수 있는 시무식 대신 '작은 시무식' 개념을 도입하고, 신년사도 간단한 키워드로 대체해 그 의중을 모든 직원들이 파악하기 쉽도록 했다.

장 부회장이 작은 시무식을 처음 도입한 것은 코로나가 한창이던 지난 2021년 새해의 일이다. 기존 집합 행사 방식의 시무식을 폐지하고 각 팀별로 진행하는 새로운 시무식을 열었는데, 그때 남긴 인사 역시 간단하다. '백스테이지 리더십'(Backstage Leadership)을 요구했을 뿐이다.

백스테이지 리더십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회사를 지원하고 행동하며 내실을 다지고 살림을 책임지는 리더십을 말한다. 리더가 팀원들을 일방적으로 이끄는 게 아니라,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에 맞춰 진취적인 자세를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해주라는 것이다. 책임 경영을 실천하면서도 크게 나서지 않는 장 부회장의 태도와 소신이 묻어나는 말이다.

물론 이후에도 합리적인 시무식 광경은 이어졌다. 2022년엔 책임 및 윤리경영과 스피드경영 등을 강조했다. 지난해엔 회사 인적 분할 추진이라는 큰 사업과 맞물려 이에 따른 지속성장과 기업가치 제고 노력에 동참해 줄 것을 주문했다.

올해 인사말은 더 소박하다. 하지만 울림만큼은 그 어느때보다 커졌다. 장세욱 동국홀딩스 부회장은 새벽부터 인천공장 생산현장을 직접 찾아 "직영으로 전환한 인천공장 직원들이 회사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동국제강과 동국씨엠은 지난해 11월 철강업계 최초로 사내하도급 직영 전환 합의를 이룬 바 있는데, 해당 합의 이행으로 올 새해부터 970명 직원들이 정직원 명찰을 추가로 달게 됐다. 앞선 장 부회장의 메시지는 이들을 향한 애정어린 인사인 셈이다.

장 부회장은 "임직원 모두 즐겁고 건강한 직장 생활을 기원한다"며 새해 인사를 덧붙였다고 한다. 이처럼 짧은 메세지여도 힘은 강력하다. 대내외 상황이 어려울수록 내부 화합을 도모하고, 진솔함으로 회사를 이끄는 장세욱 부회장의 신년사 한마디 한마디를 허투루 들을 수가 없는 이유다.

담당업무 : 자동차, 항공, 철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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