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國格 수준’까지 보여줄 4월 총선 [金亨錫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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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國格 수준’까지 보여줄 4월 총선 [金亨錫 시론]
  • 김형석 논설위원
  • 승인 2024.01.07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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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선 두 말 필요 없이 올해 최대 이벤트”
“2024년은 60여 개국 선거 있는 지구촌 선거의 해”
“이재명 피습·한동훈 바람, 벌써 외신 타고 각국으로”
“선거 과정 하나하나 지구촌 뉴스 되어 나갈 것”
“‘페어 플레이어’가 이길 조건…X세대 어필할 것”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형석 논설위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만나고 있다. ⓒ 연합뉴스
총선의 해가 출발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2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만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총선의 해가 어수선하게 출발했다. 예상대로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가 새바람을 일으키며 출발한 가운데 난데없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이 터지면서 순탄치 못할 총선의 모습을 예고했다. <AP통신>,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CNN, 영국 <가디언>, BBC 등 세계 유력 언론들이 일제히 이 대표 피습 사건을 보도하면서 한국 정치의 양극화, 극단적 상태를 비중 높게 다뤘다. 

올해는 지구촌 절반이 선거 치르는 해 

세계 유수 언론들이 한국의 정치 뉴스를 비중 높게 다루게 된 데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기도 했지만 올해는 ‘지구촌 선거의 해’라고 할 만큼 각국의 선거가 잇따를 예정이어서 벌써 각국의 선거 관련 기사가 주요 뉴스로 다뤄지고 있는 것이다. 

60여 개 나라에서 세계 인구의 절반 가까운 40억 명이 자국의 지도자를 뽑으니 그 선거 결과에 따라 국제 질서가 어떻게 재편될지에 뉴스의 초점이 모일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2024년은 선거에 의한 지구촌 대격변의 해가 될 거다. 

남의 나라 얘기부터 하자면, 지구촌 최대 관심사는 당연히 오는 11월 5일 치러질 미국 대선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지구촌에서 별로 인기가 없는 트럼프가 미국 내에서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해서 세계인들이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아주 노골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을 올해 세계가 직면할 가장 ‘큰 위협’으로 꼽았다. 트럼프 덕분에 미국의 이익이 얼마나 증가했는지는 모르지만 트럼프로 인해 형편없이 추락한 미국의 국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기사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대선 결과에 불복하며 의사당에 난입한 사건은 세계인들로 하여금 미국이라는 나라의 수준을 의심케 했었다. 

대선은 아니지만, 여러 면에서 큰 파란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의 총선도 곧 국내외 주목을 받으면서 대외신인도나 국격이 자연스럽게 평가받게 될 것이다. 

외국의 눈보다 더 무서운 국민의 정치 무관심

경제 분야를 포함, 외생변수에 큰 영향을 받는 우리로서는 외국의 눈에 신경이 쓰이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더 무서운 건 거의 바닥 수준으로 떨어진 국민들의 정치 무관심과 정치혐오증이다. 민주주의의 후퇴가 아닐 수 없다. 

개딸들이 어떻고 태극기부대가 어떻고 하지만 대부분 국민은 그런 부류들과는 달리, 정치에 냉소적이라고 보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정치꾼들과 언론들만 실감하지 못할 뿐이다. 혐오 수준을 넘어 무관심 상태로 들어간 지 오래다. 

국민들이 정치에 등 돌린 건, 어느 한 정권의 탓이라기보다는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 이후 지속돼 온 지나치게 편향되고 시원찮은 리더십과 그에 맹목적으로 추종해 온 무리가 합작해 낸 결과물이다.  

비겁하게 양비론을 펴자는 게 아니다. 이른바 진보 보수의 완벽한 분리(실은 내 편, 네 편의 철저한 편 가름), 그에 따른 양 진영의 결사적인 전투,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결과된 몰이성과 무원칙의 정치판! 

정신 멀쩡한 국민이라면 수십 년간 지속돼 온 그런 정치판에 냉소적이지 않을 수 없다. 다만 극단적으로 이기적인 정치인들과 국민 마음을 세밀하게 살피지 못하는 여론조사 기관, 그리고 언론까지도 그런 냉소적 분위기와 무관심 현상을 간과하고 있다. 

그런 현상을 방증하고 있는 게 정치초년병 한동훈 효과와 우후죽순처럼 생겨날 신당 현상이다. 정치권에 신물이 난 상태에서 신당의 약진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생겨나고, 한동훈 효과가 그의 실체나 개인기를 훨씬 뛰어넘는 정도로까지 확대포장돼 기대를 모으게 됐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한동훈과 신당은 일단 ‘바람직한 바람’들로 읽힌다. 어쨌든 국민의 무관심을 관심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효과를 가져왔으니.  

특히 젊은 층은 어느 당이 중요한 게 아니다 

여론조사기관들이 세태를 따라가지 못하는 게 하나 있다. 나이 든 그룹을 포함, 기성세대들이야 그렇다 치자. 젊은 층, 이른바 MZ세대, 심지어 Z세대까지 으레 일정 성향이 있을 거라는 선입견을 품고 보는 태도다. 천만의 말씀이다. 그 세대의 성향은 기성세대에서 진보, 보수를 가르기처럼 쉽지도 않고 천편일률적이지도 않다. 개성이 뚜렷하고 우수한 데다가 개인주의 성향도 강하기 때문이다. 

손이 많이 가더라도 그들의 동향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개별적으로 접촉해야 겨우 분위기 파악이 가능하다.  그들을 한데 묶어 진보 또는 보수로 분류하는 건 처음부터 패착이고, 학벌이나 가정형편 따라 분류하는 것 역시 제대로 된 결과물을 도출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 여론 조사 기관마다 크게 차이가 나고 그래서 수시로 ‘믿을 수 없다’라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개별 접촉이나 소규모 그룹으로 나눠서 접촉하는 게 맞는 방법이긴 하나 불가능하다. 그러니 결국은 그들 입맛에 맞는 공약과 실천의지를 내는 후보자(당이 아니다)를 통해 젊은이들의 호오(好惡)와 성향을 가려내는 방법이, 어렵긴 해도 그중 나은 방법이 될 수밖에 없다. 

실행이 어렵다면 젊은 층은 아예 여론조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도 방법이다. 완벽함과는 거리가 있지만 그나마 부분적으로는 정직한 여론조사 결과가 될 것이다.  

그런데 사실 젊은이들만 그럴까?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공격한 60대 중반 피의자가 양 진영을 왔다 갔다 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태극기 부대에 참여하며 윤석열 후보를 찍었다가 답답한 검찰 위주 인사 등에 실망해 총선에서 ‘딴마음’을 보여줄 노인층도 꽤 눈에 띈다고 한다. 개딸이나 보수꼴통이나 그건 소수일 뿐이고, 집토끼는 이제 전처럼 많지 않다는 얘기다. 

페어플레이가 큰 변수 될 수밖에 없는 이유 

연목구어(緣木求魚)일까? 저열한 수준을 겨우 벗어난 정치인 또는 정상배를 뜻하는 politician 대신 다음 세대까지 내다보는 정치가(statesman)를 기대하는 일이..! 하긴 수백 명을 뽑는 국회의원 선거에서, 또 우리의 정치풍토에서 그런 기대까지 한다는 건 무리겠다. 그저 정직한 후보나 많았으면 좋겠다. 

한 번 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에게 충고한다. 착각에서 벗어나도록! 극소수층에 불과할 극우 보수나 개딸을 제외한 많은 국민은 어느 당이 승리하기를 그렇게 간절히 바라지 않는다.  거짓말 않고 속이지 않는, ‘정치가’까지는 아니더라도 정직한 정치인을 기다린다. 

출마자들의 개인기도 필요하겠지만 이번엔 역대 선거 중 가장 크게 각 당의 정직함과 진심에 표심이 크게 좌우되리라고 본다. 대선 이전부터 워낙 오랫동안 격하게 싸움질을 해오면서 양당의 치부가 다 드러난 데다가 와중에 본심도 많이 들켜버렸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이젠 정치판의 밑천이 대충 드러났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정치권은 잔머리와 마타도어보다는 페어플레이를 주요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그건 희망사항이 아니다. 총선 결과로 실현될 이번 선거의 대전제가 그렇다고 보는 게 옳다.  

X세대. 지구촌의 우수그룹으로 자리매김한 그들에겐 특히 페어플레이가 크게 어필할 수밖에 없다. 진짜 엘리트들은 무엇보다도 원칙과 상식을 중시하는 가치관을 갖지 않는가. 

거듭 말하지만, 어느 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든 그건 사실 여의도 사람들, ‘그들만의 리그’일 뿐이다. 정치 혐오증 환자가 된 많은 국민이 이번 총선에서 더 보고 싶은 모습은 정치가 5류에서 한두 단계라도 업그레이드되는 모습이다. 

역시 페어플레이가 총선에서 큰 비중을 차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형석(金亨錫) 논설위원은…

연합뉴스 지방1부, 사회부, 경제부, 주간부, 산업부, 전국부, 뉴미디어실 기자를 지냈다. 생활경제부장, 산업부장, 논설위원, 전략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정년퇴직 후 경력으로 △2007년 말 창간한 신설 언론사 아주일보(현 아주경제) 편집총괄 전무 △광고대행사 KGT 회장 △물류회사 물류혁명 수석고문 △시설안전공단 사외이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외이사 △중앙언론사 전·현직 경제분야 논설위원 모임 ‘시장경제포럼’ 창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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