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 청년보다 많아진 대한민국 [金亨錫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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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 청년보다 많아진 대한민국 [金亨錫 시론]
  • 김형석 논설위원
  • 승인 2024.01.14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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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이상 인구가 20대 인구 넘어선 ‘노인천하’” 
“내년엔 65세 이상이 다섯 명 중 한 명꼴 되는 초고령사회”
“정부·민간, 아직 실감 못 한 채 노인대책 소홀”
“‘너무 오래 산다’는 식의 노인폄하 발언들도… 
실은 사회 저변의 인식 그대로 반영한 것일 뿐”
“‘뒷방 늙은이’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안 찾아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형석 논설위원]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원각사 노인 무료급식소 인근 식당가에서 노인들이 장기를 두고 있다. 같은날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3년 말 기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70대 이상 인구는 631만9402명으로, 20대(619만7486명) 인구를 넘어섰다. ⓒ 연합뉴스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원각사 노인 무료급식소 인근 식당가에서 노인들이 장기를 두고 있다. 같은날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3년 말 기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70대 이상 인구는 631만9402명으로, 20대(619만7486명) 인구를 넘어섰다. ⓒ 연합뉴스

등산로에도, 당구장에도, 기원에도 대낮부터 ‘젊은 노인’들이 넘쳐난다. 지공(지하철 공짜) 도사들은 온양까지 지하철 타고 가서 온천을 즐기고 곧 봄이 오면 지하철로 춘천 나들이에도 나설 참이다, 힘이 남아도는 노인들은 밤이 되면 술집으로, 노래방으로 삼삼오오 몰려가 다시 밤문화를 즐긴다. 

주민센터나 구청이 제공하는 일터에서 단순 작업을 지루하게 반복하는 노인들도 많다. 젊었을 때 익혔던 전문직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직 웬만한 전문지식을 요하는 분야는 취급할 수 있는 노인들이다. 그러나 파트타임이라도 일할 자리를 찾지 못한다. ‘멀쩡한데도’ 자식들에게 등 떠밀려 요양원 등 시설에 들어가 있는 노인들도 있다. 

바람직하지 못한 노인들의 실상이고, 서둘러 해결해야 할 국가 주요 과제 중 하나다.

현실 직시하고 그들 ‘숙련공’ 활용대책 세워야  

행정안전부가 지난주에 발표한 ‘2023년 말 기준 주민등록 인구 통계’에 따르면 70대 이상 인구가 631만9402명으로 20대 인구 619만7486명보다 많았다. 70대 이상 인구가 20대보다 많아진 건 처음이라고 한다.

실상이 그러하면 국가나 사람들의 인식도 따라서 변하고 국가의 각 분야 설계도 새로 해야 하는데 아직 우리는 그러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여전히 젊은이들 숫자가 많아 사회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뒷방 늙은이들’ 숫자는 얼마 안 되는 것쯤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다. 

그러니 정부 노인대책이 대충 겉핥기로 흐르고, 여기저기서 수시로 ‘노인들 빨리 갔으면’이라고 하는 막말도 계속 나오는 것이다. 아무리 자신들의 희망사항이 그렇다고 해도 건강한 수많은 노인들이 어떻게 빨리 갈 수가 있겠는가?  바랄만한 걸 바라야지…. 그것 역시 노인 인구에 관한 정확한 파악이 ‘덜 돼서 나온 덜떨어진 말’이 아닐 수 없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라고 한다. 행안부는 내년에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이 노인이라는 얘기다.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인식의 대전환과 함께 바꿔야 할 게 하나 둘이 아니다. 정부와 민간의 지금 같은 인식과 대처방식은 노인천하가 될, 아니 이미 노인천하가 된 나라의 제대로 된 모습이 아니다.  노인들 뿐만 아니라 청년들의 행복한 삶도 기대할 수 없다.

불행한 한국 노인의 현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노인빈곤율 1위, 노인자살률 1위라는 OECD 발표가 말해준다. 몇 년간 지속돼온 이 통계수치는 지난해에도 여전했다. 노년기 자살의 원인으로는 건강 악화, 배우자 사망, 퇴직으로 인한 사회적 지위 상실, 신체적·정신적 장애, 사회적 고립, 우울감 등이 꼽힌다. 이의 치유를 미루면 노인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불행도 막을 수 없다. 

치유책으로 건강 돌봄 대책과 함께 적절한 노인 일자리를 만들 것을 제안한다. 하루에 서너 시간 아니, 일주일에 하루 이틀이라도 노인들에게 적절한 일거리를 마련해 주는 대책이 긴요하다. 

건설현장에서, 수출현장에서, 교육기관과 각 사무실에서 수십 년간 자신들의 업무를 익혀온 그들은 여전히 잠재적 ‘숙련공’들이다. 일 년 내내 당구장이나 기원으로만 내몰기엔 그들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정부와 기업과 노조가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마련할 일이다. 그게 ‘노인천하’ 된 나라의 새로운 설계의 첫걸음이 될 터이다. 

가정 복원이 동화 속 나라로 가는 길

신선들이 노니는 동화 속의 나라는 우리가 어렸을 적부터 꿈꿔온 이상향이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는 늙어서 병든 노인들이 거리를 헤매는 나라가 더 많다. 대한민국의 장래가 어떤 모습이 될지는 이제부터 설계해 나가기 나름이다. 

앞서 인식 전환과 적절한 일자리 제공에 관해 언급했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게 가족관계 복원이다. 대가족 제도까지 말하는 게 아니다. 사회 구성의 최소 단위가 되는 가정 복원이 긴요하다는 얘기다. 

백화점들은 설을 앞두고 ‘소용량’과 ‘MZ세대’를 겨냥한 설 선물을 선보이는 중이다. 2030 세대를 중심으로 1인 가구 수가 지속해서 증가하는 데 따른 마케팅 전략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가구 수 중 34.5%가 1인 가구로 역대 최고였다.

어려서 가족들의 돌봄을 받고, 성인이 돼서 결혼해 아이 낳고, 늙어 다시 가족의 돌봄을 받아온 게 수천 년간 지속 돼온 보편적인 삶의 패턴이었다. 대가족에서 소가족 형태로 바뀌는 거야 자연스러운 변화로 보이지만 1인 가구는 아직 낯설다. 편안함을 넘어 외로움과 반사회적 성향을 깊이 심어주는 것으로 읽히기도 한다. 자살률이 높아지고 이유 없는 길거리 살인이 늘어나는 것도 가정 소멸 현상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결국 노인대책도 출산율 제고 등 전반적인 인구정책과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정부와 정치권은 최소 가족단위가 지속될 수 있도록 국가의 새로운 설계에 착수해 주기 바란다. 노인뿐만 아니라 미래 노인들을 위해서라도. 

김형석(金亨錫) 논설위원은…

연합뉴스 지방1부, 사회부, 경제부, 주간부, 산업부, 전국부, 뉴미디어실 기자를 지냈다. 생활경제부장, 산업부장, 논설위원, 전략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정년퇴직 후 경력으로 △2007년 말 창간한 신설 언론사 아주일보(현 아주경제) 편집총괄 전무 △광고대행사 KGT 회장 △물류회사 물류혁명 수석고문 △시설안전공단 사외이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외이사 △중앙언론사 전·현직 경제분야 논설위원 모임 ‘시장경제포럼’ 창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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