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허세’…그래도 준비는 해둬야 [金亨錫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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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허세’…그래도 준비는 해둬야 [金亨錫 시론]
  • 김형석 논설위원
  • 승인 2024.01.21 12: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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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김의 막말이 노리는 것”
“남의 분열 겨냥한 ‘정치 도발’ 성격 강하다”
“무기 대량 수출해 남은 게 없을텐데도 전쟁 위협?” 
“철없이 전쟁까지 운위하지만 철없어 더 위험”
“트럼프 등 주변의 함량미달 발언이 부추길 수도”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지만 국지전 도발 여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형석 논설위원]

ⓒ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5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시정연설 "공화국의 부흥발전과 인민들의 복리증진을 위한 당면과업에 대하여"를 했다고 조선중앙TV가 16일 보도했다. ⓒ 연합뉴스

“초토화” “대사변” “불변의 주적” “제1의 적대국”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평정·수복하고…” “핵무기를 포함해 모든 군사력을 총동원할 것”

지난 며칠 사이에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우리를 겨냥해 쏟아낸 막말들이다. 나

윤석열 대통령은 “협박하는 전술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며 “북한이 도발해 온다면 몇 배로 응징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대한민국을 균열시키기 위한 정치 도발 행위”라고 북측의 막말 배경을 진단했다. 

오간 말들로만 볼 때는 양측이 전쟁 직전의 일촉즉발 상태다. 

달라진 남측 압박하느라 안간힘 

조선중앙통신은 지난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민족경제협력국, 금강산국제관광국을 폐지한다"고 최고인민회의 결정 소식을 전했다. 조평통은 1961년에 설립한 대표적인 대남기구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도 그 같은 사실을 전하며 이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전통적 남북관계의 단절을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로 남북관계를 규정한 것에 대해 “북한 정권 스스로가 반민족적이고 반역사적인 집단이라는 사실을 자인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도발 위협에 굴복해서 얻는 가짜 평화는 우리 안보를 더 큰 위협에 빠뜨릴 뿐”이라고 확실한 맞대응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과 정부는 총선을 앞둔 우리 사회 분열을 노린 북의 ‘정치 도발’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남북관계야 지속적으로 긴장 상태였지만 이번처럼 남북 정상이 동시에 날 선 발언을 쏟아낸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북의 ‘도발’로 촉발된 이번 싸움은, 북의 얄팍한 계산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4월 총선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 하는 가운데 러시아와의 유대 및 트럼프와의 친밀감까지 은근히 과시하며 자신들의 존재감을 알리는 동시에 ‘달라진 남한 정권’을 압박하기 위한 일종의 제스처라는 것이다. 

그에 대해 우리 측이 전 정권처럼 무대응으로 일관하지 않고 강하게 맞대응함에 따라 ‘한반도 위기 고조설’이 나오는 것이다. 북의 오판에 따른 접경지 우발 충돌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그 시기는 3월 한미 연합연습 때가 될 것이고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군사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북의 사정 때문에 지금은 ‘물지 못할 것’이라고는 하지만…

최근 북한 움직임에 관해, 해외의 자칭 대북문제 전문가나  국내 친북세력들은 경고음과 함께 남측에 일종의 유화정책을 제시하도록 권고하고도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의 전문적 분석이 훨씬 설득력 있게 들린다. 

신 장관은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며 미국 일부 전문가들의 한반도 전쟁 경고에 대해 ‘과장’이라고 일축했다. 신 장관은 그러나 북의 국지 도발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려했다.

신 장관은 북한이 전쟁을 준비한다면 포탄 수백만 발 등을 러시아에 수출하겠느냐며 진짜 전쟁 준비에 들어갔다면 성능 좋은 미사일을 생산 즉시 전량 수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방 전문가다운 분석이다.  

신 장관은 이어 6·25 전쟁 때와 달리 “지금은 강력한 한미동맹이 있고 게다가 대한민국이 (전쟁 수행 능력 면에서) 훨씬 더 우위에 서 있다”며 북한 핵과 관련, “그보다 강한 미국의 핵을 한·미가 함께 하는 억제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최근 북한 상황을 보면 국지도발을 시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직접 군사도발을 하거나 대규모 해킹, 사이버 심리전, 회색지대 도발을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북이 러시아와 팔레스타인 등에 포탄과 미사일을 대량으로 팔고 있는데 “한국과 미국이 이런 사정을 알고 쳐들어오면 어떻게 하지”라는 불안감이 있다며 약점을 감추기 위해 역으로 대남 공세 발언 수위를 높이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역시 신 장관과 마찬가지로 미국 대북정책을 유리하게 전환하기 위해 또다시 미국과의, 트럼프와의 ‘딜’을 준비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 푸틴, 트럼프의 ‘속 보이는 놀이’ 

우리는 신 장관과 태 의원의 그 같은 분석에 대체로 동의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푸틴과 트럼프의 김정은 감싸 안기와 그에 고무된 김의 철없는 행보가 자칫 정상궤도를 이탈할 위험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우려한다.  

트럼프는 “내가 집권했을 때 김정은과 잘 통해서 평화로웠다”고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철없다고 할 정도의 수준 미달 발언을 했다.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수행하느라 무기가 아쉬운 푸틴도 전에 없이 북한에 유화 제스처를 보이고 있다. 지난주 최선희 외무상이 이끄는 북한 대표단을 환대하는 푸틴의 모습은 종전 그에게선 좀처럼 볼 수 없던 활짝 웃는 표정이었다. 정상급 회의에도 지각하기 일쑤인 푸틴이 먼저 와서 최를 반겨 맞는 모습에서 ‘철없는’ 김정은을 대하는 트럼프의 모습이 함께 비쳤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북한은 우리의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파트너로서 모든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발전시키고 있다”며 자신들도 낯 간지러워할 성명을 내기도 했다.

김정은이 곧 푸틴을 북한으로 ‘모셔 와’ 한미동맹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려 할 것 같다고 외교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일과성에 불과할 이들 간의 결속 모습보다는 아직 김정은의 최근 행보에 이렇다 할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는 중국 속내가 실은 더 궁금증을 자아내는 부분이다. 중국은 여전히 북한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면서 자국과 미국 간의 관계 변화에 따라 시진핑이 김정은에 대한 컨트롤 수위도 조절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사실은 그 부분이 우리로서는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고 정부가 앞으로 외교력을 최대한 발휘해야 할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한국은 경제대국과 문화강국일 뿐만 아니라 ‘6대 강국 성적표’를 받기도 한 나라다. 미국의 ‘US뉴스 앤 월드리포트(USNWR)’는 한국이 미국, 중국, 러시아, 독일, 영국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 6위에 올랐다고 연초에 전해왔다. 

국방 문제에 문외한인 우리로서는 그 보도를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얼른 확신이 들지는 않지만 어쨌든 73개국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라는 그 보도는 우리에게 힘을 실어줄 뿐만 아니라 우리 적들에게도 섣불리 한국을 ‘어떻게 해볼’ 의도를 제어해 주는 효과를 내줄 것으로 기대된다. 북이 그 보도를 봤는지 궁금하다.

러와 우크라, 이스라엘과 하마스를 보며

구소련연방 소속이었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벌이고 있다. 아브라함의 자손인 이스라엘과 하마스도 끝없는 전쟁을 수행 중이다. 뿌리가 같은 나라들끼리 싸우는 게 요즘 지구촌 유행인 모양이다. 

70여 년 전에 그만큼 뼈저리게 경험했던 단군의 자손들은 그런 유행을 타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북에 있는 단군의 자손들은 아직도 학습효과를 제대로 거두지 못한 듯하다. 6·25 이후에도 그만큼 헛발질을 해댔으면 이젠 무력으로 적화통일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깨달을 때도 됐는데…. 공갈 협박으로는 더 이상 ‘형님 댁’에서 돈을 뜯어내기가 어려워졌다는 점도 깨달을 때가 됐는데! 

우리에게 동족이라는 개념이 아직 조금이나마 남아있을 때, 단군 할아버지의 북쪽 자손들이 철 좀 들었으면 한다. 그래서 남쪽과 대결하는 자세 대신 배우고 협력하는 모드로 전환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김형석(金亨錫) 논설위원은…

연합뉴스 지방1부, 사회부, 경제부, 주간부, 산업부, 전국부, 뉴미디어실 기자를 지냈다. 생활경제부장, 산업부장, 논설위원, 전략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정년퇴직 후 경력으로 △2007년 말 창간한 신설 언론사 아주일보(현 아주경제) 편집총괄 전무 △광고대행사 KGT 회장 △물류회사 물류혁명 수석고문 △시설안전공단 사외이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외이사 △중앙언론사 전·현직 경제분야 논설위원 모임 ‘시장경제포럼’ 창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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