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기자회견이 필요한 이유 [金亨錫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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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기자회견이 필요한 이유 [金亨錫 시론]
  • 김형석 논설위원
  • 승인 2024.02.09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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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대통령 입 통해 국정 현안 직접 확인”
“민주국가에서 기자회견은 대통령의 책무”
“전체주의 국가에선 정부 일방 발표에만 의존”
“지지율 상승 위해서도 기자회견은 필수 요건”
“尹의 愛民정신, 기자회견으로 구현되기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형석 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가진 KBS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에서 박장범 KBS 앵커와 대담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가진 KBS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에서 박장범 KBS 앵커와 대담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KBS 대담 프로그램이 여기저기서 비판받았다. 여당과 친여 인사들을 제외하고 많은 언론과 야당 등이 호된 비판을 쏟아냈다. 주로 김건희 여사 명품 백 관련, 해명이 미흡하고 사과가 없었다는 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녹화 기획 사실이 알려졌을 때부터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고, 명품 백과 관련한 대통령실의 그간 태도에서도 짐작할 수 있었던 일이다. 

‘우리들’은 새로 알게 된 주요 정보 많았다 

비록 기자회견이 아닌 대담 형식이었으나, 그래도 우리들 서민 입장에선 새로 알게 된 것, 확실하게 얻은 정보도 꽤 있었다. 국정 최고책임자의 입을 통해 확인된 것들이다. 물론 벼슬 높은 이들이나 언론사 등에선 익히 알거나 감을 잡은 것들이겠으나 서민들로서야 긴가민가할 수밖에 없었던 다소 애매한 내용들이다.

예를 들어 핵에 관한 내용이 그중 하나다. 

“(우리도) 마음만 먹으면 단시일 내 핵 개발을 할 수 있다”. 정부 인사들이나 일부 언론을 통해 간간이 흘러나온 내용이긴 하지만 정부가 딱 부러지게 공식 확인해 준 내용은 아니어서 ‘그러려니…’하고 어슴푸레 짐작해 온 내용이다. 국정최고책임자의 입을 통해 공식 확인됨으로써 핵문제에 관해 국민들도 얼마간은 ‘자신감’을 갖게 됐다. 

그러나 핵무기 개발과 핵무장에 관해, 윤 대통령은 선을 그었다. “아니다. 현실적이지 못 하다. 제재를 받게 돼있어 국익에 반한다”는 내용으로 부정했다. 핵문제에 관해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확실한 스탠스를 알려줌으로써 국내외에 다시 한번 나라의 저력과 건강한 인식을 알려준 셈이 됐다. 김 여사의 명품 백 사건으로 인해 국민들로부터 점수를 잃은 것만큼은 못되더라도, 핵 발언 덕분에 국민에게 점수를 조금은 따지 않았을까 싶다. 

이어 남북 정상회담 관련, “보여주기식 회담 추진은 않겠다”는 의사를 확실히 밝혔다. 세 차례 경험을 토대로 정치적 국면 전환을 노리는 성과 없는 회담보다 실무자들의 사전 조율을 통한 ‘버텀 업’식 추진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그렇게 되면 남북 정상회담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인데 이 역시 남북관계에 대한 윤 대통령의 ‘속생각’을 재확인해 준 것이어서 그에 공감하는 지지자들로부터는 꽤 점수를 땄을 만한 내용이다. 그러고 보니 명품 백 건으로 코너에 몰리는 한이 있었더라도 대담보다는 회견 형식이 지지율 올리는 데는 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속생각’을 내비쳤다. 우리들은 이제까지 이 대표 사법 리스크 때문에 검사 출신 윤 대통령이 ‘범법 사실’에 대한 과민 반응으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거부해 온 것으로 ‘오해’했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이날 ‘사법문제와 정치문제는 별개’라는 의견을 밝히며 여야 대표가 같이하는 자리라면 자신도 함께할 의사가 있음을 명백히 밝혔다. 

이것 역시 우리들로서 이제까지 잘못 알아왔던 대통령의 진심 내지 변화라는 점에서 이번 대담을 통해 서민들이 얻게 된 소득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영수회담이란 말은 없어졌다니 총선 후 여야 협치에 대통령실이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는 모습을 보게 되기를 기대한다. 

기자회견을 늘리겠다(실제로는 새로 시작하겠다), 물가 안정시키겠다, 의료 서비스 확충하겠다, 돌봄학교 늘리고 출산율 1.0%대로 높이겠다는 등의 약속은 의례적이긴 하지만 긍정적으로 비쳤다. 

그러나 박스권에 갇힌 지지율에 대한 변명은 다소 구차해 보였다. 경제상황이 안 좋아 전 세계 지도자들의 지지율이 들쭉날쭉하다며 대통령 당선 때의 득표율 가까이 올리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낮은 이유에 대해서는 대통령뿐만 아니라 여야와 국민들도 대부분 알고 있다.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국민과의 소통 강화, 다시 말해 수시로 기자회견을 하는 일이다. 

尹, 애민정신으로 내년 설 차례상은 풍성하게!  

윤 대통령은 존경하는 정치인으로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를 언급해 왔다. 이날도 “국민들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면서 불굴의 투지로 싸운 것”을 그 이유로 들었다. 처칠은 모든 정치 지도자들이 본보기로 삼는 훌륭한 멘토임이 틀림없다. 거기에 한 분 더 추천한다. 

이 칼럼란에서도 지난해 3월 19일 ‘윤 대통령이 익혀야 할 그 연설문’이라는 제목으로 한 번 언급한 적 있는 세종대왕이다. 

그의 애민(愛民) 정신은 1446년 훈민정음 반포와 함께 내놓은 훈민정음해례본에 잘 나타나 있다. “우리 백성들이 할 말이 있어도 자신의 뜻을 펼치지 못한다. 내 이를 가엾게 여겨 새로 스물여덟 자를 만들었다. 백성 모두가 쉽게 익혀 날로 쓰기 편하도록!” 

대통령보다 훨씬 큰 권력을 가졌던 왕, 그래서 처칠 보다 국민을 크게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막강한 권력을 쥐었던 왕의 크나큰 백성 사랑이 연설문에 구구절절이 배어있다.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을 절반만 본받아도 지지율은 대통령실 천장을 뚫을 거라고 본다. 

올해 서민들의 설 차례상은 과일값도 비싸고 해서 다소 빈약했다. 차례상이야 좀 부족해도 괜찮지만, 워낙 정치권의 악다구니가 계속되는 바람에 가족 모임들까지 시끄러웠다. 국회의원들 책임이 크지만 일단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아무쪼록 진심을 담은 尹의 애민 정신이 기자회견을 통해 올 한 해 국민에게 전달되기를 바란다. 그러면 내년 설 차례상은 보다 풍성해지리라 본다! 

김형석(金亨錫) 논설위원은…

연합뉴스 지방1부, 사회부, 경제부, 주간부, 산업부, 전국부, 뉴미디어실 기자를 지냈다. 생활경제부장, 산업부장, 논설위원, 전략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정년퇴직 후 경력으로 △2007년 말 창간한 신설 언론사 아주일보(현 아주경제) 편집총괄 전무 △광고대행사 KGT 회장 △물류회사 물류혁명 수석고문 △시설안전공단 사외이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외이사 △중앙언론사 전·현직 경제분야 논설위원 모임 ‘시장경제포럼’ 창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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