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적대적 의도 지닌 승객 ‘행동 탐지’로 잡아낸다 [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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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 적대적 의도 지닌 승객 ‘행동 탐지’로 잡아낸다 [특별기고]
  • 진성현 자유기고가
  • 승인 2024.01.11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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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탐지, 불순·적대 의도 지닌 승객 ‘조기 식별’ 가능
프로파일링 기법 기반 승객의 ‘비언어적 행동’에 초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진성현 가톨릭관동대학교 항공운항서비스학과 교수]

항공보안의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해 연달아 발생 된 승객의 비상구 개방 사고를 두고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았다. 바로 ‘행동 탐지 기법’이다. 앞으로 기내 객실승무원은 불순하고 적대적 의도를 가진 승객을 조기에 식별하는 행동 탐지 임무를 맡게 된다.

행동 탐지란 적대적인 의도를 가진 사람의 행동과 활동을 관찰해 식별하는 방법을 말한다. 행동 탐지는 적대 행위를 저지하고 대중을 안심시키기 위해 사용된다. 행동탐지가 항공보안에 도입된 계기는 미국 뉴욕의 9.11 테러공격이다.

당시 미국은 공항 내 위험 승객을 분류하기 위한 컴퓨터 보조 시스템인 ‘컴퓨터 보조 승객 판별 시스템’(CAPPS)을 도입해 사용 중이었다. 이를 통해 19명의 테러범 중 10명이 시스템에 걸렸고 6명은 2차 수색을, 4명은 소지품 검색을 진행했다. 하지만 바로 이 시스템으로 인해 결과적으로는 입국하는 테러범들을 놓치고 말았다.

왜냐면 적중률이 높지 않았던 점과 함께 공항 내 보안 활동이 폭발물, 무기 등 소지품 검색을 위주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작 사람에 대해서는 소홀히 했다는 점이 항공 역사상 유래 없을 피해를 낳았다.

테러범들은 항공기 조종을 배우러 온 학생이라 거짓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무도 이 말을 의심한 사람이 없었다. 보안 장비에 의존한 전통적인 검색 기법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 순간이다. 이후 미국 보안당국은 사람을 관찰하는 행동 탐지 기법과 함께 ‘컴퓨터 보조 승객 판별 시스템’을 한층 업그레이드 한 CAPPS 2를 도입했다.

행동 탐지는 프로파일링 기법을 기반한다. 적대적 의도를 가진 사람들은 탐지가 되는 단서 및 징후를 보여준다. 불안함, 두려움, 분노, 놀람과 같은 숨겨진 감정을 무의식적으로 짧은 순간에 얼굴에 표정으로 나타낸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인간은 비밀을 지킬 수 없다. 입술이 침묵하면 손끝으로 수다를 떨고, 배신은 모든 숨구멍에서 새어 나온다”고 말한 바 있다. 같은 맥락에서 미국 교통보안청(TSA)는 테러 및 범죄를 기도하는 사람들이 단서로 보여주는 행동지표를 개발했다.

미국 FBI 출신인 조내버로는 ‘FBI 행동의 심리학‘ 저서에서 경청이 언어적 표현을 이해한다면, ‘관찰’은 신체 언어를 이해하는 데 상당히 중요하다고 했다.

예전부터 항공사 객실승무원 임무 규정에 승객 관찰 및 감시가 명문화돼 있었다. 문제는 지금까지 전문적인 관찰기법을 훈련받은 적이 없었다. 비로소 국토부는 비상구 개방 사건을 계기로 ‘행동탐지 교육’을 의무적으로 할 것을 항공사에 지침을 내렸다.

이 지침에 따라 한국항공대학교 부설 항공안전교육원이 주관이 돼 대한항공,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등 국내 모든 항공사의 객실 보안 교관들을 대상으로 사상 처음으로 행동탐지 교육이 시행됐다. 앞으로 각 항공사의 객실 보안 교관들은 새롭게 배운 행동 탐지 기법을 현장에 적용하게 된다.

객실승무원은 멀티 태스킹을 하는 직종이다. 멀티 태스킹의 단점은 집중력이 떨어지고, 실수가 잦다. 행동 탐지 교육으로 보안의 모든 문제에 대해 객실승무원에게만 부담을 지우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을 떨쳐내기 위해 이해 관계자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비언어적 속임수의 심리학을 연구한 미국의 심리학자 에크먼 박사는 “거짓말을 하기 위해 반드시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거짓말을 하지 않고도 거짓을 말할 수 있다”고 했다. 행동 탐지를 전문으로 훈련받은 사람은 죄의식을 가진 자를 탐지해낼 수 있다는 논지의 발언이다.

영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아서 코난 도일의 명작, 셜록 홈즈에 등장하는 명탐정 셜록 홈즈는 자신의 파트너인 왓슨 박사에게 “자네는 보긴 봐. 하지만 관찰하지는 않아”라고 핀잔을 주곤 했다. 이 말대로 객실승무원이 기내에 불순하고 적대적 의도를 가진 사람을 잘 찾아내는가의 여부는 행동 탐지 기법에 의한 세심한 ‘관찰’에 달려 있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진성현 교수

-(전)대한항공 객실 안전팀장
-(전)대한항공 수석 사무장
-(전)가톨릭관동대학교 학생처장
-(전)가톨릭관동대학교 항공대학 초대학장

-(현)한국항공보안학회 편집위원장 
-(현)한국교통안전공단 항공안전 분석위원
-(현)한국교통안전공단 항공안전 분석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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