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입당 이상민에 ‘철새’ 비판…과거는? [김자영의 정치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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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입당 이상민에 ‘철새’ 비판…과거는? [김자영의 정치여행]
  • 김자영 기자
  • 승인 2024.01.12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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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제, 열차례 이상 당적 변경해 6선…피닉제 별명 얻어
김영춘·김부겸, 한나라당→열린우리당…중진으로 성장
“당적 변경 여부보다 ‘신의’ ‘도리’ 명분 중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자영 기자]

선거철마다 ‘철새 정치’ 논란이 되풀이되고 있다. ⓒ 시사오늘 (그래픽 = 정세연 기자)
선거철마다 ‘철새 정치’ 논란이 되풀이되고 있다. ⓒ 시사오늘 (그래픽 = 정세연 기자)

5선 이상민 의원(대전 유성구을)이 지난 8일 국민의힘에 입당했습니다. 지난해 12월 민주당을 탈당한 지 약 한 달여 만입니다. 

윤석열 정부를 줄곧 비판해 온 이 의원이 국민의힘에 입당한 것을 두고 ‘철새 정치인’ ‘배신·야합의 정치’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들이 이런 배신과 언어도단, 그리고 야합의 정치 행태에 대해 엄중하게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같은당 김용민 의원은 페이스북에 “여당만, 권력만 찾아다니는 철새정치인은 철저하게 심판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이 의원은 과거에도 당적을 바꾼 사례가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여파가 가시지 않았던 2004년,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출마해 17대 국회에 입성했던 그는 다음 총선에서 이회창의 자유선진당에 입당해 18대 국회의원이 됩니다. 3년 뒤엔 민주통합당, 그로부터 다시 13년 뒤 국민의힘에 합류한 것입니다. 

철새 논란은 선거철마다 되풀이되지만 정치인마다 다른 평가가 내려지곤 합니다. ‘철새’ 비판을 가장 많이 받은 정치인으로 이인제 전 의원을 꼽아볼 수 있습니다. 그는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회창에게 패배하자 탈당해 국민신당을 만듭니다. 대선 패배 이후 곧바로 김대중의 새정치국민회의에 합류한 이후 자유민주연합, 민주당, 자유선진당, 새누리당 입당과 탈당을 반복합니다. 이렇듯 많은 당적을 보유해 왔음에도 6선으로 정치생명을 이어온 그에게 불사조(피닉스·Phoenix)를 뜻하는 ‘피닉제’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습니다. 이 전 의원은 내년 총선 충남 논산 지역구 출마 의사를 밝히며 7선에 도전합니다. 

3선 민주당 김민석 의원은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해 정몽준 전 의원의 국민통합21에 합류한 사실로 ‘김민새’(김민석+철새)라는 오명을 썼습니다. 그는 2004년 다시 새천년민주당으로 돌아왔습니다. 최근 김 의원이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신당 추진 움직임을 두고 ‘사쿠라’라고 비판한 뒤 이런 전력이 재차 들춰지기도 했습니다. 

2003년 한나라당에서 열린우리당 창당에 참여한 이부영·김부겸·김영춘 전 의원 등 이른바 독수리 5형제도 있습니다. 이들에게 철새 정치인이란 꼬리표를 붙이는 이들도 있었지만 동시에 ‘지역주의 타파’ 등 소신을 갖고 일종의 정치모험을 한 점을 들어 독수리로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김영춘·김부겸 전 의원은 각각 보수 텃밭으로 분류되던 부산 진갑·대구 수성갑 지역구에서 당선된 바 있습니다. 

시대가 빠르게 변화하고 복잡해짐에 따라 당적을 변경했다는 사실만으로 단순히 ‘변절’과 ‘소신’의 이분법으로 나눌 수 없어진 현실입니다. 당론에 꼼짝못하고, 당내 주류 기득권에 줄 서 공천에 목매야 하는 정치권에 대한 문제인식이 더 큰 현실입니다. 이상민 의원의 경우 자유선진당에서도 더불어민주당에서 비주류로 당론과 반대되는 비판을 스스럼없이 내 강성지지층으로부터 출당 요구를 비롯해 적잖은 비난을 받았습니다.

그는 최근 YTN 라디오에서 “양당 의원총회에 모두 가본 결과 민주당은 전체 집단주의적, 이념적 분위기가 굉장히 진한 반면 국민의힘은 리버럴(liberal)한, 자유·개방적 분위기를 느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는 지난 11일 <시사오늘>과 통화에서 “국민이 철새라고 비판하는 건 정치인이 의리·신의·도의를 져버렸을 때다. 그런데 이상민 의원과 민주당 중 국민과의 신의를 과연 누가 더 져버렸는지 따져봤을 때, 당내 다양한 목소리나 비판을 수용하지 못한 민주당 책임이 더 크다고 본다. 정치 양극화가 심화한 상황에서 중도가 설 자리가 좁아지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현 2030세대는 이익만 좇았는지, 가치·명분을 따랐는지를 나눠 생각하지 당적을 변경했다고 무조건 철새라고 비판하는 경향은 작은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여야간 대립이 날로 심화되는 상황입니다. 정치권에서 왜 저런 선택을 했을까 의문이 든 적 한 번쯤 있을겁니다. 이들의 선택은 과거 정치 경험으로부터 얻어진 학습효과 아닐까요. ‘김자영의 정치여행’은 현 정치 상황을 75년간의 대한민국 현대 정치사를 비춰 해석해 봤습니다. 다음주 금요일에 찾아 뵙겠습니다. <편집자주>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생각대신 행동으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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