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저 그늘에 갇힌 기아 K8…더블 스코어 수모 벗을까 [장대한의 데:자보]
스크롤 이동 상태바
그랜저 그늘에 갇힌 기아 K8…더블 스코어 수모 벗을까 [장대한의 데:자보]
  • 장대한 기자
  • 승인 2024.02.20 1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8, 지난해 판매량 4만437대…전년비 11.4%↓
경쟁차 그랜저는 11만 대 넘어…격차만 2배 이상
올해 부분변경 신차 승부수…추격보단 실적 안정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기자가 활동하는 자동차 시장에서도 통계를 이해하면 좁게는 각 차급별, 모델별 고객 수요와 니즈를, 넓게는 시장 트렌드 동향까지 파악할 수 있다. [데:자보] 코너는 이 같은 맥락에서 기획됐다. 데자보는 '데이터로 자동차시장 보기' 줄임말이다. 자동차 시장의 유의미한 데이터를 찾아, 흥미로운 사실들을 짚어내고자 한다. 〈편집자주〉

기아 준대형 세단 K8이 한지붕 경쟁 모델인 현대차 그랜저의 그늘에 갇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

기아 준대형 세단 K8이 한지붕 경쟁 모델인 현대차 그랜저의 그늘에 갇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그랜저에 항상 밀렸던 전신 모델 K7의 전철을 그대로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진다. K8은 올해 부분변경 모델 투입으로 분위기 전환에 나설 방침이지만, 지난해 10만 대 클럽 재입성에 성공한 그랜저의 기세 또한 만만찮아 적잖은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20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통계센터 데이터에 따르면 기아 K8의 지난해 판매량은 4만437대로, 2022년 대비 11.4% 감소했다. 같은 기간 기아 전체 내수 판매량이 4.6% 증가하는 등 선전했음을 감안하면, K8의 두자릿수 판매 감소율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그 인기가 빠르게 식고 있음을 방증한다.

K8은 지난 2021년 출시 당시만 하더라도 내부 연간 판매 목표치가 8만 대에 달할 정도로 큰 기대를 한 몸에 받은 핵심 모델이었다. 당해 3월 이뤄진 사전계약 첫날엔 1만8000대의 계약고를 올리며 소위 대박 조짐까지 보였던 게 사실이다.

다만 반도체 부족에 따른 생산 및 출고 지연과 고객 대기 증가 등의 비우호적 환경에 놓이며 신차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아픔을 겪게 된다. 첫해 성적은 4만599대(K7 제외)로 목표치의 절반을 채우는 데 만족해야 했다.

이듬해인 2022년엔 연 판매량이 4만5650대까지 올랐으나, 2023년 다시 4만437대로 주춤했다. 특히 지난해 성적은 경차 모델인 기아 레이(5만930대)와 현대차 캐스퍼(4만5451대)에도 밀릴 정도였다. 3년 연속 4만 대 판매 박스권에 갇힌데다, 신차효과마저 기대하기 어려운 시기에 놓인 K8의 반등 발판 마련이 시급해진 상황이다.

기아 K8 외관 모습. ⓒ 기아
기아 준대형 세단 K8 ⓒ 기아

반면 동급 경쟁 모델인 현대차 그랜저는 쾌속질주다. 지난해 7세대 모델 투입에 따른 신차효과가 발휘되면서 2023년 10만 대 클럽 재입성에 성공했다. 11만3047대의 판매고를 올리며 소비자들에게 다시금 국민차 이미지를 확실히 심어놓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랜저는 가장 어려웠던 시기인 2022년에도 6만7000대의 판매량을 올리며 K8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실히 점했다. 그랜저는 신차 출시 주기 사이클에 따라 K8(전신 K7 포함)과의 최근 10년내 판매량이 두 차례(2016년, 2022년) 1만~2만 대 수준으로 좁혀진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2배 가량 앞선다.

K8은 그랜저와 직접 비교를 받는 처지에서 좀처럼 판매량이 늘지 않는데다, 기아의 기함 K9의 역할까지 도맡아야 할 가능성으로 인해 부담이 더해진다. 현재 K9의 단종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는 만큼, 그랜저와 함께 현대차·기아 브랜드 플래그십 세단으로서의 존재감을 늘려야 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지난 8일 시승한 신형 그랜저 3.5 가솔린 캘리그래피 모델의 모습.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
지난 2022년 출시된 그랜저 시승차량의 모습.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

고무적인 부분은 K8이 올해 하반기 중 페이스리프트를 거친다는 점이다. 지난해 현대차 그랜저가 누렸던 신차효과만큼은 아니더라도 출시 이후 처음으로 5만~6만 대 선 판매 도전에 나설 수 있을 전망이다. 기아가 파격적인 디자인 채택으로 풀체인지급 변신에 나서려는 점은 이러한 의지를 뒷받침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기아가 같은 플랫폼에 외관만 달리하는 형제모델을 판매하는 경우, 판매 간섭을 최소화하려 항상 현대차 모델을 먼저 챙기는 게 관례였다"며 "결국 후발로 나서는 K7과 K8이 시장 내 확실한 포지셔닝을 갖추기 어려워 피해를 보는 구조가 굳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나오는 K8 페이스리프트 또한 그랜저 신차효과가 정점을 찍는 시기에 투입돼 수요 확대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급격한 판매 확대를 노리기 보다는 꾸준한 판매량을 지속하는 데 초점을 두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자동차, 항공, 철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