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께 드리는 편지…‘여당의 무기는 비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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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께 드리는 편지…‘여당의 무기는 비전입니다’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4.04.05 1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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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은 국민 생활에 무한 책임…비전 보여야 국민 신뢰 얻을 수 있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강원도 원주 롯데시네마 인근에서 열린 집중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
강원도 원주 롯데시네마 인근에서 열린 집중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께.

위원장님. 최근 위원장님께서 ‘막말 논란’에 휩싸인 모습을 봤습니다. 선거 운동 첫 날 신촌 유세에서 “정치를 개 같이 하는 사람이 문제지 정치 자체는 죄가 없다”고 말씀하셨지요. 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겨냥해 “뻔뻔한 범죄자들이 지배하는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고도 하셨습니다.

위원장님의 말씀이 옳은지 그른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정치’라는 프레임으로 위원장님의 요즘 언행을 바라보면 아쉬움이 생깁니다. 국정 운영에 대한 권한도 책임도 있는 여당 대표가 왜 야당 대표처럼 ‘전쟁’만 하려 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요 근래 뉴스를 보면, 위원장님께서 이재명·조국 대표를 ‘범죄자’로 지칭하시는 장면이 자주 나옵니다. 아마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 승리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국민들께 알리기 위한 취지일 거라고 추측합니다.

그런데 위원장님. 지금 국민이 알고 싶은 건 이재명·조국 대표가 범죄자냐 아니냐가 아닙니다. 국민은 그들에게 죄가 있는지 없는지는 법원이 올바른 판단을 내릴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오히려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건 대체 왜 이렇게 취업이 힘든지, 왜 결혼은커녕 연애도 하기 어려운지, 왜 허리띠를 졸라매도 남는 게 없는지 같은 것들입니다.

그리고 대다수 국민들은 그 답을 윤석열 정부에, 국민의힘에 묻고 있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지금 바로 이 시점에 국정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건 윤석열 정부니까요. 문재인 정부가 나라를 망쳐놨기 때문인지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당신들에게 권력을 줬으니 예전보다는 잘 살게 해줘야 할 것 아닌가’라는 게 대다수 국민의 생각입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도 국민의힘도 여기에 대한 대답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내 삶이 힘들다는데, 계속 이재명·조국 대표 비판만 하고 있습니다. 이러니 국민들은 정부여당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총선에서 이기면 삶이 나아지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해야 하는데, 그런 게 보이지 않으니까요. ‘차라리 바꿔 보자’는 여론이 많아지는 건 합리적인 귀결입니다.

위원장님의 말씀에서는 ‘이재명·조국 대표가 범죄자’라는 사실밖에 알 수가 없습니다. 국민은 ‘그래서 총선에서 여당이 이기면 뭘 할 건데?’라는 질문을 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국민들의 질문에 전혀 엉뚱한 대답을 내놓고 있는 겁니다.

문재인 정부가 나라를 망쳐놨다? 알겠습니다. 민주당이 180석을 갖고 사사건건 아무것도 못하게 했다? 알겠습니다. 이재명·조국 대표는 범죄자니까 민주당을 찍으면 안 된다? 알겠습니다. 정부여당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다 알겠는데, 그래서 앞으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요.

대체 정부여당에게 원내 제1당 자리를 주면 뭘 하고 싶은 건가요. 저도 뉴스깨나 본다는 사람인데,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이재명·조국 대표는 범죄자니까 찍지 마’ 이상의 메시지가 안 보입니다. 이재명·조국 대표의 단죄는 검찰과 법원이 하는 거지, 정부여당이 할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법으로 해결할 일은 사법부에 맡겨두고, 정부여당은 ‘정치’를 해야 하지 않습니까.

위원장님. 정부여당은 국민의 삶을 책임지고 있는 주체입니다. 장바구니 반만 채워도 10만 원이 넘어가는 고물가의 원인은 뭐고 해결책이 뭔지, 소멸해가는 지방, 아니 소멸해가는 대한민국을 어떻게 되살릴 생각인지, ‘내 걱정 나라 걱정’하는 국민들에게 답을 주셔야 합니다. ‘남 탓’ 말고 ‘정부여당이 어떻게 해서 이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겠다’는 답 말입니다.

‘싸움’은 야당의 역할입니다. 여당이라면 ‘비전’을 보여줘야 합니다. 똑같이 싸움을 하려 들면, 국민은 정부여당에게 책임을 묻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야당 심판’ 말고, 국민들에게 비전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국민은 정부여당에 ‘내 살림 좀 나아졌으면’ 하는 기대로 표를 준 것이지, 야당 대표를 단죄하라고 표를 준 게 아니니 말입니다. 이제는 ‘능력’을 보여주셔야 할 때입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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