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GBC, 봄 볕 드나…MK 꿈, 아들 정의선 손에 달렸다③ [옛날신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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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GBC, 봄 볕 드나…MK 꿈, 아들 정의선 손에 달렸다③ [옛날신문보기]
  • 장대한 기자
  • 승인 2024.04.04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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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코로나 팬데믹 위기 속 본격 착공
정의선 체제 출범에 GBC 사업 분위기 급변
경영 효율성 따라 마천루서 55층 사옥으로
MK 숙원사업, 본 궤도…완공 시기는 미정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의 자동차 왕국 건설 꿈은 ‘GBC’(글로벌 비즈니스 센터) 한 단어로 설명 가능하다. 현대차그룹 계열사를 모두 품을 수 있는 신사옥으로, 업무시설 뿐 아니라 전시 컨벤션과 호텔까지 갖춰 서울의 새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하지만 정 회장의 꿈을 실현하기까진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총알이 있다고 해서 누구나 마천루를 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와 지자체의 허가를 받는 것부터 지역사회 구성원들을 이해시키고 양해를 구해야 하기까지 큰 어려움이 뒤따랐다. 사업을 이끌던 정몽구 명예회장도 노쇠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황이다. 그 공은 아들인 정의선 회장에게로 넘어갔다. 정의선 회장은 아버지의 숙원 사업을 이어받아 무사히 완수할 수 있을까. 이번 〈옛날신문보기〉에선 GBC 건립을 위한 험난한 여정을 되짚어봤다.

1편-‘꿈의 신사옥’ 현대차 GBC…처음엔 돈만 쓰고, 눈치는 눈치대로 
2편-GBC, 오락가락 규제속 허송세월만 6년

 

‘위기와 기회’ 공존한 2020년…코로나 팬데믹 속 GBC 착공 돌입


2020년 5월 당시 삼성동 현대차 GBC 부지 모습.
2020년 5월 당시 삼성동 현대차 GBC 부지 모습. ⓒ 연합뉴스

2020년은 현대차에게 위기와 기회가 공존한 해로 기억된다. 우선 현대차는 처음부터 GBC 프로젝트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도 정부 및 지자체의 규제와 불협화음으로 눈치만 보고, 허송세월을 보냈던 과거와 이별할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2014년 옛 한전부지 매입 후 6년 만인 2020년 해당 공사가 첫 삽을 뜨게 돼서다. 다만 전례없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경영 불확실성이 증폭됐던 만큼, GBC 사업은 경영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이를 반영하듯, 착공을 앞뒀던 당해 3월 우려의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경기 침체 상황에서 무작정 신사옥 개발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기란 여간 쉽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첫 삽을 뜰 수 있다는 기대와 희망에 찬 물이 끼얹어진 셈이었다. 

(중략)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내부에서는 GBC 개발 계획을 잠정 보류하기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GBC는 현대차가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앞 옛 한국전력 부지에 신사옥을 짓는 대형 프로젝트다. 땅값만 10조원이 들었고, 앞으로도 수조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사업과 관련성이 없는 곳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한 모습이다.

2020년 3월 24일자 〈시사저널e〉 정몽구 숙원사업 ‘GBC’, 코로나19 여파에 ‘전전긍긍’

다행히도 개발 보류설은 뜬소문에 그쳤다. 5월이 되자 여기저기서 GBC 사업 착공 소식을 전했다. 서울시의 착공 승인이 떨어지면서, 정몽구 회장의 오랜 갈증도 해소됐다. GBC 사업이 6년 만에 첫 삽을 뜨게 되자 주변 부동산도 들썩거리는 등 그 효과가 서서히 감지됐다. 2026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기초 공사는 시작된다.

현대차는 6년간 GBC 사업에 속을 썩혔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올라 미소를 되찾을 수 있었다. 2014년 당시 감정가 3조3000억 원 수준이었던 땅 값은 당시 공시지가 기준으로 5조 원 가까운 가치를 지니게 됐다. 실제 땅 값은 이보다 훨씬 높을 것이란 의견들이 나왔다. 옛 한전부지에 무리하게 베팅해 큰 손해를 본 것 아니냐던 우려는 미래를 내다 본 투자라는 호평으로 뒤바뀌었다.

(중략) 토지가격 자체만으로 3배 이상 뛰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GBC의 공시지가는 ㎡당 6500만원으로 2014년 공시지가 ㎡ 1948만원 대비 234% 치솟았다. 공시지가 기준 GBC의 토지가격은 4조8169억원이다. 올해 표준지 공시지가의 현실화율이 65.5%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 환산만으로 GBC의 몸값은 7조4000억원 수준에 이른다. 하지만 실제 가치는 이보다 훨씬 높다는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평가다. (중략)

2020년 11월 26일자 〈파이낸셜뉴스〉 현대차 GBC 가치 2배이상 껑충… 무르익는 '정몽구의 꿈'

 

GBC, 아버지에서 아들로 바통터치…합리주의 따라 층수 낮아져


지난 2016년 7월 건물 해체 작업을 앞둔 옛 한전부지를 찾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가운데)의 모습. ⓒ 연합뉴스
지난 2016년 7월 건물 해체 작업을 앞둔 옛 한전부지를 찾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가운데)의 모습. ⓒ 연합뉴스

다만 모든 게 순조롭지게 흘러가진 못했다. 아버지의 숙원사업은 아들 대(代)에 이르러 불가피한 변화를 맞게 된다. 2020년 10월 정몽구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물러나고, 그 자리를 정의선 회장이 이어받으면서 현대차의 경영 노선은 제왕적 경영에서 합리주의로 탈바꿈한다.

이로 인해 GBC 사업에도 엄격한 잣대가 주어진다. 2020년 말 GBC 설계안 변경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 이를 방증한다. 105층 마천루 건설이 비용 및 공기를 줄이고 규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70층 2개동 건물 건설로 우회될 것이란 얘기가 나왔다.

(중략) 15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기존에 약속한 공공기여금 규모만 유지하면 GBC 설계를 기존 105층에서 70층으로 낮추는 설계변경 계획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대차그룹 역시 “공공기여 계획은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이 GBC 높이를 낮추는 설계변경 계획을 서울시에 제출하면 빠른 시간 내 심의를 통과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셈이다.

2020년 12월 16일자 〈이투데이〉 삼성동 GBC ‘105층→ 70층’으로 바뀔까?…논의 ‘군불 때기’

하지만 GBC 설계 계획을 바꾸는 것은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 강남구와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셌다. 당시 강남구청은 미래 100년 사업의 상징인 GBC 건설이 원안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여기에 강남구의회도 105층 원안 추진을 촉구하기 위한 결의문을 발표하면서 현대차가 자사 이익만 추구하지 말고 지역사회와 상생하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그럼에도 현대차는 GBC의 설계 변경을 지속 추진했다. 70층 2동 또는 50층 규모 3동으로 변경하는 방안들이 검토됐다. 공사도 내년으로 미뤄진다는 얘기가 나왔다. 앞선 6년 동안은 규제로 인한 벽에 가로막혔지만, 이제부턴 합리성을 바탕으로 한 공사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현대차의 의중이 십분 반영되기 시작했다.

(중략) 현대차그룹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짓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터 파기 공사가 내년 하반기로 미뤄졌다. 7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터 파기 공사는 당초 다음 달 시작 예정이었으나 현대차 측이 내년 7월로 연기를 요청하는 환경보전방안서를 제출해 연기됐다. 터 파기 공사는 건물 높이 등이 확정된 뒤 진행하는 공정이다. 때문에 현대차 측이 검토해 온 '층수 낮추기'가 추진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중략)

2021년 9월 7일자 〈아시아경제〉 삼성동 현대차 GBC 터파기 공사 내년 하반기로 연기

설계 변경은 차일피일 미뤄지기 시작했다. 현대차 내부에서도 70층 2개동 건물을 올릴지, 50층 3개동 건물로 지을 지에 대해 함구했다. GBC 특수를 기대했던 인근 상인들과 주민들은 현대차에 GBC 건설 약속을 이행하고, 확실한 계획을 내놓으라며 압박했다. 그럼에도 현대차에선 여전히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못했다. GBC 사업은 다시 장고에 돌입한다. 

(중략) 2015년부터 개발을 계획한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의 GBC는 당초 2023년 완공으로 계획했지만, 현재까지 설계변경안도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략)공사 지연과 설계안 변경은 예정된 수순으로 보인다. 현대차에서 설계안 변경을 곧 완료하더라도 서울시의 허가 절차가 필요해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대건설 관계자 역시 2026년 완공 예정에 대해 “더 연장될지 현재로선 미정이다”고 밝혔다. ​

2022년 8월 24일자 〈비즈한국〉 화려한 청사진 어디 가고…현대차 GBC 공사 지연에 상인·주민들 아우성

GBC 사업은 착공 이후 3년 넘는 시간 동안 아무런 진전을 이루지 못한다. 오히려 2024년 들어서는 개발계획 변경 제안서가 서울시에 제출된 사실이 알려진다. 55층 2개동을 포함한 총 6개동 건물을 짓기로 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대표 마천루, 서울시 랜드마크를 짓겠단던 MK의 꿈은 아들의 합리주의 경영방식과 냉엄한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좌절된다.

 

마천루 저주에 또 3년 발목…합리주의 경영 방식 속 55층 건설 우회


현대차 울산 EV전용공장 기공식에서 기념연설을 하고 있는 정의선 회장.jpg
2023년 11월 현대차 울산 EV전용공장 기공식에서 기념연설을 하고 있는 정의선 회장의 모습. ⓒ 현대자동차그룹

GBC 사업은 결국 100층 넘는 마천루에서 최고 55층 빌딩 건설로 수정되기에 이른다. 설계 변경은 대내외 경영환경 변화와 현대차그룹의 미래전략 등을 반영해 실용성과 효율성, 지속가능성을 반영한 결정이라는 게 현대차 측의 설명이다. 더불어 국군 작전제한사항 등 국가안보와 화재 및 재난 등 안전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도시 안전 측면도 고려했다는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2026년 12월 예정됐던 GBC 완공은 물 건너갔다. 현대차는 구체적인 완공 시기를 언급하지 못한 채, 최고 층수를 낮추더라도 서울 대표 랜드마크를 세우겠다는 계획엔 변함이 없다는 입장만을 강조했다.

(중략) 현대차그룹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부지에 55층 2개 동과 문화·편의시설을 위한 저층 4개 동 등 모두 6개 동으로 나눠 지을 예정이다. 지난 2월 초 서울시에 설계 변경 제안서를 제출해 현재 서울시가 검토하고 있다. (중략) GBC 건설 현장에서는 흙막이 공사가 완료됐으며, 현재 굴토 공사가 진행 중이다.

2024년 3월 27일자 〈뉴데일리 경제〉 현대차 GBC, 이르면 2026년 첫삽… "총투자 19.5조, 고용창출 5.6만명"

업계는 현대차가 미래 모빌리티 사업 강화를 위해 전동화와 UAM, 로보틱스 등 다양한 부문에 천문학적 투자를 지속하는 만큼, 후순위인 부동산 및 사옥 개발에 많은 투자금을 투입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입장이다. 

아버지 대에서 약속한 GBC 건설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마천루 랜드마크의 꿈은 55층 건물로 낮아졌을 뿐, 그 원대한 꿈이 쪼그라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MK의 숙원 사업이 정의선 시대에 꽃을 피우게 될지는 여전히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담당업무 : 자동차, 항공, 철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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