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BC, 오락가락 규제속 허송세월만 6년② [옛날신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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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BC, 오락가락 규제속 허송세월만 6년② [옛날신문보기]
  • 장대한 기자
  • 승인 2024.03.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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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가 뭐길래…국방부·국토부 허락받기 ‘진땀’
14년 한전부지 매입후 19년까지 삽 한번 못 떠
겨우 출발선 오른 현대차…2020년 착공 기대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의 자동차 왕국 건설 꿈은 ‘GBC’(글로벌 비즈니스 센터) 한 단어로 설명 가능하다. 현대차그룹 계열사를 모두 품을 수 있는 신사옥으로, 업무시설 뿐 아니라 전시 컨벤션과 호텔까지 갖춰 서울의 새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하지만 정 회장의 꿈을 실현하기까진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총알이 있다고 해서 누구나 마천루를 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와 지자체의 허가를 받는 것부터 지역사회 구성원들을 이해시키고 양해를 구하기까지 큰 어려움이 뒤따랐다. 사업을 이끌던 정몽구 명예회장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황이다. 그 공은 아들인 정의선 회장에게로 넘어갔다. 정의선 회장은 아버지의 숙원 사업을 이어받아 무난히 완수할 수 있을까. 이번 〈옛날신문보기〉에선 GBC 건립을 위한 험난한 여정을 되짚어봤다.

 

‘환경평가’ 퇴짜에 ‘수도방어’ 국방부 제동…‘집값 안정’ 국토부도 엇박자


현대차는 2014년 한전부지를 사들였을 때만 하더라도 호기로웠다. 옛 한전부지에 100층 넘는 마천루를 세워 서울 대표 랜드마크로 만들겠단 구상을 내세웠던 것. 잠실 롯데월드타워 공사가 한창이었던 만큼, 현대차가 쌓아올리게 될 GBC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하지만 원대했던 꿈은 갖은 규제에 발목이 잡힌다. 앞선 〈옛날신문보기〉 1편에서 다룬 정부와 서울시, 서울시와 강남구간의 눈치 싸움 지속과 일조권 문제로 인한 종교계와의 마찰로 GBC 사업은 난관에 빠진다. 3년간 공회전만 거듭했다.

이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환경영향평가였다. 2017년 6월 서울시의 첫 환경영향평가에서 '재심의' 판단을 받았던 현대차는 또 다시 망연자실한다. 두 달이 지난 8월에 열린 두 번째 환경영향평가에서도 퇴짜를 맞았기 때문이다. 재심의란 해당 사업이 주민 생활환경과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다시 살펴 보완해야 함을 의미한다. 봉은사 일조권 문제와 이에 따른 반발이 큰 영향을 미쳤다. 착공 지연은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현대차그룹의 GBC(글로벌비즈니스센터) 건립이 난항을 겪고 있다. 서울시 환경영향평가와 교통영향평가에서 또다시 재심의를 받는 등 착공을 위한 정비 일정이 늘어지고 있다. 2020년 예정된 GBC 완공 일정은 물론 연계 개발을 추진 중인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사업'까지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2017년 8월 28일자 〈아시아경제〉 현대차 GBC 또 재심의…영동대로 통합개발까지 지연

2017년 서울시 건축위원회를 통과한 '현대자동차부지 특별계획구역 복합시설(GBC) 신축 사업' 배치도. ⓒ 연합뉴스

현대차는 연말이 돼서야 겨우 한숨을 돌린다. 골머리를 않았던 교통·환경영향평가를 거쳐 건축위원회 보고까지 무사히 통과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연초 인허가 과정만 무사히 마치면 3월 봄 기대했던 착공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첫 삽을 뜰 수 있다는 희망만으로 고무적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현대차는 예기치 못했던 복병을 만나고 만다. 이번엔 국방부였다. 105층 초고층 건물로 인해 전투비행과 레이더 이용 등에 지장이 생길 수 있음을 우려한 것이다. 서울시의 졸속행정도 지적을 받았다. 서울시내 초고층 건물 건립을 위해선 대공방어와 관련해 국방부 협의를 거쳐야 하는데 이를 놓친 것이 문제가 됐다. 서울시는 국방부 대신 수방사 및 공군과 협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3일 국토교통부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제6회 수도권정비실무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서울시가 제출한 GBC 건립 계획이 지난달 22일 회의에서 보류됐다. (중략) 국방부는 GBC 건립을 본격 추진하기 전 비행안전영향평가와 전파영향평가 등을 거칠지 협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방부는 수도 서울은 국방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만큼 105층 건축물이 들어섰을 때 전투비행과 레이더 이용 등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2018년 1월 3일자 〈연합뉴스〉 '복병' 만난 현대차 GBC사업…국방부 "전투비행 영향 협의해야"

엎친데 덮친격으로 현대차는 GBC사업이 환경영향평가 본회의 심의를 통과했음에도 3월 열린 수도권정비위원회 소위 심의에서 다시 고배를 마신다. 큰 틀에서 합의한 안건들을 세부적으로 조율하는 과정에서 봉은사를 비롯한 주변 건물들의 일조권과 지하수 영향 평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상반기 예정됐던 착공 시기는 거듭된 난항에 가늠조차 어려워졌다.

현대차는 다시금 연내 착공을 목표로 고군분투 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7월에도 수도권정비위원회는 GBC 건립 계획을 재차 막아섰다. 위원회는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이 신사옥에 모일 경우 1만명의 인구유발이 미칠 영향에 대한 세밀한 분석을 요구했다. 당시 국토부가 집값 안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음을 감안하면 GBC 프로젝트는 마냥 달가울 수 없었다. 급격한 인구 유입과 이에 따른 부동산 가격 교란 등을 우려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그룹이 서울 삼성동 한전부지에 조성하는 신사옥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 계획의 세 번째 시도도 보류로 결정됐다. 서울시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20일 열린 2018년도 제2차 수도권정비위원회에서 서울시가 제출한 GBC 건립 계획이 보류됐다. GBC건립은 이미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에 있었던 두 차례의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에서 보류된 바 있다.

2018년 7월 20일자 〈이투데이〉 현대차 GBC, 3차 시도도 '보류'

 

GBC 착공 지연에 손실만 눈덩이…2019년 다가서야 꼬인 실타래 풀려


현대차가 강남구 삼성동 옛 한국전력 부지에 지으려는 초고층 신사옥 투시도. ⓒ 연합뉴스

GBC 사업이 계속 첫삽도 뜨지 못하자 시장의 우려는 커져만 갔다. 현대차의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게 당시 전언이다. 한국전력 부지를 감정가보다 3배 비싼 10조5500억원에 사들인 만큼 착공 지연 4년간 소요한 금융비용도 만만찮았다. 해당 비용만 5000억~6000억원이 넘었을 것으로 추산됐다.

(중략) 현대차그룹은 당초 목표로 했던 연내 착공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태가 됐지만 수도권정비위 심의만은 올해안에 끝나길 바라고 있다. 2014년 한국전력 부지를 10조5500억원에 사들인 현대차는 GBC 건설에 따른 생산유발효과와 고용창출효과를 265조원과 122만 명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4년째 각종 심의와 규제로 발목이 잡히면서 기대했던 경제효과는 거두지 못한채 금융비용만 5000억원 정도 썼다. 이에 최근 그룹 내 현대차신사옥추진단의 활동폭도 줄이며 비용절감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2018년 11월 7일자 〈아시아경제〉 규제 묶여 잠자는 10兆‥현대차 GBC 심의 네번째 퇴짜

다행히 국토부 수도권정비위원회가 GBC사업을 가로막았던 빗장을 푼다. GBC 사업안은 해를 넘기긴 했지만 2019년 1월 수도권정비위원회 본회의를 최종 통과하면서 다시금 속도가 붙게 됐다. 서울시의 건축허가와 굴토심의를 거치면 상반기 착공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줄 이었다. 서울시도 9부 능선을 넘은 GBC사업에 대한 인허가 처리기간 단축을 내걸고 랜드마크 조성에 합심한다.

(중략) 7일 국토교통부는 서울시가 신청한 GBC 사업안을 검토한 결과 수도권정비위원회 본회의를 최종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GBC사업은 서울시의 건축허가와 굴토심의(지반 안전 검사) 등을 거치면 올 상반기 중에 착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건축과정에 앞서 진행되는 건축심의와 교통환경영향평가 등을 모두 마친 상태기 때문이다.

2019년 1월 8일자 〈민주신문〉 'MK의 꿈' 실현되나?...현대차 GBC, 국토부 정비위 최종 통과

다만 2019년 상반기가 지났음에도 어찌 된 일인지, GBC 착공 얘기가 나오지 않았다. 앞서 국방부가 제기한 비행안전 및 레이더 전파 영향 평가에 대한 연구 용역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7월까지만 하더라도 연내 착공을 예상하는 분위기였지만 결코 쉽지 않았다. 10월까지도 국방부와의 협의는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11월말에야 드디어 낭보가 날아든다. 국방부와 서울시 모두와 조건부 합의를 이룬 것이다. 현대차가 군의 작전을 방해하는 요소를 해결하고 레이더 교체비용을 지불키로 약속하면서다. GBC 사업 추진 만 5년만의 일이었다. 물론 착공 예정일은 계속해 밀릴 수 밖에 없었다. 현대차는 2020년 GBC 착공에 돌입해 2026년 준공하겠단 목표를 다시 설정했다. 

(중략) 현대차가 건축물과 크레인 등 구조물 높이가 GBC 높이 569m의 절반 수준인 260m에 이르기 전에 공군의 작전제한 사항을 해소해주기로 합의하면서 전격 합의가 이뤄졌다. 현대차가 새로운 레이더 구매비용을 대거나 중고 레이더를 사는 대신 운영비를 지원하는 방안 중에 조율 중으로 알려졌다. 이번 합의로 지난 2014년 강남구 삼성동 한전부지 매입 이후 차일피일 미뤄졌던 GBC 건립은 6년 만에 착공을 앞두게 됐다.

2019년 11월 24일자 〈매일일보〉 “정몽구 회장 숙원 풀렸다”…GBC 착공에 그룹 시너지 기대

갖은 반대로 골머리 앓았던 GBC 사업은 2020년 들어 새 국면을 맞을까. 역경속 희망의 꽃봉오리를 피우려는 출발선에 섰다는 점만으로도 소기의 성과임은 분명했다.

현대차와 MK(정몽구 명예회장)의 꿈이 현실이 될 것이란 기대는 여전히 유효했다. (*3편에 계속)

담당업무 : 자동차, 항공, 철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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