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 날때마다 반대 부딪힌 한국타이어 총수…‘수난기’ 언제부터? [옛날신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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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 날때마다 반대 부딪힌 한국타이어 총수…‘수난기’ 언제부터? [옛날신문보기]
  • 장대한 기자
  • 승인 2024.03.26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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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리스크 향한 주주 우려에 반대표 늘어
‘원톱’ 경영권 강화 속 능력 입증 부담 커져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한국앤컴퍼니 본사 테크노플렉스 외관
한국앤컴퍼니 본사 테크노플렉스 외관. ⓒ 한국앤컴퍼니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한국타이어그룹) 회장은 사법 리스크 등으로 적지 않게 구설수에 시달렸다. 그래서일까, 조현범 회장이 회사 중요 경영 사항에 나설 때면 반대 목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이번 〈옛날신문보기〉 편에선 조현범 회장의 경영권 강화 과정 속 수난기를 다뤄봤다. 

 

조현범 회장, 탄탄대로 속 일감 몰아주기 지적…반대표 첫 고개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이 처음 사장직을 맡아 그룹 내 입지를 구축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2년의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 사위로 유명세를 탄 39살의 어린 경영인은 한국타이어 사장 승진과 함께 후계 구도 발판을 마련했다. 한국타이어의 기업분할이 결정적이었다. 타이어 사업부문을 담당할 신설 회사 한국타이어의 사내이사 사장을 맡으면서부터 경영 능력을 입증할 기회를 맞이했다.

물론 경영능력 시험대에 막 오른 만큼, 당시 조현범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태클을 거는 목소리는 거의 없었다. 조양래 명예회장(당시 회장)까지 경영 일선에 복귀한데다, 전문경영인 서승화 부회장이 조현범 사장과 함께 회사 경영을 돕는 등 힘을 실어줬다. 탄탄대로를 걸은 셈이다. 2015년 3월엔 사내이사 재선임을 이루고, 지주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경영기획본부장 업무까지 수행하게 된다.

첫 반대 목소리는 2018년 나왔다. 한국타이어 대표이사 사장 선임을 앞두고 국내 민간 의결권자문기구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가 제지에 나선 것. CGCG 측은 조현범 사장 일가가 다수 지분을 보유한 △IT 계열사 엠프론티어 △건물관리용역사 신양관광개발 △타이어 금형 공급사 엠케이테크놀로지 등 계열회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이익을 취하고 있다며 사내이사 선임 반대 의사를 표했다.

(중략) 조 사장의 한국타이어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대해서는 “지배주주 일가가 다수 지분을 보유한 정보기술(IT) 계열사, 건물관리용역회사 등이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이익을 얻고 있다”며 반대했다. CGCG는 앞서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사내이사 연임 건에 대해서도 “비상장 회사들을 통한 회사 기회 유용과 지원성 거래 의혹이 있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2018년 3월 20일자 〈한국일보〉 “주총 앞두고…좋은기업지배연구소, 사내이사 연임 잇따라 반대”

아쉽게도 이같은 지적은 조현범 사장의 경영권 강화 행보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주총에서 조현범 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안은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오히려 2019년 들어서는 아버지 조양래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공석이 된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내이사 자리까지 점하게 된다. 사명 변경까지 이루면서 3세 경영이 본격화됐음을 과시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사법리스크 부각에 측근 인사 철회 위기…형제간 경영권 분쟁 부담도


조양래 명예회장(왼쪽부터)과 조현범 회장의 모습. ⓒ 한국앤컴퍼니

2020년 들어선 오너리스크가 크게 부각돼 주춤하는 시기를 맞이한다. 2020년 횡령 배임 혐의가 불거진데 따른 것이다. 이로 인해 조 사장은 측근 인사의 계열사 사내이사 상정 안건을 철회해야 하는 아픔도 겪는다. 주주들의 극심한 반대로 인해 박정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전무의 배터리 자회사 한국아트라스비엑스 사내이사 선임이 무산된 것이다.

의결권자문기구의 반대 목소리를 넘어 주주들의 반대표까지 받는 엄중한 현실을 맞이한 것이다. 당시 박정호 전무는 조현범 사장의 배임횡령 혐의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로, 관련 재판 증인으로도 출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액 주주들은 범죄에 조력한 의혹을 받는 인물이 사내이사로 선임되는 것을 극구 반대했다. 공정과 정의를 강조해 온  정부와 주주들을 우롱하는 처사라 일갈할 정도였다. 

(중략) 이에 사측과 대립각을 이어오고 있는 소액주주 측은 거세게 반발했다. 이들은 “사측이 선임하려는 박정호 사내이사는 아트라스비엑스의 지배주주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대주주 일가이자 그룹 대표이사인 조현범의 업무상 횡령 등 범죄에 조력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정부는 공정과 정의를 강조하고 이사의 자격을 엄격히 강화하는 등 경제정의실천을 위해 매진하고 있는 이때, 이런 범죄혐의 인물을 회사 대표이사로 선임하려 한다는 것은 정부와 소액주주를 대놓고 우롱하는 처사“라고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아트라스비엑스가 주총을 열흘도 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박정호 전무의 사내이사 선임 계획을 철회한 것은 이 같은 논란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2020년 3월 20일자 〈시사위크〉 “아트라스비엑스, ‘차기 대표’ 박정호 선임안 결국 ‘철회’”

주주들의 견제로 인해 박정호 전무의 사내이사 선임 건은 무산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6월엔 한국타이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는 아픔을 겪는다. 사장 및 등기이사직을 유지하며 경영 실권을 내려놓진 않았지만, 조 사장은 전 국민적 지탄을 받는 위기에 내몰린다. 공교롭게도 박정호 전무의 사내이사 선임이 무산된 아트라스비엑스는 이듬해인 2021년 그룹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로 흡수합병됐다. 최대주주의 경영권 강화에만 유리한 합병이란 비난이 고개를 들었지만, 걸림돌이 되진 못했다.

두 번의 고비 후 또 다른 위기가 곧바로 찾아온다. 한국타이어그룹 경영 3세간의 경영권 충돌이다. 당시 조양래 회장이 조현범 사장에게 본인이 소유한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을 블록딜 방식으로 전량 매각함으로써, 조현범 사장은 경영권 우위를 확실히 점한다. 지분율만 42.9%를 확보했다.

이때 장녀인 조희경 이사장이 반기를 든다. 평소 부친의 뜻과는 다른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 조 이사장 측은 조양래 회장이 평소 사회 환원에 뜻을 보여왔음을 강조하며 조현범 회장에 맞섰다. 이는 조양래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개시 심판으로 이어진다. 자녀들의 경영권 분쟁이 아버지의 정신 감정으로까지 이어지는 등 오너가 내부의 극심한 불화를 유발한다.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이 지분을 차남인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사장에게 전부 넘긴 데 대해 그룹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중략) 조희경 이사장 측은 30일 서울가정법원에 조양래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했다. (중략) 동생이자 그룹 차남인 조현범 사장에게 지분 전량을 넘긴 조양래 회장의 결정이 자발적으로 이뤄진 것인지 의심스러우니 진위를 가려달라는 취지다. 

2020년 7월 30일자 〈일요신문〉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장녀의 반격… 3세 경영권 분쟁 불붙었다”

 

조현범 원톱 체제 구축 속 사법리스크 부담 ‘여전’…12년 만에 사내이사 물러나


형제간 경영권 분쟁조차 조현범 회장의 발목을 잡지는 못했다. 씻지 못할 오명을 남겼을 순 있어도 경영권에 있어서만큼은 어떠한 위협도 되지 못한 것이다. 조현범 회장의 입지는 더욱 견고해졌다. 되려 2021년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주주총회를 통해 3년 임기의 사내이사로 재선임된다. 주주들도 한국타이어가 나름 견조한 실적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조현범 회장의 경영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에서는 대표이사 사장을 맡기까지 한다. 2022년엔 대표이사 회장으로 우뚝 서며 사실상 조현범 체제의 개막을 공식화하기에 이른다. 형제들간의 경영권 분쟁은 불씨로 남았지만, 사실상 그룹 내 가장 큰 라이벌이었던 형 조현식 부회장까지 정리하면서 확실한 '원톱' 체제를 맞는다. 

한국타이어가(家) 장남인 조현식 부회장이 한국앤컴퍼니그룹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 부회장 자리를 내놓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동생인 조현범 사장이 지주사 회장으로 취임한 가운에 이뤄진 인사라 형제간 경영권 다툼이 사실상 조현범 회장의 완승으로 귀결되는 모습이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은 22일 정기 인사를 통해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사장의 회장 선임과 함께 조양래 회장의 그룹 명예회장 추대, 조현식 부회장의 한국앤컴퍼니 고문 추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2021년 12월 22일자 〈데일리안〉 “한국타이어家 장남 조현식, 부회장직도 내려놨다…조현범 회장 체제로”

그럼에도 굴곡은 있었다. 2024년 주총 시즌이 그랬다. 2024년 3월 조현범 회장의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올렸다가 자진 철회하는 수순을 밟는다. 횡령 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만큼 이에 따른 사법리스크와 ESG 경영에 부담을 안길 수 있어 몸을 사린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조현범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철회했다.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갈무리

사회단체와 주주들의 입김을 무시하기 어려웠다. 참여연대, 금융정의연대, 민변, 민생경제연구소,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 등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공동 논평을 통해 하나같이 조현범 회장의 사내이사직 사퇴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조 회장이 지난 2023년 9번의 이사회 중 단 한 번만 참여한 이력까지 들춰내며 압박 수위를 높인 것이 결정적이었다.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 회장이 사내이사 재선임을 포기했다.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점이 끝내 부담이 된 것으로 보인다. 25일 한국타이어는 오는 28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 안건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 등 2건을 삭제한다고 공시했다. 한국타이어 측은 "일부 후보자가 일신상의 사유로 이사 및 감사위원회 위원 후보를 사임함에 따라 해당 안건을 철회한다"고 설명했다. (중략)

2024년 3월 25일자 〈아시아경제〉 “사법리스크 부담 조현범, 사내이사 선임 자진 철회”

다만 회장직은 그대로 수행하는 만큼, 경영권은 여전히 굳건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조현범 회장이 지속된 사법 리스크로 연일 입에 오르내리고는 있지만, 사실상 형제간 경영권 분쟁에서 확실한 승기를 점한 것이 주효했단 평가다.

재판으로 인한 오너리스크만 극복한다면, 앞으론 경영적 측면에서의 도드라진 성과가 필요할 것이란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조현범 회장을 향한 따가운 눈초리와 이로 인한 '수난기'가 이번 주총을 끝으로 막을 내릴 수 있을지에 귀추가 모인다.

담당업무 : 자동차, 항공, 철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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