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현장경영?'…포스코 역대 회장들, 취임 첫 행보 보니 [옛날신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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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현장경영?'…포스코 역대 회장들, 취임 첫 행보 보니 [옛날신문보기]
  • 장대한 기자
  • 승인 2024.03.25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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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 조치로 친정 구축…고객사 날아가 눈도장 받기도
‘경영 쇄신’ 어려운 길 걷고, 대국민 의견 수렴 등 ‘눈길’
장인화 신임 회장은 100일 현장 순회로 내부 소통 강조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자신만의 경영 색깔을 드러내기 위한 방편으로 ‘현장 경영’을 내세웠다. 지난 21일 취임사에서 100일 동안 그룹 주요 사업장을 직접 찾아 현장과 직원 목소리를 경청하겠다고 밝히더니, 22일 곧장 포항제철소 2열연공장을 찾아 ‘100일간의 현장경영’ 돌입을 공식화한 것.

그렇다면 전임 회장들은 취임 직후 어떠한 방식으로 자신만의 친정 체제 구축에 나섰을까. 〈시사오늘〉은 지난 2000년 포스코 민영화 이후 취임한 회장들의 초기 경영 스타일을 살펴봤다.

 

‘대규모 승진’ 결속부터 다진 이구택…‘고객사’ 출근 도장 찍은 정준양


경영자가 회사를 순조롭게 이끌어가기 위해선 내부의 두터운 신망이 필수적이다. 2003년 3월 취임한 이구택 포스코 회장이 그랬다. 이 회장은 전임 유상부 회장 체제 내 2인자로 사장직을 맡아 내실을 다져온 바 있는데,  취임 직후 대규모 승진 조치에 나서며 직원들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한 것.

회장 취임 직후 이뤄진 파격적 내부 보상은 내부 결속을 다지는 중요 계기가 됐다. 이같은 행보 덕에 이구택 회장을 바라보는 시장의 눈은 ‘안방마님 경영자’에서 ‘공격적인 경영자’로 뒤바뀌었다. 취임사를 통해 밝힌 중국 투자 강화의 일환으로 중국본부 설치에도 나서는 등 공격 경영의 보폭은 더욱 빨라졌다.

포스코는 다음달 1일자로 대규모 인사를 단행한다고 27일 밝혔다. (중략) 모두 2232명이 한 직급씩 승진한다. 최대 규모였던 지난해 1931명에 비해 15.6%나 증가한 것이다. 포스코 측은 이같은 승진인사조치가 “성과위주의 조직문화를 정착시키고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2003년 3월 27일자 〈파이낸셜뉴스〉 “‘2인자’벗고 공격경영 내달 파격인사 포스코 새회장 이구택”

정준양(왼쪽에서 네번째) 포스코 회장이 취임 후 첫 출근일인 2일 울산으로 내려가 최길선 현대중공업 사장과 만나 면담한 뒤 LNG선박 생산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정준양(왼쪽에서 네번째) 전 포스코 회장이 취임 후 첫 출근일인 지난 2009년 3월 2일 울산으로 내려가 최길선 당시 현대중공업 사장과 만나 면담하고, LNG선박 생산현장을 둘러보는 모습. ⓒ 연합뉴스

회장들마다 개성도 제각각이었다. 2013년 3월 취임한 7대 정준양 회장의 경우, 그 누구보다 ‘고객 중심 경영’에 앞장섰다. 취임 후 첫 출근 업무부터가 고객사 방문이었다. 울산과 거제를 찾아 조선사 대표들을 연이어 만나며 우호 관계를 다져나갔다. 정 회장은 조선사를 만나고 온 다음날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오세아니아 순방길에도 동행한다. 호주를 찾아 원료공급업체들과 협력 방안 모색에 나섰다. 

정 회장이 내세운 경영이념인 ‘열린 경영’을 몸소 보여준 격으로, 고객의 작은 목소리도 놓치지 않고 경청하겠다는 의지를 시장에 보여줬다는 평가다. 지금의 경영 키워드로 따지면 ‘동반 성장, 상생’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중략)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등 고객사를 가장 먼저 방문했다. 정준양 회장은 지난달 27일 취임 후 첫 출근일인 2일 아침에 헬기로 울산으로 내려가 최길선 현대중공업 사장을 면담하고 생산현장을 둘러봤다. 이어 거제로 이동, 삼성중공업 배석용 사장을 면담하고 현장을 둘러본 후 오후 상경했다. 정 회장은 취임 후 첫 일성으로 내건 ‘시장지향 및 고객중심 경영’을 위한 발걸음을 본격화한 것이다.

2009년 3월 2일자 〈파이낸셜뉴스〉 “정준양式 ‘고객중심 경영’ 포스코 회장 첫 출근날”

 

‘쇄신’ 칼날 휘두른 권오준…포스코 러브레터 접수나선 ‘소통왕’ 최정우


2014년 3월, 8대 권오준 회장은 취임부터 칼자루를 쥐어보이며 회사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취임 일성부터가 ‘경쟁력 없는 사업에 대한 과감한 조치’였다. 전임 회장 시절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발생한 부실 고리를 끊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회사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사업들을 중단하거나, 매각 또는 통합하는 방식으로 구조조정하겠단 뜻을 분명히 했다.

권 회장은 내부 임원들에게도 ‘경영 쇄신’을 위한 각성을 요구했다. 첫 임원회의에선 자신부터 기본급의 30%를 반납하겠다고 밝히며, 경영 정상화를 위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회장의 결단에 임원들도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급여 반납에 동참하면서 기본급의 10~25%를 포기했다. 솔선수범을 동반한 권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은 포스코의 정상화와 혁신을 이끄는 마중물로 작용했단 평가다.

(중략) 권 회장은 위기 극복을 위해 철강 본원의 경쟁력 강화, 재무구조 개선 노력과 더불어 경쟁력이 없는 사업을 과감히 중단, 매각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권 회장은 주주총회에서 “글로벌 철강시장은 매우 심각한 공급 과잉으로 포스코가 자랑하던 경쟁 우위도 곧 사라질 위기”라며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철강 경쟁력을 높이고 재무와 조직구조를 쇄신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철강사로 거듭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2014년 3월 14일자 〈헤럴드경제〉 “적자 신사업 퇴출…‘철강 본원찾기’ 메스들다”

최정우 전임 회장은 공식 취임 전부터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포스코 러브레터’를 운영해 눈길을 모았다. 해당 의견들은 취임 100일 맞이 ‘100대 개혁과제’에 대거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 포스코그룹

9대 최정우 회장은 ‘소통’을 근간에 둔 위드 포스코(With POSCO) 경영 비전을 내걸었다. 파트너 및 지역사회, 이해관계자들과 더불어 함께 발전해 나가겠다는 원대한 꿈을 그렸다. 특히 소통 의지가 남달랐다. 공식 취임 전부터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포스코 러브레터’를 운영한 것. 창사 이래 처음으로 주주와 지역 주민들에까지도 의견을 구한 것으로 눈길을 모았다. 민영화 이후 최초의 비(非)엔지니어·비서울대 출신 회장의 파격적 행보에 더욱 눈길이 갈 수 밖에 없었다.

일각에선 최정우 신임 회장이 전임 권오준 회장 대비 외부 행보에 소극적이란 점에서 우려를 내비치기도 했다. 취임 한달 동안 포항·광양제철소와 자체 기술컨퍼런스, 한국철강협회 회장 선임을 위한 임시총회 등에 참석한 것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다만 포스코 러브레터를 바탕으로 취임 100일 맞이 ‘100대 개혁과제’ 발표를 준비하며 내실을 다졌다는 게 포스코의 항변이다. 최 회장은 소통을 통한 경영 개혁을 본격화함으로써 저만의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 데 성공했다.

(중략) 그룹 안팎에서는 최 회장의 경우 적극적인 외부 행보보다 일단 '취임 100일'(11월 3일)까지는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포스코 관계자도 "최 회장이 취임 100일을 앞두고 마스터 플랜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지난 한 달간 크고 작은 개혁 작업이 진척됐다. (중략) 최 회장은 취임 전 각계각층의 외부 인사들로부터 경영 방향에 대한 조언을 듣겠다며 '포스코에 러브레터를 보내달라'고 공개 제안했고, 이달 초에는 그룹사 실장 및 법인장급 이상 임원들에게도 개혁방안을 제출하라는 '과제'를 안긴 상태다.

2018년 7월 11일자 〈연합뉴스〉 “포스코 최정우號 출범 한 달…권오준과 달리 정중동”

 

장인화 신임 회장은 100일간 전국 사업장 순회키로…덕장의 남다른 소통 스케일


‘100일간의 현장경영’에 돌입한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포항제철소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식사를 하는 모습. 초록색 안전조끼을 입은 인물이 장인화 회장. ⓒ 포스코그룹

지난 21일 10대 회장으로 선임된 장인화 회장 역시 자신만의 색깔 내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장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취임 후 100일간 현장에서 직원들의 목소리 직접 듣겠다”는 포부를 밝힌다. 국민들로부터 신뢰와 사랑받았던 자랑스러운 포스코의 모습을 되찾기 위한 저만의 방편을 내놓은 셈이다. 

이같은 포부는 취임 사흘만에  ‘100일간의 현장경영’으로 공식화되기에 이른다. 전임 정준양 회장과 최정우 회장이 강조했던 ‘경청’ 및 ‘소통’과 일맥상통하는 듯 보이지만, 스케일 자체가 남다르다. 장 회장은 지난 3월 22일 포항제철소 2열연공장 방문을 시작으로 오는 6월 28일까지 전국 주요 사업장 순회를 이어간다. 

장인화式 현장 소통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실무자들과 소규모로 자유롭게 소통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는 점에서도 고무적이란 평가다. 직원들과 진솔한 대화와 이를 통한 현업 고충을 이해나는 것은 노사 관계 개선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초일류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해법이 현장과 직원들에게 있다’고 믿는 장인화 회장의 덕장형 리더십이 포스코그룹의 건강한 발전을 이끌어 낼지에 귀추가 모인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100일간의 현장 경영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24일 포스코에 따르면 제10대 포스코그룹 회장으로 공식 취임한 장인화 회장은 지난 22일 포항 냉천 범람 당시 피해가 가장 컸던 포항제철소 제2열연공장을 찾아 직원들을 격려했다. (중략) 장 회장은 직원 한 명 한 명과 일일이 손을 맞잡고, 인사를 나눴다. 그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녹록치 않은 환경에도 불구하고, 헌신적인 노력과 하나 되는 마음으로 정상화를 이뤄낸 여러분이 자랑스럽다”며 “혹독한 시련을 새로운 희망으로 바꾼 여러분의 노고에 가장 먼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2024년 3월 24일자 〈뉴시스〉 “포스코 장인화 회장, ‘현장경영’ 돌입…현장에서 답 찾겠다”

담당업무 : 자동차, 항공, 철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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