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호의 시사보기>세종시로 세운 신뢰, 기초선거 정당공천으로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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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호의 시사보기>세종시로 세운 신뢰, 기초선거 정당공천으로 무너진다
  • 강상호 자유기고가
  • 승인 2014.02.13 1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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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강상호 자유기고가)

노무현 정권 시대 ‘좌회전 깜빡이를 키고 우회전을 한다’고 노무현 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비판하던 진보 언론의 기사가 생각난다. 

18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경제민주화를 선점했던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취임한 후 지난 1년간 보여준 정치행태를 보면서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던 수많은 개혁적 보수 그룹은 어떤 생각을 할까?

지난 1월 22일 정당학회 주최로 “박근혜 정부 1년과 향후의 과제”라는 주제로 신년 특별학술회의가 삼청동 극동문제연구소에서 있었다. 

정치학자들이 주축이 되어 5시간 동안 진행된 이 날 회의에서 가장 관심을 끌었던 이슈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과정과 집권 후의 모습이 너무도 상이하다는 것이었다.  

대선과정에서 등장했던 진보성향의 정책이 집권 후 후퇴했을 뿐만 아니라,  대선과정에서 전면에 등장했던 진보적 보수성향의 인사들이 집권 후 청와대와 내각의 인선과정에서 전부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심하게 표현하면 모두 토사구팽 당했다는 것이다.  현재 청와대의 비서진과 내각의 인사들이 18대 대통령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전면에 나섰다면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을까?

만약 집권세력이 선거 전략전술로서 진보적 성향 인사들을 선거전 전면에 포진시키고 당선이 확정된 후에는 보수적 성향 인사들로 청와대와 내각을 채웠다면, 그것은 고도의 정치행위일지는 모르겠지만 국민을 속인 기만행위로서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이러한 정치행위가 여야를 막론하고 일반화 되면 유권자는 무엇을 기준으로 투표해야하는가?  앞으로 대통령 후보는 후보 등록 시 예비 내각후보 명단도 제출해야하지 않겠는가?

2014년 6월 4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여부가 뜨거운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18대 대선과정에서 여야가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공약한 상태에서, 이미 민주당은 전 당원 투표를 통해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확인한바 있는데, 새누리당이 정당공천 폐지 대신 오픈 프라이머리를 거쳐 기초단체장 후보를 공천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새누리당이 내세우고 있는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의 폐해는 이미 오랫동안 학계와 정계에서 논의해온 이슈로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더욱이 위헌 가능성 제기는 논리적으로 취약할 뿐만 아니라, 대선 후 1년이 다 되도록 침묵하다가 이제 와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공약파기를 위한 궁색한 변명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이 무리하게 공약을 파기할 경우, 박근혜 대통령은 어떤 정치적 데미지를 받게 될까? 

2010년 이명박 정권 하에서 세종시 원안 폐기가 뜨거운 이슈로 등장했을 때, 원안폐기를 주장하던 그룹은 정치의 신뢰성보다는 행정의 효율성을 중요한 가치로 주장했지만, 장기적 국가이익의 관점에서 정치의 신뢰성은 행정의 효율성보다 우선해야한다는 보편적 상식을 넘어서지 못했다.

 이명박 정권의 실제적인 위기는 세종시 원안 폐기 시도에서 시작되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기초선거 공천폐지 이슈가 약속 파기라는 똑 같은 덫에 집권 여당을 몰아넣고 있다.  

최근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의 언론 인터뷰를 볼 때, 새누리당 지도부는 과거와 같이 이 덫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종시 원안 고수로 시작된 박근혜 대통령의 신뢰정치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이것은 박근혜 정치에 대한 도전일 뿐만 아니라, 한국정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기초선거 정당공천폐지 공약이 파기된다면, 그것은 대의정치의 위기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기고는 <시사오늘>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정치학 박사

-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

- 행정자치부 중앙 자문위원

- 경희 대학교 객원교수

- 고려 대학교 연구교수

-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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