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城허물기④> 대표 ‘친노’ 박재호, “부산, 야당자원이 최고 좋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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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城허물기④> 대표 ‘친노’ 박재호, “부산, 야당자원이 최고 좋을 때”
  • 홍세미 기자
  • 승인 2014.02.15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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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홍세미 기자)

‘새누리당 텃밭’이라는 영남권에서 민주당이 이토록 부산스러웠을 때가 있었을까.

1월 17일 서울 강남의 한 음식점에서 <시사오늘>과 인터뷰를 한 민주당 박재호 부산시당위원장은 현재 부산은 ‘야당 자원이 최고 좋을 때’라고 말했다. 지방선거에서 야권이 부산 시장을 쟁탈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했다.

하지만 ‘야당 자원이 너무 많은 것’이 도리어 문제가 됐다. 민주당에선 ‘YS 정치 문하생’ 김영춘 전 의원이 출마를 굳혀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고,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출마 선언을 했다.

여기에 ‘부산의 아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창당을 하면 독자 세력을 낸다고 말해 자칫 잘못하면 야권이 나뉘게 된다.

야권의 표가 나뉘게 된다면 ‘필패’다. 민주당은 이런 자원들을 살려 ‘기회’로 만들 수 있을지, ‘전략 실패’로 끝나게 될지 기로에 놓였다. 

민주당 박재호 부산시당위원장 ⓒ 시사오늘

-민주당이 부산시장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번 지방선거가 중요하다. 부산이 변하고 있다. 부산은 정체돼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출마했을 때도 영남에선 열세였다. 부산에서 20%대밖에 안 나왔다. 그런데, 2010년 김정길 전 장관이 부산시장에 나왔을 때는 44%가 나왔고, 문재인 의원은 지난 대선 때 40% 가까운 지지율을 기록했다. 슬슬 올라가는 추세다. 지금은 부산이 바뀔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부산시장직을 야당이 가져가야 실질적으로 바꿀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시민들이 볼 때 균형감각을 가질 수 있다. 이번이 어떻게 보면 참 좋은 기회기도 하다.

 내가 되고 안 되고는 차치하고 민주당이 부산에서 출마하는 것은 독립운동 하는 마음이다. 부산에 좀 괜찮다고 하는 사람들이 새누리당에 줄을 안서고 우리 쪽에 서면 약간 왕따 같은 분위기도 형성된다. 이번에 부산시장을 야당이 가져오면 민주당이 핍박받는 분위기가 없어진다. 민주당이 시장을 가져오면, 정치 분위기가 쇄신될 것이고 부산이 변할 것이다.”

-민주당 경선 방식은 어떻게 되나.

“중앙당 공천 심사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확정하니까 아직 모른다. 당헌·당규 상 대위원이 30%, 권리당원이 10%, 당원이 20%, 여론조사가 40% 이런 식으로 돼 있는 것으로 안다. 경선 룰을 정할 때 공정한 게 중요하다. 깨끗하게 하면 시민들도 다 안다. 공정한 경선은 후보자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지지율도 올라 간다. 여기에 대선 후보들이 도와주고, 후보자의 경쟁력이 올라가면 디빌 수 있다(뒤집어질 수 있다).”

-민주당에서 부산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김영춘 전 의원은 ‘서울에서 내려온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단점으로 꼽힌다.

“그 말은 맞다. 하지만 서울에서 있다가 오더라도, 부산에서 나온다고 하는 것은 가시밭길을 걷겠다고 오는 것이다. 서울에서 어지간한 사람보고 부산에 오라고 하면 오지 않는다. 하물며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장관하던 사람들도 와서 후보로 나가달라고 해도 안 온다. 김 전 의원은 서울서 국회의원을 두 번하고 나서 부산으로 온 것은 본인의 어떤 탈출구가 됐을 수도 있다.

그래도 나와 준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다. 김 전 의원이 후보로 나서면 일부 부산사람들한테 ‘어쩔 수 없이 부산에 왔지’ 이런 말도 들을 수 있고, ‘부산에 적합하지 않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하지만 부산은 그런 것들을 다 흡수하고 통합해야 된다.”

-또 다른 후보인 이해성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출마 선언을 했다. 김 전 의원과 경선을 벌인다면 누가 더 유리할 것으로 보이는지.

“이해성 전 수석은 부산에서 3번 출마했다. 계속 부산에서 생활하면서 쌓아둔 게 있어서 인지도가 좀 있다. 본인의 커리어도 있는데, 그렇게 와서 도와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김 전 의원하고 이 전 수석이 경선 하겠다고 하면, 누가 더 유력한지는 알 수 없다.

지금은 아무래도 김영춘 전 의원이 부산에서 열심히 한 것도 있고 재선 의원이니까 유리한 면이 있다. 그런데 중간에 내려 왔다는 이미지가 있고, 부산이 어려울 때 도와준 이해성 전 수석에 대해 신뢰가 있어 예측하기 어렵다.”

-다른 야권, 안철수나 오거돈 측은 어떻게 보나.

“얼마 전 여론조사 보니까 1위가 오거돈 전 장관으로 나오고 그 다음이 새누리당, 그리고 민주당이더라. 오 전 장관 같은 경우는 부산시장에 우리당(열린우리당)으로 2번 출마했다가 떨어졌다. 인지도는 높지만 그 사람의 시 운영 능력은 검증된 게 없다. 우리당에서 2번이나 출마했지만, 내가 생각하기엔 민주당과 맞지 않는 것 같다. 오거돈은 오거돈대로 무소속이든, 안철수 신당이든 나가야된다.

그리고 연대를 해야 한다. 안철수 의원이 독자세력 낸다고 하는데, 부산에선 반드시 연대를 해야 된다. 지금 부산은 초토화돼있다. 부산이 바뀌기 위해선 연대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3자구도로 가게 되면 ‘필패’다. 안 의원이 이번 기회에 자기가 손해를 보더라도, 부산만큼은 자기 고향이니까 도와야 한다. 그게 뿌리가 되고 씨가 돼서, 다음 대선 때 도움이 될 것이다.”

-만약 민주당 후보보다 오 전 장관이나 안철수 신당 후보가 더 승산이 있다고 나오면 어떻게 되나.

“흔쾌히 돕겠다. 안철수 측이든 오거돈 후보든. 경선이나 여론조사를 통해서 누구든 민주당 후보 보다 경쟁력 있다고 판단이 되면 도울 것이다. 부산을 바꾸자는 것에는 누구든 관계없다. 개인적으로 그 사람이 싫든 좋든 나중 일이다. 단, ‘공정한 룰’에 의해서 인정이 된 사람이어야 한다.

최인호, 이해성 그리고 나까지 10년이 넘도록 부산이 초토화 되는 것을 봐가면서도 계속 있었던 것은 우리가 부귀영화를 누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 내 고향이니까, 노 전 대통령이 이루지 못한 지역감정의 해소나 부산발전, 의식 구조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 우리가 몸을 던지겠다고 해서 있는 것이다. 만약, 이것을 이룰 다른 사람이 있다면 우리 것을 다 버리고 그 사람을 돕겠다. 모든 것을 다 줄 수 있다. 최종적으로 야권에서 경쟁력 있는 후보로 단일화되면 대통령 후보였던 안철수, 문재인 두 명이 도와줘야한다. 두 명이 와서 도와준다면 부산이 바뀌지 않을까 생각한다.”

민주당 박재호 부산시당위원장 ⓒ 시사오늘

안희정·이광재·박재호의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

대표적 ‘친노’로 불리는 박 위원장과의 정치이력은 독특하다. 박 위원장은 1986년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리던 서석재 전 의원의 비서로 정계에 발을 들였다. 문민정부 출범 후 청와대 비서관으로 근무했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자, 자리를 털고 미국유학길에 올랐다.

1999년 9월 서울로 돌아왔다. 자신이 모셨던 서 전 의원이 출마를 접으면 무소속 출마를 감행할 생각에서였다. 우연히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 책을 사러 갔다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인연이 만들어졌다. 인연의 끈을 연결한 사람은 안희정과 이광재였다.

이광재: “행님, 어디갔다 오십니까. 우리 대장(노무현) 함 만나야지요.”
박재호: “느그 대장이 DJ 쪽인데 내가 말라 만나노.”
이광재: “그래도 대장하고 DJ하고 뭔 관계가 있습니까, 만납시다.”

-박 위원장과 안희정, 이광재 셋이 교보문고에서 만나서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 모임을 가졌다던데.

“우연히 교보문고에 책을 사러 갔다가, 이광재를 만났다. 그러다가 서 전 의원이 무소속으로 총선에 나와 내가 출마를 못했다. 내가 총선에 출마를 못하니까 노무현을 돕자는 연락이 왔다. 내가 2~3000명 되는 ‘푸른연대’라는 조직을 만들어 노 전 대통령을 도왔다.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나갈 때도, 푸른연대 친구들에게 먼저 물었다. 이회창, 이인제, 노무현 중 누구를 지지하는 게 좋겠냐고 물었더니, 그 친구들이 노 전 대통령을 돕자고 했다. 그래서 그 친구들이 선거인단 모집을 많이 했다.”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 될 줄 알았나.

“알았다. 첫 번째는 그 분의 정신자세를 보고 알았다. 두 번째는 30대와 40대를 만나보니까 다 노 전 대통령을 지지하더라. 신기하게도 신상우, 서석재 같은 선배들이 하나같이 ‘노무현 안 된다’고 했다. 정치에선 40대 민심이 ‘키포인트’다. 50대 이상은 이회창이 된다고 했다. 신상우 선배 돌아가시기 전 하던 말씀이 ‘노무현 되겠나’였다. 그래서 ‘장관님, 걱정하지 말고 가이소’라고 말해 보내드렸다.”

박 위원장이 말하는 신상우는 YS 비서를 지낸 7선 의원이다. 국회부의장과 문민정부 말 해양수산부 장관을 역임했다.

-영화 <변호인>이 돌풍을 넘어 ‘신드롬’소리까지 들었는데 관람은 했나.

“보고 두 번 울었다. 그 시절에 살았던 사람 대다수가 ‘데모’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나오는 말이 똑같다. ‘저 새끼, 부모가 준 돈 가지고 데모나 해쌌네’라고. 다들 그렇게 생각했다. 그 시절에 4년제 대학을 갈 수 있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대학생들은 ‘우리가 저 사람들 몫까지 같이 해야 한다’라는 생각이 있었다. 또 ‘젊었을 때 국가를 위해서 눈물을 흘리면 학생이 아니다’라는 생각도 있었다. 감수성이 예민한 시절에 인생의 전환점이 왔다. 그것이 부마항쟁이다.

그렇게 흥미롭게 젊은 세대를 보냈는데, 영화를 보니 옛날 감정이 나고 20년이 지난 지금도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하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이 힘들다. 사실 국정원 사건이 터졌을 때 옳은 투쟁을 하지 못하는 것이 마음 아팠다. 그렇게 공개적으로 조직적으로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 말을 못하는 나라가 우리가 그거 하려고 저렇게 데모하고 했나 하는 생각에 한심스럽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선 학권, 정부기관, 경제관료 등의 기득권이 문제다. 노 전 대통령 같은 경우도 기득권에 들어가면 편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그런 달콤한 유혹에 빠질 수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사명감이 있었다. 서민들을 위해서. 살아왔던 과정이 편치 않았다. 그래서 영화 <변호인>이 더 뭉클했다.“

-현재 민주당 ‘친노 프레임’에 대한 생각이 있을 듯싶다.

“언론이나 새누리당은 실체도 없는 ‘친노’라는 세력을 만들어서 팔아먹는 것을 좋아한다. 무덤에 있는 노 전 대통령을 꺼내는 것 아닌가. ‘친노’로 논리를 계속 펼치면, 민주당은 그럴 막아내고 통합하고, 경고도 줘야하는데 그렇게 하지도 못한다. 당이 어떨 때 보면 한심스럽다.”  

-부산에서 민주당으로 산다는 것은.

“사람들이 부산에서 민주당으로 나설 생각을 안 한다. ‘부산에서 민주당으로 나서면 떨어지는데 뭐하려고 나가겠냐’는 생각이 강한 것 같다. 또 떨어지고 난 후에 갈 자리가 없다. 새누리당은 후보로 나서고 떨어지면 후에 갈 자리라도 마련해준다. 민주당은 그런 몫이 영남으로 안 떨어진다.

그렇다 보니 사람들이 부산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서도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젊은 사람들을 구하기 어렵다. 젊은 사람들은 새누리당 국회의원 따라다니면 비서로 갈 수도 있고 인맥도 형성된다. 그러다 국회의원 될 수도 있다. 민주당은 몫이 없으니 갈 자리도 마땅치 않아 오지 않으려고 한다.”

-‘개헌’이 최근 화두로 떠올랐다.

“대통령 후보들이 개헌 하자고 약속했으면 해야 한다. 노 전 대통령 임기 끝나고 개헌 하자고 했던 것은 새누리당이다. 그런데 안했다. 이번에도 박 대통령이 하겠다고 했지만 하지 않았다. 선거 때만 되면 개헌 꺼내들다가 또 쏙 들어가니까 안타깝다.

우리나라는 권력 한 번 잡으면 끝이다. 또 잡고 난 후엔 다음 정권이 누가 될 것인지에 ‘줄대기’하느라 여념 없다. 대통령이 막강한 권력을 잡았을 때 개헌을 해야 하는데…. 후에 대통령이 레임덕 걸리면, 변화를 싫어하고 현상을 유지하려는 관료들이 항상 개헌에 반대한다. 그러니까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새누리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행복하기로 마음먹은 만큼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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