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민의 엔터法> 한류의 후유증, 아이돌 베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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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민의 엔터法> 한류의 후유증, 아이돌 베끼기
  • 양지민 변호사
  • 승인 2014.07.14 1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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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엑소 표절그룹 밀레니엄보이, 일거수일투족+열애설 카피..제재 어려워
침해지국에 저작권 침해 문제 지속적으로 제기해 판결 남겨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양지민 변호사)

피부색과 언어가 다른 외국 사람들이 한글 배워 한국 가요를 따라 부르고,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한국 문화에 더 관심을 가지고 배우는 현상은 이미 오래 전부터 '한류'를 타고 아시아 전역에 널리 퍼져왔다.

우리나라를 알리는데 큰 도움이 되고 단순한 홍보를 떠나서 경제적으로 어마어마한 가치를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저작권 침해 등 관리 소홀로 역풍을 맞고 있다. 특히 태국에서는 한국의 인기 아이돌 엑소의 커버그룹인 밀레니엄 보이가 등장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들은 엑소와 똑같은 인원으로 닮은꼴 구성을 해놓은 것은 물론이고, 엑소가 SNS에 사진을 올리면 그와 비슷한 사진을 그대로 올리며, 심지어는 멤버의 열애설까지도 따라하는 등 이들의 실제 삶까지도 베껴가면서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슬쩍 보면 누가 누군지 쉽게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엑소의 일거수일투족을 카피 중이다.

이들의 이러한 베끼기 행위는 엄연히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 그리고 이러한 저작권 침해 현상이 지속되다 보면, 한국 원조 아이돌의 해외시장 진출에 어느 정도의 제한이 오게 되는 것은 물론,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더라도 큰 손해가 발생하게 될 수밖에 없다.

또한 이러한 커버그룹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라도 한다면, 원조 아이돌의 이미지까지도 훼손될 수도 있다는 문제가 있다. 이들을 법적으로 규제할 수는 없을까?

결론적으로 이들을 규제하기란 매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침해지국이 우리나라가 아닌 태국이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저작권 침해가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검토해야 하는 것은 침해지국과 우리나라가 맺은 국제조약이나 협약이 있는지 여부다. 만약 조약이나 협약이 없다면, 국제사법에 따라 해결하게 된다.

엑소가 활동하는 우리나라와 엑소의 짝퉁이라 볼 수 있는 밀레니엄보이가 활동하는 태국은 베른조약을 체결한 국가이다.

베른조약 제5조 제2항에 따르면, '저작권 관련 구제 수단은 오로지 보호가 요구된 국가의 법률에 따라 규율된다'고 규정됐다.

즉, 침해지국의 법에 따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며, 밀레니엄 보이에 대해 저작권 침해의 책임을 묻고자 한다면 침해지국인 태국에 가서 직접 소송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태국은 지식재산권 관련 법률을 10개나 제정해 놓고 있고 베른조약에도 체결하는 등 외관상으로는 저작권 보호에 힘쓰고 있는 것 같이 보이지만, 현실은 매우 취약하다.

태국에서 저작권법 집행은 주로 왕립 경찰국에서 맡고 있어 저작권 관련 집행에 배정되는 인원은 매우 소수이고, 저작권 침해에 대한 국민의식이 그리 높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태국에 가서 소송을 한들 결과를 장담할 수 없고, 오히려 시간과 돈만 낭비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 많은 엔터테인먼트사들이 대응에 적극적이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손 놓고 지금처럼 수많은 한국 아이돌의 짝퉁이 재생산되고 있는 걸 지켜볼 수만은 없다.

국가 차원에서의 대응이 지원된다면 이루 말할 수 없이 좋은 일이겠지만,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국내 대형 엔터테인먼트사들의 적극적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엑소는 연매출 300억 원을 벌어들인다는데, 이들과 같은 소위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은 한 순간에 만들어진 게 결코 아니다.

우리의 아이디어와 노력으로 창작해 어렵게 만들어낸 작품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그것을 지키는데 소홀해서, 오랜 시간 동안의 노력이 퇴색되거나 앞으로 더 나아가지 못할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선례가 없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며 태국이든 해외 어디든 저작권 침해가 발생하고 있는 침해지국에 가서 적극적으로 소송을 하여 선례를 남기는 것이, 지금 가장 필요한 일이 아닐까 싶다.

한국 아이돌을 카피해 버젓이 활동하며 현지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막대한 수입을 올리는 짝퉁 그룹들을 상대로 비록 적은 금액이라도 소송을 통해 그 손해를 배상받고, 필요한 경우에는 저작권법 위반으로 형사처벌까지 받도록 하는 선례가 생긴다면, 그 이후 수많은 아이돌은 저작권에 대한 정당한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며 한류 전체로 보았을 때에도 엄청난 규모의 손실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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