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일병 사건, 국방장관에게 지휘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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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일병 사건, 국방장관에게 지휘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
  • 강상호 시사평론가
  • 승인 2014.08.06 2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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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강상호 시사평론가)

대학 재학 중 1976년 8월 군에 입대해서 1979년 3월 제대할 때까지 논산 훈련소 신병 교육과 행정학교 후반기 교육 기간을 제외하고, 국방부 직속 모 사령부의 전군 군기사고 담당부서에서 복무했다. 장교 3명과 부사관 1명 그리고 사병 1명이 전군에서 들어오는 모든 군기사고 보고서를 처리했기 때문에 처음 1 차 보고서 요약은 내 몫이었다.  

남들은 새벽 6시에 기상했지만, 밤새 들어오는 장문의 보고서를 요약하고 때론 암호로 들어오는 전통문을 해석하는데 시간이 걸려, 새벽 5시 30분경이면 상황실에 들려 전문을 수령하였다.   사고가 많은 날이면 아침을 굶는 일이 다반사였다.

35-8년 전 군과 현재의 군을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그 당시의 경험을 유추해 볼 때 군 내 군기사고는 하나의 일상사였다.  최근에 있었던 임 병장 총기 난사 사건, 윤 일병의 가해 치사 사건 등은 일반 국민들에게는 충격적이지만, 군이라고 하는 특수 집단에서는 어느 때고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중 하나일 뿐이었다.  

당시 예하대 보고서를 요약하여 결제를 올리면, 팀장인 영관 장교가 전결을 처장으로 할 것인지, 사령관으로 할 것인지, 장관으로 할 것인지, 드문 경우이지만 청와대로 할 것인지를 결정했다.  청와대로 할 경우, 타이핑한 요약서를 필경사가 붓으로 다시 써서 보고했다.  

당시 관행으로 본다면, 장관이 다른 경로로 사고를 인지하고 조사 보고를 지시하지 않았다면, 이번 윤 일병 사고는 아마 사령관 전결로 보고되었으리라고 생각한다.  

총기사고 후 탈영 같은 경우에는 대민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민감하게 다루어졌지만, 윤 일병 사건과 같이 폐쇄된 공간에서 발생한 사고의 경우 각종 사고 보고서에 묻혀 주목받지 못할 수도 있었다.   이 번 윤 일병 사건처럼 민원을 제기하거나 언론에서 크게 다루지 않는다면, 군에서 발생하는 일상적인 단순 사고로 처리되었다.  

단순 사고로 처리되었다는 이야기는 유사한 사고가 군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함축한다.   비록 35-8년 전 경험이지만, 당시 군 내에서 발생했던 각종 사고와 관련한 사상자 수가 적지 않았는데, 그 숫자가 민간에게 알려졌다면 사회적 혼란을 야기했을 것이고, 지금 그 숫자를 공개한다 해도 많은 사람들이 믿기 어려울 것이다.

당시 연말이 되면 한 해 동안 발생한 각종 군기사고의 통계를 작성하였는데, 전시가 아닌 평시에 군에서 발생하는 연간 사상자 수에 놀랄 때가 많았다.  

그런데, 사회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사상자 수와 인구 간의 비율을 군 내 사고에 대비해 보면, 그래도 군에서 발생하는 사상자 수의 비율이 사회에서 발생하는 사상자 수의 비율 보다 낮다는데 위로를 받고는 했다.  아무튼 예나 지금이나 군에서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 각 군 참모총장이나 국방부 장관의 경우 언론에서 기대하는 만큼 민감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매일 사고 보고서를 요약하던 나도 1년 이상 사고처리를 되풀이 하다 보니 나중에는 보고서로 올라오는 사상자 수와 사고 상황이 기계적으로 인식될 뿐 심정적으로 큰 상처를 받지 않았다.   역사적으로 큰 전쟁에서 수십만을 죽이고도 지휘관이나 최고 정치 책임자가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심리적 배경과 같다고 보인다. 

최근 들어 우리사회는 법보다는 국민 정서에 따라 범죄자와 관련자를 단죄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물론 최종 판결이 대법원에서 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현재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사건들이 어떻게 결론 날 것인가는 알 수 없지만 법치주의 관점으로 본다면 다소 우려되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 

윤 일병 사건과 관련하여 군 법무실장까지 국민정서를 반영할 것이라고 언론에 이야기하지 않았는가?   이번 윤 일병 사건과 관련하여 이미 권오성 육군참모총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그리고 야당과 일부 언론에서 사고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의 책임을 물어 퇴진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만약 김관진 실장이 윤 일병 사고를 보고받고 사건을 왜곡하려했거나 은폐하려했다면 책임을 묻는 것이 당연하지만, 윤 일병 사고 발생 그 자체만으로 지휘 책임을 물어야한다고 주장한다면 그 것은 잘못된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윤 일병 사건, 참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가해자들을 엄중 처벌함으로써 일벌백계하고 군기를 바로 세워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휘라인 관련자 처벌에 있어서 그 책임과 한계를 국민정서와 여론에 떠밀려 과도하게 적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 강상호 시사평론가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 정치학 박사
-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
- 행정자치부 중앙 자문위원
- 경희 대학교 객원교수
- 고려 대학교 연구교수
-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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