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제 일자리' 확대…여성노동계 차별·빈곤,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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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제 일자리' 확대…여성노동계 차별·빈곤, '확대'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4.08.23 22: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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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시간제' 저임금 직종에 양산
시간제와 전일제 근로조건 격차 존재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근홍 기자)

박근혜 정부가 '여성행복시대'를 열겠다며 내건 경력단절여성을 중심으로 한 시간제 일자리 정책이 도리어 여성노동계를 망치고 있다는 주장이 일선현장과 학계에서 나오고 있다. 시간제 일자리가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을 높일 수는 있지만 성별에 따른 임금격차, 저임금, 고용불안 등 항시 시달릴 수밖에 없는 '질 낮은' 일자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내놓은 시간제 일자리는 '정규직 시간제'다. 하지만 이것은 현행 노동정책에서 성립할 수 없다는 것.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시간제 근로자는 2001년 노사정 합의를 통해 정립된 비정규직의 범주 안에 포함된다. 용어 자체가 모순일 수밖에 없다. 

▲ 2014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박람회 ⓒ 뉴시스

이름만 정규직인 시간제 일자리는 주로 영세 음식숙박업체나 유통업체, 청소용역업체 같은 저임금을 받는 고용이 불안정한 직종에 많이 양산된다. 기업 입장에서 시간제 근로자에게 임금이나 근무여건 등에 혜택을 줄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시간제 일자리 정책에 불만을 갖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이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재원을 투자해야 한다. 시간제 일자리가 법제화되면 민간기업을 중심으로 비용이 적게 드는 전일제 비정규직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것이라며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창출은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했다.

노동자 입장에서도 불만은 마찬가지다. <시간제 노동과 성평등>(한림대 신경아 교수) 논문에 따르면 시간제 직원을 직접 채용하는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이 정부의 고용지원금을 받고 일자리를 만들었지만 시간제로 취업한 근로자들이 전일제 전환을 요구해 고충을 겪고 있다. 현행 노동시장 규범과 제도가 전일제를 기준으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시간제와 전일제 사이에는 근로조건 격차가 확실히 존재한다. 시간제 일자리는 일반 근로자가 받는 임금의 50%도 채 안되는 돈을 받는다. 이러한 격차는 자연스럽게 노동시장에서 성별 격차를 지속시키는 요인이 된다. 시간제 일자리를 통해 여성 고용률을 높이고 단절된 경력을 이어갈 수 있게 한다 해도 성별 격차를 확대시킨다면 바람직한 고용정책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 

▲ 처우개선 요구하는 여성 노동자들 ⓒ 뉴시스

민주노총은 21일 이와관련, "박근혜 정부는 여성 고용률 70%를 내세워 비정규직 저임금의 시간제 일자리 확대에만 치중했다"며 "이로 인해 여성들은 노동권의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차별과 빈곤이 심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비정규직, 경력단절 여성이라는 처지가 최저임금 이하의 노동에 처하게 하는 조건이 되고 있다"며 "이것은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일자리가 아니라 인간, 여성, 노동자로서의 존엄마처 포기해야 하는 최악의 일자리"라고 말했다.

한림대 신경아 교수는 위 논문에서 "한국사회에서 지금 필요한 노동정책은 노동시간 단축과 시간 자율성"이라며 "노동시간의 길이와 활용을 노동자 스스로 조정해갈 수 있는 권리가 노동자에게 주어져 있고 공공영역과 남성들이 돌봄 책임을 공유하려고 할 때만 노동시장에서 성평등을 향한 기반이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세웠다.

또 신 교수는 "박정희 때 여성들이 저숙련 임시 노동력으로 활용된 것과 마찬가지로, 박근혜 대통령은 여성들을 단시간, 보조적 노동력으로 노동시장에 들어가라고 하고 있다"고 강도 깊게 비판하며 "박근혜 정부의 여성고용정책은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전면적으로 방향을 선회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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