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행복들 하십니까?
스크롤 이동 상태바
추석, 행복들 하십니까?
  • 홍세미 기자
  • 승인 2014.09.06 11: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토요필담>명절, 기대보다 스트레스? '명절증후군' 심각
달라지는 명절 풍속도…연휴 기간 동안 해외여행 '급증'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홍세미 기자)

#1. 취업준비생 이 모 씨(29세, 남)는 이번 추석에 고향에 내려가지 않는다. 큰집에 가면 분명 ‘취업’얘기가 나올 것을 알기 때문이다. 지난 상반기에 이 씨와 동갑인 사촌이 내로라할 대기업에 취업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고향에 내려가 봐야 비교대상만 될 것 같다. 그 곳에서 어색하게 보내는 시간에 차라리 인적성 문제를 더 푸는 게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2. 주부 정 모 씨(48세, 여)는 추석이 두렵다. 1년에 2번 있는 명절이라지만 왜 이리 빨리 돌아오는지 모르겠다. 올해 추석은 유난히 빨랐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심정. 울며 겨자먹기로 시댁으로 향한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와 같아라.”

조상님의 말씀대로 매일 한가위 같다면 어떨까. 아마 대부분 소스라치지 않을까.

‘명절 증후군’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다. 그동안 못 봤던 친척들과 오랜만에 만나 밝디 밝은 보름달과 함께 술 한 잔 기울이며 ‘역시 가족밖에 없다’고 깨닫고 다시 일상생활을 전진하는 ‘순기능’을 가지고 있는 명절. 하지만 명절하면 기대보단 ‘스트레스’가 먼저 떠오르기도 한다.

▲ 농협유통이 지난달 28일 추석을 맞아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클럽 양재점에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전통 차례상 차리기 재현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 뉴시스

명절, 힘들게 하는 원인은…젊은 세대는 ‘잔소리’ 주부는 ‘가사 노동’

젊은 세대에게 ‘스마트폰 게임’은 필수다. 오랜만에 보는 친척과 할 얘기가 없어지면 시선은 스마트폰으로 향한다. 평소엔 재미없던 게임도 다시 시작하거나 새로운 게임을 아예 미리 받아놓는 경우도 있다.

친척들의 ‘눈치 없는’ 한 마디는 어색함을 넘어 불편함까지 느껴지게 한다. 10대는 “어디 대학 갈 예정이니? 수시는 지원했니?”, 20대는 “어디 취업했니? 아직 안 했다고? 000은 이번에 어디 갔다더라”, 30대는 “도대체 언제 장가(시집)갈 것이냐, 너 그러다가 노총각(노처녀)된다. 내가 아는 사람 있는데 소개시켜줄까?” 등이 ‘명절 단골 질문’이다.

친척들의 ‘오지랖’은 당사자들을 불편하게 한다. 젊은 세대는 친척들의 한 소리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주부에게 ‘명절 증후군’은 더 심각하게 나타났다. 지난 1월 설날을 앞두고 온라인 설문조사 기관 <나우앤서베이>가 전국의 20대~50대 남녀 802명을 대상으로 명절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447명(55%)이 명절증후군을 겪은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기혼 여성 70%가 명절증후군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10명 중 7명이 증후군을 겪은 것.

같은 조사에서 가사 노동을 물어본 결과, 기혼 여성은 70.8%가 참여한다고 응답했다. 미혼 여성은 40.6%가, 기혼 남성은 23.3%가, 미혼 남성은 23.2%가 참여한다고 응답했다. 기혼 여성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즉 명절 가사 노동은 기혼 여성이 대부분 담당하고 있는 것.

새삼스럽지 않다. 여전히 남성의 가사 노동 참여 수준은 낮았고 대부분 노동은 여성이 도맡아 하고 있다. 사회적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했지만 여전히 미흡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명절 증후군은 신체 질병까지 동반하기도 한다.

의료계에 따르면 대표적인 명절증후군 질환으로 손목터널증후군을 꼽았다. 손목의 반복적 사용으로 염증이 생기거나 인대가 붓게 되는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손목터널증후군은 여성이 78.41%로 남성보다 3.6배 많이 발생한다. 특히 명절을 쇠고 난 후 증가한다고 알려졌다.

달리는 시어미 위에 나는 며느리 있다…가짜 깁스 등장

명절 증후군에 시달리는 며느리들에게 달콤한 유혹이 등장했으니 바로 ‘가짜 깁스’다.

‘가짜 깁스’는 인터넷에서 어렵지 않게 구매할 수 있다. 깁스와 비슷한 모형을 만들고 위에 붕대를 감아 사용할 수 있다.

‘가짜 깁스’는 본래 연출용 깁스로 나왔으나 이번 추석 앞두고 매출이 2배나 뛰었다. 가짜 깁스 판매자는 지난 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추석을 앞두고 평균 건수로 2배 정도 올랐다”라며 “주로 20대, 30대 여성들이 추석을 앞두고 많이 주문한다”고 말했다.

▲ 명절에 고부갈등으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 2009년 1월 방송된 KBS2 <사랑과 전쟁> 캡처 화면

명절 증후군이 이혼으로 이어지기도…‘명절 이혼’ 증가

명절증후군 현상이 증가하면서 가정도 평화롭진 못하다. 최근 5년 간 명절증후군이 심해져 명절 이혼까지 증가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최근 5년간의 이혼통계 조사에 따르면 설날과 추석 등 명절 바로 직전 달보다 지낸 후 달에서 이혼 건수가 평균 11.5% 증가한다고 밝혔다. 명절과 이혼 간 일정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

<시사오늘>은 명절 증후군으로 이혼했다는 40대 여성 이 모 씨를 최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 씨는 “1년에 겨우 두 번, 그 것도 못 견디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당하는 사람은 정말 괴롭다”라며 “나는 특히 시댁이 시골에 종갓집이라 참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특히 “나는 차남 며느리였는데, 장남 며느리가 희생을 안 하려고 해서 내가 고생했다”며 “시어머니도 나한테 바라는 게 많아서 친척들 뒤치다꺼리 하는 것을 당연한 듯 대했다. 그러다 보니 명절 전엔 불안해서 잠도 안오고 명절 후엔 기진맥진해져서 일상생활에 돌아가려면 시간이 걸렸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이혼한 이유는 굳이 명절 때문이라고 할 순 없고, 쌓여있던 것들이 명절 때 폭발하면서 그 후에 이혼을 많이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 명절에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증가했다 ⓒ 뉴시스

명절 인식 변화, ‘시댁’보단 ‘여행’?

명절에 대한 피로도와 함께 가족 해체와 개인화 현상이 일어나면서 추석 풍속도가 변하고 있다. 10년 사이 명절 내내 고향에 내려가 지내는 사람은 줄고 해외여행으로 눈을 돌리는 사례가 증가했다.

국토교통부가 4일 발표한 지난 10년간 추석 귀성객 통행실태 조사에 따르면 고향 체류 기간이 당일이나 1박 2일은 많아진 반면, 3박 4일 이상 머무는 경우는 줄었다고 밝혔다. 10년 전에 비해 3박4일 이상 체류하는 비율은 40.3%에서 25.5%로 14.8%포인트 감소했고 1박2일 체류는 25.1%에서 32.2%로 7.1%포인트 늘었다.

또 추석연휴에 귀성 대신 여행을 계획한 가구는 0.7%에서 2.3%로 1.6%포인트 올랐다. 10년 전에 비해 세 배 이상 증가한 것. 때문에 명절 비행기 값은 고공행진이다. 명절 비행기 값은 ‘성수기’요금으로 적용돼 평소보다 많게는 50% 값이 올랐다.

가정연구소 김학중 소장은 6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옛날엔 명절은 최대 행사였다. 오랜만에 가족을 보는 것은 즐거운 일 이었다”며 “하지만 요즘은 점점 조상을 모시고 효도하고 고향을 찾는 의미가 퇴색됐다. 명절은 단지 가족여행을 가는 기회, 긴 연휴라고 생각한다. 인식이 변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이어 “거기에 명절증후군 등 명절에 대한 부정적인 면이 증가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라며 “명절 증후군은 명절 때 생기는 스트레스라기 보단, 평소에 있던 불만이 명절에 터져 큰 스트레스가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소장은 이어 “신문이나 방송에서 부정적인 면만 언급하다 보니까 확대 재생산 되는 것 같다”라며 “즐겁게 잘 보내는 그런 가족 그런 사례를 많이 다뤄 순기능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새누리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행복하기로 마음먹은 만큼 행복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