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돈' 정당 국고보조금…새해에는 투명성 개선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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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돈' 정당 국고보조금…새해에는 투명성 개선될까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4.12.03 1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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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 국고보조금, 많이 받고 수상하게 쓴다
보조금 부당 집행 적발 사례, 50여건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근홍 기자)

▲ 대한민국 국회의사당 ⓒ 뉴시스

390억 원. 새누리당·새정치민주연합·통합진보당·정의당 등 원내 정당들에게 2014년 한 해 동안 지급된 '정당 국고보조금' 총액이다. 이를 두고 '눈먼 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980년 12월 국고보조금 제도가 시행된 이후 35년간 실질적인 감사가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참여연대의 자료에 따르면 2000년 이전 4400억 원, 2001~2014년까지 약 7000억 원, 도합 1조1천억 원이 넘는 '국민 혈세'가 정당들에게 돌아갔다.

정당 국고보조금은 우리 정치자금법에 따라 정책개발비, 여성정치발전비, 인건사무비 등의 명목으로 정당의 정치활동을 위해 지급된다. 하지만 실제 국고보조금이 어디에 쓰이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허위로 영수증을 꾸며 정책개발비로 사용했다고 선관위에 보고하면 그만이기 때문.

"정당 국고보조금에 대한 외부감사가 필요하다"며 지난달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치권으로부터 주목 받은 새정치민주연합 평당원 이충렬씨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눈먼 돈은 부패한다는 것이 영원한 진리"라며 "국고보조금은 당권파의 쌈짓돈이 된다. 정책개발비가 굉장히 의심스럽다"고 폭로했다.

정당 국고보조금, 많이 받고 수상하게 쓴다
보조금 부당 집행 적발 사례, 50여건

정당의 운영비는 당비·기탁금·차입금, 그리고 국고보조금 등으로 구성되는데, 우리나라 정당은 이중 국고보조금에 대한 비중이 30~70%로 높은 수준이다. 선관위가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2012년 기준으로 새누리당 37%, 민주통합당(현 새정치민주연합) 40%, 통합진보당 34%, 정의당 67% 등으로 나타났다.

정당 국고보조금이 명문화돼 있는 영국의 경우, 영국 선관위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기준 보수당 3%, 노동당 20%로 운영비 중 국고보조금의 비중이 적다. 이들은 당 운영비 대부분을 기부와 당비로 충당했다.

우리나라 정당들은 국고보조금 사용내역을 밝히지 않고 있다. 유일하게 정의당이 인터넷 홈페이지에 이를 공개하고 있지만, 당비를 납부한 당원들만 해당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선관위가 정당 회계 자료를 보고받고 검토하도록 규정돼 있으나 이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자료다.

현행법상 선관위는 정당 국고보조금 사용내역에 대해 서면조사와 실지조사 등을 실시할 수 있지만, 감사원 등을 통해 별도로 회계 감사를 진행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선관위가 정치권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의 경우, 연방선거위원회 홈페이지(www.fec.gov)에서 쉽게 정당 회계 자료를 살펴볼 수 있다. 영국도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www.electoralcommission.org.uk)를 통해 누구라도 파악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감시하는 사람이 없으니 수상쩍게 돈이 쓰이기 마련이다. '눈먼 돈은 부패한다'는 것.

지난 2004년부터 2013년까지 선관위가 적발한 정당 국고보조금 부당 집행 건수는 50여건으로 여야, 진보정당 가릴 것 없이 불법사용을 자행했다.

새누리당은 2011년 정책개발용역과제 수행 명목으로 국고보조금을 썼으나 이중 6500만 원을 용도 외에 사용했다. 당명이 한나라당이었던 2010년에도 여성정치발전비 중 1000여만 원을 다른 곳에 쓴 것으로 적발된 바 있다.

통합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6600만 원 가량의 국고보조금을 다수의 당직자들에게 상여금 등의 명목으로 허위로 지급하고, 이를 차명계좌로 반환받아 불법으로 선거경비 등에 지출한 뒤 선관위에 허위로 회계 보고했다.

통합진보당은 2011년 심야시간대 호프집에서 3차례에 걸쳐 18만 원의 국고보조금을 사적으로 사용했다. 2009년 민주노동당 당시에도 영수증을 허위로 작성해 보고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

새정치연합, 국고보조금 사용 명세 공개?…'셀프 감사' 비판

이와 같은 문제가 제기되는 가운데 새정치연합 정치혁신실천위원회(위원장 원혜영)가 지난달 정당 국고보조금 사용 내역을 공개하는 혁신안을 의결한 것으로 전해져, 실현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당내에 예산결산위원회를 꾸려 매해 예산안을 심사·승인하고, 결산 심사를 진행해 지출 내역 등을 외부에 공개하겠다는 것.

혁신안에 따르면 새정치연합 예결위는 연말마다 국고보조금에 대한 회계감사와 정책감사 등 결산 평가를 실시해, 해당 내용을 당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하지만 감사원 등 외부의 감사는 받지 않겠다는 단서 조항이 달려있는 것으로 알려져 '셀프 감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3일 <시사오늘>과 한 통화에서 "셀프 결산, 셀프 감사한다는 말인데 제대로 되겠느냐. 국고보조금이 밥줄인 사람들이 국고보조금 사용 내역을 감사하겠다는 건데 말이 안 되는 얘기"라며 "외부에 맡겨야 한다. 감사원 등 정부기관을 신뢰할 수 없다면 학계나 시민사회계에 맡기면 된다"고 주장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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