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 안철수, 당긴 박원순…대권과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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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린 안철수, 당긴 박원순…대권과의 거리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4.12.24 0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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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엇갈린 희비④> 2014 정치 ´밀당´ 결과는?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유난히 사건 사고가 많았던 2014년도 그 막바지에 다다랐다. 여의도에서도 올 한해 수많은 일이 벌어졌고 다양한 정치인들의 희노애락이 교차했다. <시사오늘>은 연말을 맞아 그 중에서도 가장 대비되는 운명을 겪은 인물들을 조명해봤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은 2011년 조우했다.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 앞서 혜성처럼 등장한 안 의원은 ‘안철수 신드롬’을 일으키며 정가에 폭풍을 몰고 왔다. 반면 박 시장은 한 자릿수 지지율을 가진 재야인사였다. 그러나 두 사람의 회동 후, 안 의원의 양보로 후보는 박 시장이 된다. 놀라운 단일화 결과를 등에 업고 박 시장은 당선됐으며 안 의원도 이듬해 봄 국회에 입성하며 기세를 이어간다. 그러나 2014년, 함께 갈 것 같았던 두 사람의 그래프는 여름 두 번의 선거를 지나며 급격히 멀어진다. 박 시장은 야권 제일의 대권주자로 발돋움했으며, 안 의원은 대표직에서 내려오며 백의종군을 시작했다.

▲ 박원순 서울시장 ⓒ뉴시스

<喜> 박원순 서울시장

초짜아닌 타짜 박원순, 대권주자 선두 등극

박원순 서울시장은 현재 대권에 가장 가까운 인물로 평가된다. 여야를 통틀어 그를 지지율에서 앞서는 인물은 정계 입문을 고사 중인 반기문 UN 사무총장 뿐이다. 그 토대는 지난 6·4 재보선의 승리다.

안 의원에게 정치적 빚을 지긴 했지만 박 시장의 승리는 주목할 만 했다. 무소속 출마기에 기호10번을 달고 나왔으며, 인지도도 워낙에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53.40%를 얻으며 오히려 여론조사 결과보다도 차이를 벌렸다.

박 시장의 다음 행보는 정치 초년생이 보여줄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별다른 지자체장 경험 하나 없이 대한민국의 절반이라는 거대도시 서울의 장을 맡았음에도, 침착하고 차분하게 자신의 브랜드를 구축해 나갔다. 아들 병역비리 문제를 비롯한 정치 공세에 노련하게 대응했다. 호불호가 갈리는 정책을 내놓고도 전반적인 호평을 유지했다. 지지율이 바닥을 치는 중앙당과도 거리를 잘 유지했다.

그 결과 2014 지방선거에서 모두가 박 시장의 압도적인 승리를 점치게 된다. 새누리당은 그를 상대할 만한 카드를 찾느라 막판까지 고심할 수밖에 없었다. 급하게 중진들이 투입됐고 최종적으로 정몽준 전 의원이 대항마로 나섰다. 그러나 이미 재선을 염두에 두고 준비를 오래 해 온 박 시장과, 고심 끝에 갑자기 등을 떠밀리듯 나온 정 전 의원과는 짜 놓은 판의 섬세함이 달랐다는 것이 중론이다. 결국 박 시장은 압승을 거둔다. 경기와 인천을 모두 새누리당에 내주는 가운데 서울에서 거둔 압승은 그를 대권 주자 반열에 올려놓았다.

게다가 중앙정계에 있는 탓에 당의 지지율과 운명을 같이 하는 문재인 의원이 갖는 핸디캡은 없었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박 시장은 차기 대권 후보 여론조사에서 1위로 올라선다.

그런 와중에 7·30 재보선을 치르게 됐다. 박 시장은 오른팔 기동민 전 서울시정무부시장이 원내에 입성할 기회였다. 그런데 해프닝이 벌어진다. 광주광산을 출마를 위해 사무실까지 차렸던 기 전 부시장이 서울 동작을로 올라오게 된 것이다. 결국 허동준 동작을 지역위원장 등이 반발하며 공천파동이 벌어졌다. 야권 전체에서 곱지 않은 시선이 흘렀다. 결국 기 전 부시장은 사퇴했고, 단일화가 늦어지며 동작을은 여당에 내줬다. 안 의원은 이로 인해 대표직에서 내려온다. 박 시장으로선 기 전 부시장이 원내에 들어가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강력한 경쟁자 한 사람이 스스로의 발로 잠시 코트를 떠난 상황이 됐다.

최근 이런저런 일들이 불거지며 조금은 흔들린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지만, 박 시장으로서 2014년은 재선, 그리고 대권주자 자리를 굳힌 것만으로도 큰 성과다. 대권을 조금 더 가까이 자신 쪽으로 당겨오는 데 성공한 그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 ⓒ뉴시스

<悲>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

安은 재보선으로 잠들고…안철수의 惡手

안철수 의원의 등장은 한국 정치사 전체에서도 손에 꼽힐 만큼 강렬했다. 사업가 출신으로 단 한 번도 정치에 발을 담그지 않았던 인물이 차기 대권후보 지지율에서 1~2위를 넘나들었다. 지지자들은 어서 정가로 들어오라고 아우성을 쳤고, 기존 정계에선 숨을 죽이고 바라만 봐야 했다. 작년인 2013년 하반기 최대의 화두는 ‘안철수 신당’이었다. 안 의원은 ‘새정치’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정치판을 뒤흔들었다.

그러나 아무리 인기를 업고 있다 한들 혼자서 정치 구도를 새로 짜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웠다. 결국 조금씩 코너에 몰려가던 안 의원은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와 손을 잡고 3월 통합신당 ‘새정치민주연합’을 출범한다. 안 의원이 준비 중이던 ‘새정치연합’과 ‘민주당’이 합쳐진 것이다. 안 의원은 초선에서 거대 여당의 공동대표직을 맡는 놀라운 풍경을 연출했지만 그 순간이 올해의 마지막 희소식이 됐다.

민주당과의 합당으로 신선함이 떨어지며 많은 지지자들이 이탈했다. 게다가 합당 명분으로 내걸었던 무공천 원칙마저 당론에 밀려 내려놓으며, 엄청난 비난에 직면해야 했다. 기실 안 의원이 주장한 것이 아닌데도 마치 그의 책임처럼 매도당했다. 기대에 대한 반동을 톡톡히 몸으로 치렀다.

악재는 그곳에서 끝나지 않았다. 광주시장에 친안(親安)계 인사인 윤장현 시장을 공천하며 잡음이 일었다. 이용섭 의원 등이 탈당하며 거세게 항의했고, 결국 광주에선 집안싸움이 벌어졌다. 그나마 윤 시장이 예상 밖의 높은 득표율로 승리하며 체면은 살려줬다. 지방선거는 무승부로 끝났다.

7·30 재보선은 치명타였다. 지금도 정계의 많은 인사들이 희대의 악수(惡手)라고 평하는 기동민 동작을, 권은희 광주광산을 공천을 강행한다. 호남 정가의 한 인물은 지난달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안 의원 입장에선 광주는 포기할 수 없었을 것 같다. 특히나 차기대권의 라이벌 박원순 쪽 사람을 주는 것은 더더욱 어려웠을 것”이라는 평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7·30 재보선은 대 참패로 끝났고 지도부 사퇴했다. 권은희 의원도 낮은 득표율을 기록하며 쓴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지금 안 의원은 정치 '밀당'에 실패하고 밀려나 백의종군 중이다. 최근에 와서야 토크 콘서트 등을 통해 조금씩 활동을 재개하고 있다. 아직 잠재력은 높이 평가받는다. 다만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순위권 안에도 들지 못하고 있다. 이래저래 힘든 연말을 보내게 됐다. 정가의 한 소식통은 “안 의원의 최선은 서울시장에 나가는 것 이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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