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 2세 경영 본격화…후계 '쟁탈전'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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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십자, 2세 경영 본격화…후계 '쟁탈전' 조짐?
  • 변상이 기자
  • 승인 2014.12.26 1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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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붕 두 가족' 불협화음 '불가피'…'숙부·조카' 갈등 넘어 '형제의 난' 예상?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변상이 기자)

녹십자가 2세 경영 체제를 두고 후계 구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허성수 녹십자 전 부사장이 녹십자홀딩스 지분 매입에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 허 전 부사장이 녹십자 후계 작업에 입지를 굳히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난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녹십자의 창업주 故 허영섭의 장남 허성수 전 녹십자 부사장은 지난달 28일부터 4차례에 걸쳐 녹십자홀딩스의 주식 6500주를 장내매수, 지분율을 0.95%(46만51주)까지 끌어올렸다.

▲ 허일섭 회장(왼쪽),허은철 현 부사장 ⓒ 녹십자홀딩스

허영섭 일가 vs 허일섭 일가, '한 지붕 아래 두 가족'…내막은?

지난 2009년 허영섭 전 회장의 별세 이후, 녹십자의 경영권은 동생인 허일섭 회장이 이어받았다. 

당시 허일섭 회장은 지주사인 녹십자홀딩스의 지분 10.82%을 보유한 최대주주로, 자연스레 녹십자홀딩스와 녹십자의 회장직을 맡고 있다.

또한 허 전 회장이 사망하기 6개월 전, 허 회장 일가는 지분을 잇따라 매입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당시 허 회장과 부인 최영아 씨, 아들 진성·진훈 형제는 각각 2009년 4월과 5월 10억 원 가량을 투자해 녹십자홀딩스 주식을 매입했다.

이후 허 전 회장의 장남인 허성수 전 녹십자 부사장이 주식매입에 가세함에 따라 경영권을 둘러싸고 분쟁은 가속화될 전망.

허 회장 일가의 지주사 지분율은 부인 최영아 여사(0.47%)와 장남 진성(0.38%) 차남 진훈(0.34%) 장녀 진영 씨(0.26%)의 지분까지 더하면 모두 12.27%에 이른다.

최근 허 회장 일가가 단계적으로 지주사 경영 승계에 나서고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진성 씨의 경우 8월 12일~9월 15일까지 녹십자홀딩스 지분 5만8901주를 취득해 종전 0.26%에서 0.38%로 0.12%포인트 상승했다. 진훈 씨 역시 같은 기간 5만8798주를 취득해 0.22%에서 0.34%로 0.12%포인트 확대했다.

허 회장의 자녀 3명은 아직 회사 경영에 관여하지 않은 상황.

현재 최대주주인 허 회장이 향후 자신의 지분을 아들들에게 넘겨줄 경우, 이들이 녹십자의 차기 회장 자리에 오르게 될 것이란 예측.

반면 허 전 회장의 장남 허성수 전 녹십자 부사장(0.94%), 차남 허은철 녹십자 신임 대표(2.36%), 삼남 허용준 녹십자홀딩스 부사장(2.44%)의 지분은 5.74% 수준으로 허 회장 일가 지분에 절반도 못 미친다.

그러나 현재까지 후계구도는 창업주 일가인 허은철 부사장(현), 허용준 부사장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특히 허은철 부사장은 내년부터 녹십자의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하며 본격적인 2세 경영을 시작한다.

앞서  허 전 회장은 마지막까지 "재산 대부분을 사회에 환원하고 아들들에게는 가급적 적게 주라"고 유언을 남기는 등 허일섭 회장 일가와 지분 싸움을 원치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故 허 회장 장남 허성수, 경영권 경쟁 '난망' 예상?…두 형제와의 불화 '불가피?'

그러나 녹십자 내에서는 가족 간의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았다. 

상속을 받지 못한 장남 허 전 녹십자 부사장은 '유언이 조작됐다'며 허 전 회장이 타계한 지 2주도 안돼 어머니 정인애 여사를 상대로 고인 유언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후 3년에 걸친 법정 공방에서 대법원은 지난 2012년 말 "유언 당시 고인은 유언에 필요한 의사식별능력을 갖추고 있었고 유언도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이뤄졌다"고 판결해 허 전 부사장은 결국 패소했다.

이런 와중에 업계 일각에선 허 전 부사장이 최근 지분 매입에 들어가자 허 전 부사장이 후계 경쟁에 뛰어들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지만 우선 지분율이 매우 낮고, 이미 경영권에 뛰어든 두 동생들의 지원사격을 받기 어렵다기 때문에 경영승계까지는 무리라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허 전 회장의 유산상속 과정에서 두 형제와의 균열이 있었다는 추측도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다.

이런 상황에서 녹십자의 후계구도에 대해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태로 후계 논의를 섣불리 장담할 수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녹십자 관계자는 타 업체와의 인터뷰에서 "녹십자 내부 후계구도에 관한 과정에 논의할 시기는 아니다"라며 "회사 내부에서도 전혀 논의된게 없다"고 일축한 바 있다.

26일 <시사오늘>은 이와 관련, 자세한 내막을 듣고자 녹십자 관계자와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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