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샤넬 등 명품기업, '유한회사' 전향…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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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샤넬 등 명품기업, '유한회사' 전향…왜?
  • 변상이 기자
  • 승인 2015.05.29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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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감사 대상 제외, 감사보고서 제출 의무 無…경영정보 공개 피하려는 '꼼수(?)'
'주식회사' 형태 명품업체 사회공헌 활동 전무…'유한회사'는 오죽할까?'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변상이 기자)

최근 외국계 대기업이 법인형태를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전향하는 경우가 계속돼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명품 패션브랜드 루이뷔통코리아와 샤넬코리아에 이어 최근엔 한 해 20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는 구찌그룹코리아까지 법인 형태를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전환했다. 구찌가 법인 형태를 바꾼 것은 1998년 4월 구찌코리아 주식회사로 한국에 진출한 뒤 17년 만이다.

이들이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전향하는 이유는 현행 외감법상 외부감사 대상에서 빠지기 때문에 자체 감사보고서를 공개할 의무가 없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구찌 측, "국가별 매출 한국만 밝혀, 혼선에 따른 결정"

실제로 금융위원회에서는 이런 문제점은 인지해 지난해 10월 향후 유한회사와 비영리법인도 외부감사를 의무적으로 받게 하는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외감법)'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아직 상임위에 계류 중에 있다.

따라서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유한회사는 외부감사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기업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공개할 의무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런 이유로 경영정보를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유한회사 형태로 국내에서 영업하는 해외명품업체들이 많아지자 일각에선 이들이 '경영정보 감추기 꼼수'를 부리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해마다 한국에서 큰 수익을 벌어들이면서도 경영성과를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을 의도라는 것.

이와 같이 외부 감시 기능이 제한될 경우 분식회계나 수익규모 은폐가 용이해져 탈세의 수단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이런 논란에 구찌그룹코리아 관계자는 "구찌의 모회사인 프랑스 케링그룹은 자회사의 글로벌 매출을 통합적으로 공개하고 지역이나 국가별 매출을 따로 밝히지 않는다" 며 "그동안 한국에서만 경영 정보가 공개돼 투자자 사이에 혼선을 빚어왔다"고 일축했다.

▲ 최근 구찌코리아가 '유한회사'로 전향했다. ⓒ 인터넷커뮤니티

기업 감사보고서 제출 피하려는 '꼼수'…사회공헌 기부금 '제로'

이처럼 명품 브랜드 상당수와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IT기업들이 유한회사 형태로 영업중인 사례가 늘어나자 국내 패션업계에서 볼멘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국내 패션업계의 한 관계자는 "감사보고서는 기업의 매출 외 영업과 기부금을 비롯해 언론이 참고해야할 정보들이 담겨있는 자료다" 라며 "이런 정보를 공개할 의무를 벗어나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유한회사로의 전향을 택하지 않았나싶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해외명품업체들의 '수익기부금'을 두고도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주식회사 형태의 일부 명품업체들의 국내 매출액은 해마다 상승곡선을 타고 있음에도 기부금이 전무하거나 수입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금액을 기부했기 때문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발렌시아가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액 228억 원을 기록하고 매출액의 0.006%에 불과한 136만 원을 기부했다. 심지어 지난 2013년 기부금은 전혀 없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로렉스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지난 2013년보다 10억여 원 늘어난 91억 원을 달성하고도 기부금은 200만 원 늘어난 5000만 원에 불과했다.

이어 프라다코리아 역시 지난해 매출액 3550억 원, 당기순 이익 567억 원을 기록했지만 같은 기간 기부금은 당기순이익의 0.014%인 825만 원에 불과했다. 그에 비해 네덜란드 본사로 보낸 금액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141%인 800억 원이었다.

주식회사 형태의 명품업체들의 기부금 현황이 이렇다보니 기부금을 공시하지 않아도 되는 유한회사의 경우, 사회환원에 대해 더욱 인색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이들은 기부금 등 사회환원에 대해 비판 받을 이유가 없는 유한회사로 전환하는 것 아니냐는 것.

국내 유통기업의 한 관계자는 "현재 유한회사들은 국내 소비자를 상대로 영업활동을 영위하면서 외형과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며 "국내에 들어와 영업활동을 하고 있는 만큼 국내 사회공헌활동에 얼마나 그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에 대해 사실 알 길이 없다"고 비판했다.

담당업무 : 백화점, 마트, 홈쇼핑, 주류, 리조트 등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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