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유승민]기댈 언덕은 원희룡·남경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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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유승민]기댈 언덕은 원희룡·남경필 뿐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5.07.10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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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유승민이 소장파에 합류하지 않은 까닭은 박근혜 때문"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 (왼쪽부터)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 원희룡 제주지사, 남경필 경기지사 ⓒ 뉴시스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행보에 정치권의 촉각이 곤두섰다. 정계 일각에서는 그가 원희룡 제주지사, 남경필 경기지사 등과 세력화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유 전 원내대표가 '보수개혁을 위한 모임' 추진에 나섰다는 말이 돌고 있기 때문이다.

유 전 원내대표는 지난 8일 늦은 밤 원내대표단 등 자신의 최측근 10여 명과 경기 김포 모처에서 해단식 겸 만찬을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유 전 원내대표는 "내년 총선에 다들 잘 돼서 살아남기를 바란다"며 "각자 정치적 이상과 꿈이 잘 이뤄졌으면 좋겠다. 그를 위해 내가 보답할 길이 있으면 최선을 다 하겠다. 서로 힘이 돼 주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계에는 이 같은 발언 내용을 놓고 유 전 원내대표가 측근들을 중심으로 '보수개혁을 위한 모임'을 추진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10일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유 전 원내대표의 최측근 의원은 "(유 전 원내대표가) 뜻을 같이 하는 의원들과 '보수 개혁'을 위한 모임을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여권 일각에서는 그가 원희룡 지사, 남경필 지사 등 당내 '인지도'가 높은 차기·차차기 대권 주자들과 손잡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20대 총선 공천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자신에게 적대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김무성 대표 등 현 지도부와 당내 친박(친박근혜)계에 대적하기 위한 세력화에 나선다는 것이다.

"과거 유승민이 소장파에 합류하지 않은 까닭은 박근혜 때문"
"남·원 등 쇄신 그룹과 연대할 가능성 배제할 수 없어"

유 전 원내대표와 원 지사, 그리고 남 지사는 남다른 인연이 있다.

세 사람은 모두 한때 홍준표 대표 체제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선출직 최고위원이었다. 이들은 지난 2011년 당이 '선관위 디도스 해킹 사건', '박희태 돈 봉투 파문' 등으로 곤혹을 겪자 "존망의 위기에 처한 당을 구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며 지도부를 동반사퇴, 국면 전환의 계기를 마련했다.

이후 한나라당은 박근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로 가동,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교체하는 등 쇄신 행보 끝에 19대 총선과 17대 대선에서 승리를 거둔다. 유 전 원내대표와 원 지사, 그리고 남 지사가 새누리당 총선·대선 승리의 '숨은 공신'이라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 사람은 모두 자신의 원칙과 소신을 지키는 강단 있는 정치인으로 평가되는 인사들이다. 특히 원 지사와 남 지사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미래연대'부터 18대 국회 '민본21'까지 쇄신 모임을 함께한 '소장파'다. 이들은 지난 4월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과거 쇄신 모임 멤버들과 함께 한자리에 모인 바 있다.

정계에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유승민 전 원내대표 역시 두 사람과 쇄신 모임을 같이 할 기회가 있었다. 그렇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유 전 원내대표가 소장파로 분류되는 걸 꺼렸기에 그는 모임에 들어가길 거부했다는 후문이다.

최근 기자와 만난 '쇄신 모임' 핵심 관계자는 "쇄신 모임 활동이 한창 활발하게 진행됐을 당시, 유 전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다. 박 대통령이 쇄신 모임에 들어가지 말길 그에게 권유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지난 4월 쇄신 모임에 참여한 인사들은 모두 입을 모아 유 전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제시한 '보수 혁신 노선'에 공감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래연대' 출신 새누리당 이이재 의원은 지난 5월 <시사오늘>과 한 인터뷰에서 유승민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새누리당이 대한민국 보수의 새로운 지평을 열겠다고 언급하면서 '보수 혁신 노선'을 제시했다. 앞으로 새누리당이 나아가야 할 길이라는 것에 대해 공감했다. 그것을 지지한다"며 "우리가 하고 싶은 얘기를 대신한 것 같아 속이 후련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유 전 원내대표와 원희룡 지사, 남경필 지사는 평소 사석에서 자주 만나는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 지사와 남 지사는 유 전 원내대표가 친박계의 압박을 받자, 그에게 힘을 싣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원 지사는 지난 7일 TBS라디오에 출연, "의원들이 뽑은 원내대표인데 이렇게 찍어서 내보내듯이 하는 건 민주주의 원칙에 맞지도 않고, 정권에도 도움이 안 된다"며 "의원들이 뽑은 원내대표의 거취가 이렇게 보기 안쓰러운 모습으로 가서는 안 된다. 참으로 안타깝다"고 유 전 원내대표의 입장을 대변했다. 남 지사도 지난 3일 KBS라디오에서 "분명한 것은 양보다. 조금씩만 양보하면 길이 다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민·원희룡·남경필 연대설은 이 같은 배경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10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유 전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과 이제 완전 척을 뒀으니, 쇄신 그룹과 연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유 전 원내대표가 최근 보수개혁모임을 추진하고 있다는 말이 돌고 있는 만큼 그런 행보를 보일 수도 있지 않겠나 싶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유 전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보수개혁모임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못 들어봤다"며 즉답을 피했고, '유승민 사단이 구축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는 질문에는 손을 내저으며 아예 답변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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