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유승민]"김무성 대표가 그냥 놔두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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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유승민]"김무성 대표가 그냥 놔두겠어?"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5.07.10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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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내 차기 대선 주자 1위?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朴에게 패배한 劉, 차기 총선 공천 불투명
'큰 정치인'된 劉, "당내 집중견제 예상돼"
"劉, 준비된 철학과 소신있다면 위기→기회"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단숨에 여권 내 차기 대선 주자 1위에 올랐다. 표면적으로는 '거부권 정국'의 수혜를 한 몸에 받은 것처럼 보이나, 자세히 살펴보면 유 전 원내대표가 거대한 '정치적 위기'에 직면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차기 총선에서 공천을 받기도, 유력 대권 주자로 나서기도 어려운 현실에 처했다는 게 정계의 중론이다.

'위기의 남자' 유승민, 그의 정치행보를 가로막고 있는 3가지 장애물을 <시사오늘>이 짚어봤다.

▲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바라보고 있는 곳은 어디일까 ⓒ 뉴시스

차기 대선 주자 1위 유승민, 하지만…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10일 공개한 '여권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 따르면, 유 전 원내대표는 19.2%를 기록하면서 김무성 대표(18.8%)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원내대표직은 사퇴했지만, 인지도가 급상승하면서 '거부권 정국'의 수혜를 톡톡히 받은 셈.

그러나 언제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s).' 통계를 자세히 살펴보면, 유 전 원내대표는 그리 녹록치 않은 현실에 처해있음을 알 수 있다.

유 전 원내대표는 중도·진보층에서 강세(25.3%, 29.4%)를 보였고, 반면 그를 지지하는 보수층은 8.6%에 불과했다. 그리고 호남 지역에서 압도적인 지지(27.7%)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곧 유 전 원내대표가 경쟁력 있는 대선 주자가 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만약 그가 대권 후보로 나선다면 당연히 새누리당 소속으로 출마할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그를 지지하던 중도·진보층과 호남 지역 주민들이 '새누리당 유승민 후보'에 한 표를 행사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는 게 정계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또 연령별 지지도를 살펴보면 유 전 원내대표는 30대와 40대로부터 압도적인 지지(28.8%, 30.7%)를 받았다. 하지만 대한민국 선거의 키는 50~60대 이상이 쥐고 있다. 유 전 원내대표를 지지하는 50~60대는 각각 17.6%, 10.1%에 그쳤다.

더욱이 유 전 원내대표가 최근 여권 내 차기 대선 주자로 부각되는 이유는, 그의 '정치 행보'보다는 단순 '인지도 상승'의 효과에 있다고 보는 게 중론이다. 차기 총선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점에서 봤을 때, '유승민 열풍'은 머지않아 사그라질 전망이다.

이번 여론조사에 대해 유 전 원내대표는 1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20대 총선 출마 가능할까, "공천받기 힘들 것"

이번 사태는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계 사이의 '공천권 전쟁'이다.

김무성·유승민(K·Y)을 필두로 하는 비박이 당권을 장악, 단숨에 '주류'로 떠오르자 '비주류'로 전락한 친박은 이에 위기감을 느껴 박근혜 대통령에게 SOS를 친 것. 이에 박 대통령은 '배신의 정치'로 화답했고, 유 전 원내대표는 사퇴할 수밖에 없었다고 보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잃은 것보다 얻은 게 더 많다"는 평을 듣고 있는 유 전 원내대표지만, 어쨌든 그는 정쟁에서 고개를 숙인 '패자'다. '승자'는 '박근혜 카드'를 꺼낸 친박 의원들이었다. 이로써 공천권의 상당 지분을 친박계가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때문에 유 전 원내대표는 차기 총선에서 공천을 받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말이 나온다.

대통령이 '비토(veto)'를 놓은 인사에게 공천을 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유 전 원내대표의 지역구는 대구. 박 대통령의 생물학적·정치적 고향이다. 유 전 원내대표의 공천은 곧 당이 청와대에게 '선전포고'를 하는 꼴이 된다. 총선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당 지도부가 당·청 갈등을 재현하는 악수를 둘 공산은 매우 적다.

지난 9일 기자와 통화한 한 새누리당 초선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공천을 받기 어려울 텐데, 일단 지금 당장은 유 전 원내대표가 재기가 힘든 상황에 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설훈 의원은 지난달 한 라디오 방송에서 "유 원내대표가 물러나면 적어도 5년 이상은 정치를 못하게 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관측한 바 있다.

'큰 정치인'된 유승민, 집중 견제 예상

이번 사태로 유 전 원내대표가 단숨에 '큰 정치인'으로 부상했다. 이를 바라보는 당내 여론이 그리 좋지만은 않다는 후문이 돈다. 김무성 대표를 필두로 당내 대권 주자들의 집중 견제가 예상된다.

여권은 김무성 대표를 제외하고는 뚜렷하게 대권 주자로 부각되는 인물이 없는 실정이었다. 정몽준, 김문수, 오세훈 등이 대권 주자로 인식되나 그들의 지지율은 미미했다. 김태호, 이인제 등 잠재적 대권 주자들은 '김무성 체제만 붕괴되면 해볼 만하다'는 심산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김태호 최고위원은 이번 사태 속에서 '튀는 행보'를 보이면서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감추지 않았다. 김 최고위원은 대권 주자로 부각되기 위해 차기 총선에서 '정치 1번지' 종로구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인제 최고위원도 최근 한 대학 특강에서 대권 도전과 관련, "삼세판은 해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언급한 바 있다. 현장 분위기는 단순 '우스갯소리'로 치부하는 반응이었지만, '피닉제' 이 최고위원이 '삼세판'에 도전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원희룡, 남경필, 나경원, 조윤선 등 '떠오르는 4인방'도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 전 원내대표의 급부상은 이들에게 몹시 불편하게 느껴졌을 것이라는 게 정계의 중론. 김 대표도 유 전 원내대표의 대권 행보에 적잖이 신경 쓰고 있다는 후문이다.

새누리당의 핵심 관계자는 10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곧 유 전 원내대표를 향한 집중견제가 이어질 것"이라며 "김무성 대표가 유승민 의원의 지지도 상승을 그냥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그를 낙마시키려는 데 앞장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치인이 뜰 때는 항상 위기와 기회가 동시에 찾아온다. 철학과 소신이 있는 준비된 정치인이라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며 "유 전 원내대표는 지금 '무대'에 올라섰다. 누구나 그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게 아니다. 그가 시대적 철학과 한국 정치사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소신을 갖췄느냐, 갖추지 않았느냐에 따라 그의 정치 인생이 뒤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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