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서거④]김영삼, 지역주의라고?…고뇌의 흔적,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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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 서거④]김영삼, 지역주의라고?…고뇌의 흔적, '주목'
  • 윤종희 기자
  • 승인 2015.11.23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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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대선에서 '석두' 소리 들으며 야권 단일화 추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종희 기자)

22일 서거한 김영삼 전 대통령(YS)에 대해 우리나라 정치의 고질적 문제인 지역주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있다. 무엇보다 지난 1987년 대선에서 호남을 정치적 기반으로 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DJ)과의 야권 단일화를 이루지 못하면서 지역주의가 심화된 것에 대한 비판이다. 하지만 YS는 지역주의에 고뇌하며 정면으로 맞섰다.

198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YS의 통일민주당은 92개 지구당을 갖고 있었다. 이 중 36개는 미창당 지구당이었다. 이미 창당된 지구당 56개는 30대 26으로 YS계가 우위에 있었다. 이때 동교동(DJ)측 협상자로 나선 이용희는 미창당 지구당을 동교동 20개 상도동 16개로 나눠 임명하자고 했고, 상도동측 협상자인 고(故)김동영은 “창당지구당 중 30개의 지구당 위원장이 다 우리사람이라고 볼 수 없다”며 동수인 18개씩 나누자고 했다.

후보단일화 협상이 이 문제로 늦춰지자 YS는 그해 10월 22일 외교구락부에서 김대중과 만나 “당신이 원하는 데로 미창당 지구당 중 20곳의 지구당위원장을 임명하라”고 양보했다. 이 때 YS는 석두 소리를 듣기까지 했다. 하지만 DJ는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DJ가 거부한 것은 ‘4자필승론’ 논리 때문이었다는 분석이다.

▲ YS가 이끌었던 민주산악회는 등반 시 꼭 산상기도를 했다. 기도의 내용은 주로 대한민국의 민주화와 감옥에 있는 민주인사들의 안위를 구하는 것이었다. 사진=심의석 제공

4자 필승론은 DJ가 자신의 연고지인 호남에서 몰표를 받고, 여기에 YS, 노태우, 김종필(JP)의 연고가 없는 서울·경기권을 집중 공략하면 이길 수 있다는 논리다. 즉, 경상도와 충청도 표는 YS, 노태우, 김종필이 나눠 가지게 하고, 자신의 호남 몰표와 유권자가 가장 많은 서울·경기권에서의 높은 득표로 당선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노태우 YS DJ JP 순으로 선거 결과가 나왔다. 야권 후보 중에서 YS가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는 점에서 원칙적으로 YS로 단일화가 되어야 했음이 입증된 것이다.

1987년 대선 직전 YS는 광주로 내려가 유세를 했다. 하지만 유세 단상 아랫부분 합판에 사람들이 불을 질렀다. 또, 시내 곳곳 벽에 붙어있는 YS사진은 '박박' 긁어졌다. 유세 현장에서는 사람들이 YS 얼굴이 그려져 있는 조그만 피켓을 일부로 밟았다. 단상으로 수많은 돌멩이가 날아오기도 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송경숙 민추협 사무부총장은 낯선 남자들로부터 면도날 테러를 당할 뻔 했고 머리채를 잡힌 채 질질 끌려가다가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나중에 YS는 이 사실을 알고 눈물을 흘렸다.

YS는 전남 여수에서도 위급한 상황에 처했다. 여수 집회 당일 전경 버스 10대가 왔는데, 집회가 시작되니까 전경들이 외투 속에서 돌멩이를 꺼내서 마구 던진 것이다. 심의석 한나라당 성북갑 전 위원장은 “그 건 노태우 후보 측에서 한 것으로 추측한다. 전경들이 다른 곳에서도 돌멩이를 던졌는데 노태우가 연설 할 때는 연단까지 안 날아가 정도로 던졌고 반면 야당 후보들이 할 때는 연단에 미치도록 던졌다”라고 증언한 바 있다. 당시 집권당 후보인 노태우 쪽에서 그런 식으로 지역주의를 부추겼던 게 아니냐는 얘기다.

YS는 3당 합당 이후에도 지역주의에 고뇌하게 된다. 당시 민정계가 70%였고 여기에는 영남 사람들이 많아 이들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도 YS는 소수의 민주계를 가지고 5·18을 민주화 운동으로 자리매김시켰다. 광주를 성지로 만든 것이다. YS가 1987년 광주 유세에서 "위대한 광주 시민 여러분"이라고 외쳤던 게 진심이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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